<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률 면에서 소강상태에 있다고 해도 그 영역의 확장성은 날로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KBS <황금의 펜타곤>에서는 창업 아이템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평가하고 사업성이 뛰어난 우승자를 뽑는다. <슈퍼독>에서는 반려견들을 여러 아이템을 부여하며 경합시킨다. 노래와 춤, 연기 등에서 좀 더 일상과 생활 소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퍼포먼스에서 정적인 행위와 그러한 행위에서 탄생한 결과물에 대한 오디션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작가 오디션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그램 <마스터피스>가 제작되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포맷 제작사와 공영방송인 RAI 3 채널이 공동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출판사에 작품을 의뢰할 작가들이 경합을 벌이는 포맷을 취하고 있다.

특정 체험과 주제를 현장에서 부여하고 이를 글쓰기로 옮겨 스튜디오 안에서 공개하고 심사위원들이 평가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우승자에는 초판 10만부 발행이라는 초유의 권리가 주어진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지망생의 이름과 역량이 알려지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한 듯 제작진과 출판인들은 출판업과 독서시장 침체에 있어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이런 포맷을 다루게 되었다고 밝혔다. 어떻게 작가를 오디션으로 뽑을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이 있다. 더구나 작가 특히 소설가는 홀로 창작에 매진하는 예술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까지...예술도 오디션 보는 시대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에 비하면 이런 포맷은 정말 조족지혈이다. 내년 3월 방송될 <아트 스타 코리아>는 미술작가 TV오디션을 표방하고 있다. 설치미술, 회화, 조각, 비디오아트, 산업 디자인, 소조, 사진 등 클래식과 팝 아트를 가로지르는 전 방위의 아트 오디션 형식이다. 미국의 <워크 오브 아트>와 영국 BBC <스쿨 오브 사치>에서 이미 선보인 포맷이기 때문에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들 나라에서도 예술가 TV오디션은 논란을 일으켰다.

텔레비전이 예술을 상업화 한다는 비판이 등장한 가운데 예술 신인들이 폐쇄적인 예술계의 심사 제도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주어진 과제에 맞게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 작품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도 있을 수 있다.

여기에는 하나의 우월적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 고급 예술이나 클래식 장르는 예술성이 높기 때문에 텔레비전 오디션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예술성 때문이기보다 정적인 행위가 중심인 예술 장르이기 때문에 동적인 퍼포먼스 아트보다는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 두기가 어렵다고 보는 게 타당할듯 하다. 특히 아이돌 오디션의 경우에는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크기 때문에 참여자의 규모와 파격성이 다른 장르에 비교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예술 장르의 오디션 프로를 반대하는 심리에는 바로 예술을 대중적으로 심사할 수 없다는 비판의식이 있다. 이런 의식에는 이런 예술자체의 고유한 가치는 쉽게 평가될 수 없다고 하는 생각이 박혀있다. 한국에서도 MBC <나는 가수다>의 방영초기에 이런 논란이 있었다. 논란의 핵심은 이미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라간 이들을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관객들이 평가를 내렸다. 더구나 대중가요이지 않은가.

심사위원은 왜 안 뽑나?...방송국의 욕망이 담겨있다


여기에서 언급해야 할 것은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들이 절대 오디션을 하지 않는 게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노래와 춤, 연기, 요리 그리고 작가와 미술가들을 경쟁 시키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바로 심사위원들이다.

수많은 경쟁 참여자들의 운명을 가르며, 프로그램의 콘텐츠 구성에서 중요한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은 이미 제작진의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모든 이들은 이미 정해진 심사위원들의 선택에 따라야 한다. 심지어 방송 중에는 제작진도 마찬가지가 된다.

대중가요를 심사자가 좋게 평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대중적 인기를 얻을지는 알 수 없다. 창업 아이템을 심사하는 이들이 찬성하고 반대한다고 해서 진정으로 그 아이템의 가치가 평가 받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전문가의 권위에 한정될 수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심사위원으로 적합한지도 알 수가 없다.

오디션 프로의 심사위원이 오디션을 거치지 않았다는 건 역설적이다. 사실 오디션 프로는 시청자들의 대리자다. 자본주의 시장 구조에서 판단 선택의 완결자는 소비자들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전문가들 중심의 문화 권력은 대중의 문화 권력화로 진행됐다. 그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오디션 프로의 등장이다.

문화예술에 대해 전문가가 상품성을 배타적으로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대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디션 프로들이 이미 낙점한 그들만의 심사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은 이러한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대중이 적어도 그들의 오디션을 볼 수도 있고, 스스로 참여하거나 대리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는 것은 방송국 스스로 문화권력이고 싶은 욕망이 표피적으로 대중성을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성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생적 질서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공진화를 누군가가 통제하는 일이다. 위험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승리자가 시장에서 자생할 수 없는 사례가 빈번하게 있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는 애초에 대국민 스타를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기만한 것이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그걸 따진들 방송국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모호한 약속과 막연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비극적 희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