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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방송된 JTBC <썰전> 2부 코너 '예능심판자' 의 한 장면. 이날 <썰전>은 <응답하라 1994>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14일 방송된 JTBC <썰전> 2부 코너 '예능심판자' 의 한 장면. 이날 <썰전>은 <응답하라 1994>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JTBC


14일 방송된 JTBC <썰전> 2부 '예능심판자'에서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를 주제로 다뤘다. 방송 전, 날카로운 분석력을 자랑(?)하는 <썰전>은 <응사>를 '집중 분석'하겠다고 언론에 홍보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은 집중 분석은커녕 '응답 미숙'에 가까웠다. 준비가 미흡했을 때 <썰전>이 보일 수 있는 문제점이 이날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미흡함을 드러낸 MC는 김구라다. 그는 현재 <썰전>외에도 다양한 채널에서 총 6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방송에서 김구라는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는 1부에서는 여느 때처럼 강용석 변호사와 이철희 소장을 적절히 중재하며 시청자가 궁금해 할 사항들을 콕콕 짚어내더니, 2부에서는 한 발을 빼 방관하는 자세를 취했다.

여기에 김구라는 다른 MC들이 각자가 바라는 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후보감을 이야기하며 유세를 펼칠 때도, '나정이 과부일 수도 있지 않냐'며 궤변을 늘어놓아 <응사>를 공포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가 과연 <응사>를 시청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궤변이었다.

문제는 <썰전>의 상징과도 같은 김구라가 <응사>를 보지 않고 녹화에 참여하니 진행이 부자연스러워졌다는 점에 있었다. 드라마를 참 좋아하는 '욕망 아줌마' 박지윤이 김구라의 역할을 대신하며 토크의 맥을 중간 중간 짚어가긴 했지만, 김구라처럼 흥미로운 화두를 던지는 데는 실패했다. '집중 분석'이라고 홍보된 이날 방송은 점차 <응사> 속 배역 이름과도 같은 '삼천포'로 빠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MC 6인이 각자의 1994년을 떠올리며 기억나는 일들을 하나씩 꺼내 '추억 팔이'를 하는 시간은 나름 흥미로웠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마 시청자도 자신의 1994년 추억을 하나씩 꺼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토크가 너무 길어지다 보니 정작 해야 할 드라마 <응사> 이야기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곁방 늙은이 신세가 된 김구라는 아는 상식이라도 총동원해 어떻게든 토크를 접붙이기 하려는 모습이었고, 다른 MC들은 그 누구의 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휩쓸리듯 토크를 할 뿐이었다. 결국 이들의 대화는 방송국 앞 카페에서나 나눌 만한 사담 수준에 그쳐 버렸고, 방송 흐름은 김희철 말처럼 '도통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켜 버렸다.

주제 따라 편차 극심한 '예능심판자', 분발이 필요하다

 14일 방송된 JTBC <썰전> 2부 코너 '예능심판자'의 한 장면. MC 이윤석이 <응사> 나정(고아라 분)의 남편으로 쓰레기(정우 분)를 이야기하며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14일 방송된 JTBC <썰전> 2부 코너 '예능심판자'의 한 장면. MC 이윤석이 <응사> 나정(고아라 분)의 남편으로 쓰레기(정우 분)를 이야기하며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 JTBS


<썰전>이 진심으로 '하이퀄리티 미디어 비평'을 지향한다면 이날 <응사>를 비평 주제로 정했을 때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 할 사항들 몇 가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질문이 잘못됐다. "누가 나정의 남편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누가 나정의 남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었어야 했다. <썰전>이라면 '가정'이나 '바람'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나름의 증거를 취합하고 분석한 '결과'를 들려줬어야 했다.

더 나아가 쓰레기(정우 분)와 칠봉(유연석 분)만을 나정의 남편 후보로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제 3의 인물 해태(손호준 분)나 빙그레(바로 분)가 남편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맛깔난 해석을 곁들였어야 했다. 시청자가 <썰전>에 기대한 것이 딱 이런 것 아니었겠는가?

그나마 이윤석의 해석은 다른 MC들에 비해 그럴싸해 보였다. 그는 나정의 남편으로 쓰레기를 추천하면서 <응사>의 연출을 맡고 있는 신원호 PD의 성향을 근거로 들었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신 PD는 대중 대부분이 원하는 결말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윤석의 해석을 차치하면 이날 <썰전>이 <응사>를 다루면서 새로 알려 준 정보라면 '강용석 변호사에게 학생 운동가 역할로 <응사>의 카메오 제의가 들어왔었다는 것', '무학소주, 몽고간장 등이 마산에서 실제 유명했다는 것' 정도다. 작가들도 있고, 허지웅이라는 꽤 괜찮은 문화평론가도 있는 <썰전>에서 <응사>를 이정도로 밖에 분석하지 못했다는 것은 못내 아쉽다.

최근 <썰전> 2부 '예능심판자'는 주제에 따라 편차를 보여 왔다. 지난달 방송분에서 배우 황정음을 분석할 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던 MC들이, 혼성듀오 '트러블메이커'의 뮤직비디오를 이야기 할 때는 김희철의 입만 쳐다봤다. 지난 주 방송분에서는 <무한도전>을 주제로  신이 나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던 MC들이, 이번 주에는 날카롭거나 재미난 해석은커녕 <응사> 방청 소감을 늘어놓는 수준에 그쳐 버렸다. 준비가 됐을 때와 안 됐을 때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방송 초기만 해도 여론조사나 빅데이터 분석 등 MC 6인의 색다른 해석에 더해 객관성까지 확보하는 성의를 보였던 <썰전>이, 언젠가부터 사견 내지 사담으로만 방송 분량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팬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스럽다.

이날 <썰전>은 공교롭게도 '2013 뉴미디어대상' 방송 부문 수상작으로 꼽혔다. 그리고 지난 7월·9월·10월에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 갤럽이 매월 조사하는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순위에도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매회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방송을 할 수는 없겠지만, <썰전> 만의 날카로움은 살아있는 방송으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그래도 아직은 치맥보다 <썰전>이 더 좋기에 드리는 충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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