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V리그 초반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용병과 신인

2013~2014 V리그 초반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용병과 신인 ⓒ 한국배구연맹 제공


물고 물리는 '살 떨리는 시즌'

"우승후보란 말이 무의미하다. 그냥 6강 1약이다."

2013~2014 NH농협 V리그 남자 프로배구 얘기다. 세계적인 용병과 특급 신인의 대거 등장으로 흥미진진한 시즌이 될 거라는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에게 패하고, 삼성화재는 LIG에게 패하고, LIG는 한국전력·우리카드에게 패하고, 한국전력·우리카드는 현대캐피탈에게 패하고,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게 패하고….

초반부터 물고 물리는 대혼전이다. 신생팀 러시앤캐시를 제외하고 어느 팀도 전승, 전패 팀이 없다.

용병과 신인들은 명성 그대로 명불허전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남자부 7개팀 모두 지난 해와 비교해 팀 구성원과 전력의 변화가 심한 상태다. 각 팀마다 상승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을 골고루 안고 있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그날 그날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감독과 선수는 피가 마르지만, 배구팬들은 매 경기마다 쫄깃하고 흥미롭다.

프로배구 시청률, 겨울스포츠 '절대 강자' 굳히나

높아진 관심은 프로 스포츠의 인기 척도인 TV 시청률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올해도 프로배구 시청률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일 삼성화재-대한항공의 개막전 공중파(KBS 1TV) 시청률은 전국 2.9%, 수도권 3.2%(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작년 개막전보다 1%가 상승했다. 토요일 낮이 시청률 취약 시간대이고, 전날까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계속되면서 관심을 끌기 어려웠던 상황을 감안하면 높은 시청률이다.

10월 12일 토요일 낮에 중계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두산-넥센)의 공중파(SBS) 시청률도 4.5%였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최고 시청률은 1일(금) 밤에 중계된 한국시리즈 7차전(삼성-두산)의 14.0%다. 토요일 낮 프로축구 FA컵 결승전 공중파 시청률은 1.7%, 프로농구 개막전은 0.8%였다.

프로배구 시청률의 고공 행진은 케이블TV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남자배구, 여자배구 모두 작년보다 시청률이 오른 추세라는 게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의 전언이다. 작년 시즌 프로배구는 남녀 모두 시청률이 급격하게 상승세를 탄 바 있다.

겨울리그 경쟁 상대인 프로농구와 비교해서도 크게 앞서가고 있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가 동시간대에 각각 1경기씩만 열린 11월 5일. 이날 방송 3사의 스포츠전문 케이블TV가 모두 생중계에 나섰다. 한 방송사는 프로배구를, 나머지 두 방송사는 프로농구를 동시 생중계했다. 똑같은 조건에서 두 종목의 시청률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는 날이었다.

결과는 프로배구의 압승. 프로배구 시청률이 프로농구를 중계한 두 방송사의 시청률을 합친 것보다 2배가 넘게 나왔다. 이날 프로배구는 신생팀의 경기였고, 프로농구는 많은 화제가 된 특급 신인이 출전한 인기팀의 경기였다. 프로배구는 시즌 초반인데도 케이블TV의 대박 시청률인 1% 이상이 나온 경기도 있다.

아가메즈·산체스 '역시 세계적 공격수'

올 시즌 V리그 초반 판세는 걸출한 용병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시즌 V리그를 평정했던 레오(삼성화재·24세·206cm)는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기량이 더욱 발전했다는 평가다.

그런 레오에게 도전장을 낸 아가메즈(현대캐피탈·29세·207cm)와 마이클 산체스(대한항공·28세·206cm). 세계적인 공격수라는 명성 그대로였다. 강력한 파워, 높은 타점, 현란한 공격 테크닉.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였다.

아가메즈를 세계적인 공격수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적인 클럽과 선수들이 출전해 자웅을 겨루는 배구 유럽 챔피언스리그(CEV Champions League)에서 최근 2년 연속(2011~2012, 2012~2013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다. 작년 터키 리그에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까지 수상했다. 그리스 리그에서 뛸 때는 한 경기에서 혼자 55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득점 기계'다.

한국 V리그에서 아직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아가메즈는 13일 현재 공격성공률 부문 전체 1위(59.6%), 득점 3위, 서브 3위를 달리고 있다. 10일 대한항공과 경기에서는 혼자 46득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마이클 산체스의 활약도 아가메즈 못지않다. 현재 서브 1위, 득점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높은 타점과 탁월한 기술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가메즈가 강력한 파워형 공격수라면, 산체스는 현란한 테크니션에 가깝다.

산체스의 명성과 경력도 아가메즈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쿠바 국가대표 주공격수 출신으로 2007년 월드리그에서 득점랭킹 세계 2위를 기록했다. 2009년 월드리그에서도 맹활약했다. 세계 최고 리그인 러시아 1부리그에서도 2011년 러시안 컵(Russian Cup) 우승과 MVP 수상, 유럽 챔피언스리그 득점랭킹 7위에 올랐다. 2013년에는 카타르 리그에서 뛰며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Emir Cup 우승과 MVP까지 수상했다.

에드가 '제2의 가빈' 급부상

에드가(LIG·25세·212cm)는 '자다 일어나 보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케이스다. 시즌 직전에는 용병 중에 가장 평가가 낮았다. 일각에선 "LIG 용병 농사는 올해도 망했다"고 단언했다. 호주 국가대표팀의 주공격수이긴 하지만, 지난 10월 남자배구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한민국과 경기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이며 완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에드가를 레오·아가메즈·산체스보다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에드가는 현재 득점 전체 1위, 서브 2위, 공격성공률 5위를 기록하고 있다. 6일 삼성화재전에서는 혼자 44득점을 퍼부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9일 우리카드 전에서도 팀은 패배했지만 혼자 46득점을 기록했다.

'제2의 가빈'이거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에드가 역시 그럴 만한 잠재력을 보유한 선수다. 에드가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강팀들을 상대로 매 경기 뛰어난 득점력을 발휘했다. 한국으로 오기 전에는 이탈리아, 폴란드 리그에서 뛰며 빅리그 경험도 풍부하다. 한국 V리그에서 최고 용병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걸 에드가가 다시 한번 증명해주고 있다.

잘나가는 4인방에 비해, 숀 루니(우리카드·32세·206cm), 밀로스(한국전력·28세·205cm), 바로티(러시앤캐시·23세·206cm)는 아직 기대만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 하지만 숀 루니는 경기를 치를수록 예전의 기량을 회복해가고 있다. 특히 블로킹과 수비에서는 여전히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밀로스 역시 몸 상태가 완전히 올라오는 2라운드 정도에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바로티는 실력과 정신적인 면에서 김세진 감독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교체설이 나올 정도다.

전광인 '국산 용병!'... 송명근·이민규 '역시 국가대표'

뛰어난 용병들 못지않게 국내파 신인들도 배구팬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전광인(한국전력·23세·194cm)은 높은 점프력, 빠른 스윙 스피드, 강력한 중앙후위 공격(파이프 공격), 준수한 수비력까지 뽐내며 초반부터 팀내 주공격수로 확고히 올라섰다. 용병을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 현재 공격성공률 3위, 후위공격 1위, 오픈공격 4위에 올라 있다. 이제 갓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활약이다. 작년에 고작 2승밖에 거두지 못한 '만년 꼴찌' 팀 한국전력에게 시즌 첫 경기부터 1승을 선물했다. 비록 현대캐피탈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전광인에게 특히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국내용 선수가 아니란 점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무대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광인은 2013 월드리그에서 득점랭킹 세계 7위와 공격성공률 세계 2위에 오른 명실공히 한국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한국이 홈팀 일본을 3-0으로 완파하며 8년 만에 2014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내고, 10월 열린 남자배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이 10년 만에 결승에 진출 준우승을 차지한 데에는 바로 전광인의 활약이 있었다. 기존 주공격수 문성민 등이 부상으로 빠진 악조건 속에서 전광인의 눈부신 활약은 단연 일등공신이었다.

신영철 감독은 최근 전광인 선수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우리 팀 용병입니다"라고 답했다. 배구팬들은 이미 전광인을 "국산 용병"이라 부른다. 실제로도 팀내에서 외국인 용병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국가대표 신인인 송명근(러시앤캐시·21세·195cm)의 활약도 예사롭지 않다.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아 풀세트 출장을 못 하고 있지만, 뛰어난 공격력과 강력한 서브를 선보이며 신인 돌풍에 가세했다. 팀 동료인 이민규(러시앤캐시·22세·191cm) 역시 차세대 국가대표 세터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배구 최초로 고등학교 선수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정지석(대한항공·19세·194cm)도 강한 서브과 다부진 공격을 터트리며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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