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KIA)과 이대호(오릭스), 오승환(삼성). 올 시즌 FA 자격을 얻은 '빅3'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이대호가 타 구단 이적과 메이저리그 도전 사이에서 고민 중인 것을 비롯해 오승환·윤석민도 해외진출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지난 시즌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대성공을 거둔 것을 기점으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타 최고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대호] 일본 잔류냐, 메이저리그 도전이냐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 선수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 선수 ⓒ 연합뉴스

이대호는 일본 진출 두 시즌 만에 FA 자격을 다시 취득했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계약만료시 FA 자격을 부여한다. 이대호는 지난 2010시즌을 마치고 오릭스와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 2억 엔, 연봉 2억5000만 엔, 연간 인센티브 등을 포함해 약 7억6000만 엔에 계약한 바 있다. 

오릭스에서 활약한 두 시즌동안 이대호는 데뷔 첫 시즌에 24홈런 91타점 타율 0.286을 기록하며 타점왕에 올랐다. 이듬해인 올 시즌에는 24홈런 91타점 타율 0.303으로 성적을 더 끌어올렸다. 통산 성적은 총 285경기에 출전한 타율 0.294 48홈런 182타점. 팀내 부동의 4번타자이자 일본야구계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손색없는 성적표다. 특히 득점권 타율은 0.323에 이른다.

이대호의 장점은 정교한 선구안이다. 거구의 외모 때문에 거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의 이대호는 파워보다 공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난 중장거리형 타자에 가깝다. 일본야구 공인구 교체와 투고타저 성향을 고려하면 2년 연속 24홈런도 결코 나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일본야구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블라디미르 발렌텐(60홈런·야쿠르트)나 거포형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할 때 30홈런 이상을 보장할만큼 장타력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대호의 몸값은 4억 엔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2013시즌을 기준으로 4억 엔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별로 없다. 하지만 정작 이대호 측이 생각하는 대우는 그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몇몇 현지 언론은 원 소속팀 오릭스가 이대호에게 2년간 총액 8억 엔(약 86억 원)의 계약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이대호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음 시즌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노리는 한신나 소프트뱅크 등 일본 내 다른 구단들도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이대호가 매력을 느낄만한 조건은 '얼마나 우승에 근접한 팀인가'다. 이대호는 프로 데뷔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경우가 없다. 베이징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에서만 우승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이다. 오릭스는 이대호가 뛴 두 시즌 동안 내내 하위권에 머물렀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대호의 몸값도 부담스럽지만 설령 이대호를 잡는다해도 추가적인 전력보강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도 아직 열려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 SB네이션 >은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제로 한 시즌에 홈런 17개 타율 0.277  출루율 0.341 장타율 0.436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매체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1루수 제임스 로니,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저스틴 머노보다 뛰어난 성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물론 예상에 불과하지만,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대호는 내년이면 32세다. 기량적으로도 전성기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해를 따져보면 확률은 높지 않다. 일본 잔류만으로 이미 보장된 '대박'과 비교할 때, 메이저리그는 타자로서 불확실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오히려 일본 구단들과 몸값 협상을 위한 카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석민] 선발 보직+심리적 안정이 관건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윤석민 선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윤석민 선수 ⓒ 연합뉴스

윤석민은 올시즌이 끝난 뒤 세 선수 중 가장 먼저 미국행을 공식적으로 선언할만큼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비록 올 시즌 3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00으로 부진했지만 윤석민은 이미 미국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오래전부터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다.

하지만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연착륙한 류현진의 사례는 윤석민에게 호재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사례인 류현진의 성공은 한국프로야구와 투수들에 대한 미국 야구계의 인식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민의 미국 측 에이전트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슈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스캇 보라스다. '협상의 귀재'로 통하는 보라스의 수완은 이미 류현진의 다저스 입단 사례를 통해서도 검증된 바 있다. 하지만, 선수의 몸값과 기량을 지나치게 부풀린다는 이유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가장 꺼려하는 에이전트기도 하다. 윤석민은 미국진출의 조건으로 적절한 연봉과 선발보장을 기대하고 있다. 완전 FA 자격으로 포스팅을 거칠 필요가 없는다는 점은 추가적인 지출 부담이 없어서 협상에 유리한 대목이다.

현재로서는 선발진이 취약한 미네소타 트윈스가 윤석민에게 가장 관심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4위 미네소타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하며(메이저리그 전체 25위) 선발투수 중 10승 투수가 전무할 정도로 마운드가 허약한 팀이다.

선발과 계투가 모두 가능하다는 윤석민의 경력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도 될 수 있다. 미국 CBS는 올 겨울 메이저리그의 주목할만한 FA 선수들 명단에 윤석민의 이름을 올리며 구원투수로 분류해 눈길을 끌었다. 윤석민은 KIA 시절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투수를 수시로 오간 경력이 있으며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선발로 나선 경기는 11차례였으나 중반부터 보직을 바꿔 계투와 마무리로 19차례 등판했다.

윤석민의 관건은 육체적-심리적 꾸준함이다. 윤석민은 사실 국내에서도 체력이 뛰어나거나 꾸준한 선수로 평가되진 않았다. 성적이 한해 건너 널뛰기를 하던 때도 있었고, 2010년 자해 부상 해프닝이나 사구 트라우마 사건 등에서 보듯, 감정기복이 심하고 압박감에 대처하는 정신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기복없는 꾸준함과 넉살 좋은 친화력으로 빠른 적응에 성공한 류현진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오승환] 제2의 임창용 될까

 31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 대 두산 경기. 삼성 마무리 오승환과 포수 진갑용이 6-2 승리를 거둔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선수(오른쪽) ⓒ 연합뉴스


삼성이 자랑하는 부동의 '끝판대장' 오승환도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삼성이 2000년대 명실상부한 최강팀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오승환은 2005년부터 사자군단의 마무리로 활약했다. 오승환은 올해까지 통산 277세이브를 올려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새롭게 쓰기도 했다. 2005∼2006년, 2011∼2014년 삼성의 다섯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함께했으며 한국시리즈에서만 통산 11세이브로 최다 기록을 세웠다. 선동열-구대성-임창용 등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구원투수 계보를 잇는 현역 최고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오승환은 올해 한국시리즈를 통해 사실상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미 지난해 해외진출을 노렸다가 삼성 구단의 만류로 국내에서 1년 더 뛰기로 한 오승환은 2013 한국시리즈에서 다섯 경기에서 등판하여 7.1이닝 3세이브로 삼성의 3연패를 이끌었다. 이미 국내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만큼 삼성도 명예롭게 오승환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됐다.

오승환은 일본과 미국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현실적인 조건을 거론하면 일본행에 무게가 실린다. 한신·요미우리·소프트뱅크 등은 이대호와 오승환 등 한국선수들에 관심이 크다. 선동열·구대성·임창용 등 한국 프로야구 출신 투수들의 성공 사례가 있기에 오승환에게도 신뢰를 보낼만하다. 현재는 한신이 오승환의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일본 현지 언론들은 계약금과 연봉을 고려했을 때 오승환의 몸값은 2년간 7억 엔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승환이 만일 메이저리그 진출에 염두에 두고 있다면 포스팅을 거쳐야 한다. 이 점이 오승환에게는 가장 큰 변수다. 포스팅 금액이 기대에 못미친다면 해외진출의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보직상 마무리투수인 오승환이 류현진 같은 선발요원처럼 엄청난 포스팅 금액을 제시받을 가능성은 낮다. 오승환의 강점인 시속 150㎞ 초반의 '돌직구'도 한국야구에서는 독보적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특출한 게 아니다. 설령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해도 마무리가 아닌 불펜투수가 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국내 최고 수준의 마무리투수가 최전성기의 기량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한국 프로야구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과거 국내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 중 선동열은 끝내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접었고, 구대성과 이상훈 그리고 현재의 임창용은 일본을 거쳐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982년생 오승환의 나이는 이제 서른, 실력은 전성기의 정점을 찍고 있다.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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