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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하라 1994' 고아라 정우 유연석

'응답하라 1994' 고아라 정우 유연석 ⓒ tvN


이제 다섯 남자 중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김재준일 가능성이 있는 남자는 두 명으로 압축됐다. 성나정을 가운데 세워두고 본격적으로 삼각관계 구도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녀를 좋아하는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두 남자, 쓰레기(정우 분)와 칠봉이(유연석 분). 아마도 성나정의 남편은 이 둘 중 한 명일 확률이 크다.

의외로 해태(손호준 분), 빙그레(바로 분), 삼천포(김성균 분) 중에 한 명이 성나정의 남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해태는 조윤진(도희 분)과 이상기류를 형성하고 있고, 빙그레와 삼천포는 지금까지 성나정과 그 어떤 로맨스를 보여주지 않았다. 혹시 모르는 일이나, <응답하라 1994>가 그렇게까지 반전의 드라마로 나아갈 것 같지는 않다.

멜로드라마에서는 늘, 아니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삼각관계가 <응답하라 1994>에도 존재한다. 지난 주까지 성나정의 로맨스는 쓰레기와의 단독질주였다.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자면서 같이 자라던 오빠, 그러나 그 오빠가 친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로맨스가 시작됐다. 한 집에 살았던 오빠였지만,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 오빠. 커가면서 성나정은 서서히 쓰레기에게 야릇한 감정을 차곡차곡 쌓게 된다.

성나정의 친구들과 쓰레기의 고향 선배들이 미팅을 한 자리. 거기에서도 쓰레기를 향한 성나정의 마음이 보였다. 성나정의 친구들이 고향 선배들이 아닌 쓰레기에게 관심을 보이자, 성나정은 칼같이 끊는다. 그 오빠 여자친구가 있고, 그녀와 동거까지 한다고 말이다. 성나정은 쓰레기를 정말로 쓰레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그녀에게는 소중한 쓰레기였으니까.

이제 쓰레기도 성나정을 향한 마음을 속으로만 간직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쓰레기에게도 고향 선배들이 다름 아닌 성나정에게 관심을 보이는, 똑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성나정을 소개시켜 달라는 고향 선배의 말에 쓰레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로 그녀를 자기 팔로 감싼다. 성나정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성나정과 쓰레기의 로맨스에 칠봉이가 짠 하고 나타나 제동을 걸고 만 것이다. 긴가민가했던 칠봉이의 마음은 어제 방송된 7회에서 그의 나레이션으로 완전히 밝혀졌다. 칠봉이는 성나정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게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남을 게 없던 시절, 야구보다도 나를 더욱 설레게 그리고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 생겼다.'

칠봉이의 로맨스 역시 은근하다. 성나정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햄버거 가게에 전화를 걸어 햄버거 50개를 주문한다. 당연히 성나정이 보고 싶어서다. 자신이 선발로 나서는 야구경기 결승전에 응원을 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것 또한 성나정이 보고 싶어서다. 좋아한다는 그 어떤 표현도 칠봉이는 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를 조금씩 귀찮게 할 뿐이다.

마운드에 선 칠봉이는 성나정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는 그 넓은 관중석에 성나정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잠시 후 칠봉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성나정이 관중석에 들어선 것을 보고 만 것이다. 마운드에서 바라봤을 때 관중석 사람들은 점들처럼 작게만 보일 텐데도, 칠봉이의 눈에 성나정은 너무도 크고 빛나게 보인다. 이미 야구보다 자신을 더욱 설레게 만든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성나정-쓰레기-칠봉이의 삼각관계가 형성됐다. 지금 성나정의 마음은 쓰레기에게 향하고 있고, 쓰레기 역시 성나정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고 있으며, 여기에 성나정을 향한 칠봉이의 마음이 가세했다. 아직 그들 사이에 갈등은 없다. 서로가 마음 속 감정을 끄집어내기보다는 그저 간직하고 있을 뿐이라서.

그런데 <응답하라 1994>가 그리는 삼각관계는 참으로 이상하다. 보통 삼각관계는 불편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혼란스럽거나 하는 감정들이 수반되어야 할진대, 묘하게도 이들의 삼각관계에서는 이러한 감정들이 전혀 생기지가 않는다. 반대로 맑고 풋풋하며, 신선하고 깨끗하기까지 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는 삼각관계다.

1994년을 살아간 대학생들의 로맨스라서? 그들의 사랑 표현법이 어눌하고 서툴러서? 물론 그 때문일 수도 있겠다. 촌스러운 것을 신선하다고, 어설픈 것을 풋풋하다고 좋게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존재한다. <응답하라 1994>가 그리는 로맨스의 터치는 여느 드라마의 손놀림보다 부드러우며, 자극적인 색채로 화려함을 뽐내기보다는, 투박하지만 순정의 색채로 담백한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삼각관계의 시작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세 명의 남녀주인공이 같이 잠들어 있는 모습은 불편함이 아닌 따사로움이었고, 민망함이 아닌 깜찍함이었다. 결국은 질펀하게 돌아서고 마는 삼각관계를, 이렇게 맑고 풋풋한 감성으로 연출해내는 드라마가 있었던가? 성나정의 남편이 누구인지 이제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들의 삼각관계에 더 깊이 빠져들고 싶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
응답하라1994 고아라 유연석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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