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브레싱>의 공식 포스터

영화 <노브레싱>의 공식 포스터 ⓒ (주)영화사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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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남정네들이 웃통을 벗고 수영을 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여성들을 설레게 만든 영화가 있다. <노브레싱>이다. 이종석, 서인국 등 청춘스타들의 웃통을 벗겼다는 자신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빠들 체취 100%! 진짜 입었다 벗은 수영복 쏜다!'는 멘트로 배너 광고를 할 만큼 노리는 타깃이 분명한 영화이고, 타깃의 대상이 된 팬들은 꽤 만족할 만한 영화임에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정말 잘 만든 영화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이 없다. 전형적인 설정과 진행은 이해하겠지만, 그 전형성 안에서의 만듦새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튀고 에피소드는 깊지 않다. 비슷하게 운동을 소재로 했던, 심지어는 쫄쫄이 의상도 비슷했던 <국가대표>가 보여주는 쫀득한 구성을 <노브레싱>은 갖지 못했다.

어쩌면 이 작품이 '청춘영화'라는 탈을 쓴 그 순간부터 이런 결과는 예고되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브레싱>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있다. 단순하다는 것. 이야기도, 에피소드도, 캐릭터도 복잡하지 않다. 이 단순성은 영화를 보러 온 이들이 가볍게 이야기를 즐기고 갈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아주 손쉽게 오빠들의 몸을 감상할 수 있다.

첫 영화 주연임에도 풍성한 연기 선보인 서인국

 30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노브레싱>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서인국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노브레싱>에서 은둔형 수영 천재 원일 역을 맡은 배우 서인국. ⓒ 이정민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딱 이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서인국에 대한 이야기라면 다르다. <노브레싱>이 위와 같은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쫀쫀함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그래도 볼만한 상업영화로서의 힘을 갖추게 된 것은 바로 서인국의 공이기 때문이다.

<노브레싱>은 이종석과 서인국이라는 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다. 하지만 시나리오 상에서 진짜 주인공은 서인국일 수밖에 없다.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최고'와 '최고의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꽃피우지 못한 망나니'의 조합은 스포츠를 소재로 한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전통적인 클리셰인데, 이 경우 후자에게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 망나니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는 순간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가 되기 때문이다. <노브레싱>도 정확하게 이 공식을 따른다.

서인국은 아직 발현되지 않은 천재 조원일을 연기하며 풍성한 연기를 쏟아낸다. 웃기고, 어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가슴 졸이는 이 모든 연기를 펼쳐낸다. <노브레싱>에서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낸 배우를 꼽으라면, 박철민과 서인국이다. 관록의 배우와 견줘도 될 만큼 서인국은 배역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응답하라 1997>에서 연기자로 눈도장을 찍었다면, <노브레싱>에서는 주연급 연기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걸 증명한다.

서인국의 라이벌로 나온 우상 역의 이종석도 좋은 연기를 펼쳤다. 전체적으로 튀는 이 영화에서 이종석은 자신의 톤을 끌고 가면서 안정되게 서인국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단지, 조금만 더 강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권유리 또한 크게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약간 튀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소녀시대 팬들이라면, 영화에서의 모습이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이미지대로 캐스팅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박철민은 박철민다운 연기를 했고, 박정철은 조금 오버한 것이 아쉽지만 영화 전체의 톤이려니 생각하면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서인국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를 넘어, '괜찮았다'를 넘어, '좋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가 연기로 영화 자체의 농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니까. 그래서 바라는 것은 이 배우가 어서 빨리 다른 작품을 찍었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세밀한 연기가 필요한 작품이라면 서인국이라는 배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의 다양한 얼굴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분위기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 그러니까 한 배우의 다른 연기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게 한 걸 보면, <노브레싱>은 서인국을 보기 위해서라도 극장에 찾아갈 가치가 있는 영화다. 아, 물론 '상큼이'들의 몸을 보는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노브레싱 서인국 이종석 권유리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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