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의 한 장면 MC 강호동이 맛있게 비벼진 비빔밥을 먹고 있다.

▲ 2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의 한 장면 MC 강호동이 맛있게 비벼진 비빔밥을 먹고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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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째 SBS 주말 예능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이 숟가락을 놓지 않고 있다. '다이빙' , '노래 만들기'에 이은 이들의 미션은 '집밥'으로 이어졌다. 주제는 거창하다. '당신의 마지막 한 끼는? 집밥'. 집밥 한 끼의 소중함을 알리겠다는 의도에 집중(?)하겠다는 것인지, 그들은 여전히 숟가락을 놓지 않고 있다.

27일 방송된 <맨친>은 아침방송의 외피를 두른 특정 출연자의 해명방송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맨친'은 연기자 박준규의 집을 찾아 맛있는 집밥을 얻어먹었다. 꼬막 탕수육, 난자완스, 고추장 자장면 등. 중식 일색으로 차려진 그의 집밥을 맛있게 먹는 '맨친'의 모습은 지난주 방송, 지지난 주 방송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메뉴만 바뀌었을 뿐.

'먹방'이 한껏 펼쳐지기 전 분량은 역시나 집 구경이 차지했다. 아침방송에서 허다하게 봐왔던 장면들이다. '맨친'은 박준규의 집 곳곳을 둘러보고, 그와 그의 아버지인 배우 故 박노식의 이력을 조명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 박종혁 군의 장기자랑 시간도 이어졌다. 훌쩍 커버린 종혁 군이 드럼 스틱을 들고 멋진 드럼 연주를 펼치자, <맨친>은 잠시 <스타킹>을 보는 듯한 장기자랑이 이어졌다. 이어 '맨친'은 아침방송처럼 음식이 준비되는 부엌으로 눈을 돌렸다.

박준규의 아내는 음식을 열심히 만들었다. 그중 시청자들의 눈에 익은 음식 하나가 등장했다. 바로 '공갈잡채'다. 당면과 간장 베이스 양념으로만 만든 '잡채'여서 '공갈잡채'란 이름이 붙은 이 메뉴는 사실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의 '야간매점' 코너에서 혹평을 받았던 음식. 박준규는 이 공갈잡채로 받은 설움을 풀기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선다.

'맨친'들은 모두 공갈잡채를 먹어보고 모두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막에는 각자 입맛이 다를 뿐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맛이 있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날 박준규는 공갈잡채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최종 밥도둑을 선정하는 토크에서도 이 메뉴를 강력하게 어필하며 '맨친'이 파김치, 가자미식해라 정했던 선택을 뒤엎도록 장난스럽게 종용했다. 결국, 이날 박준규 집밥의 밥도둑으로 선정된 메뉴는 공갈잡채였다. 이렇게 선정된 밥도둑 메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2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의 한 장면. MC들과 게스트 한은정이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먹고 있다.

▲ 27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의 한 장면. MC들과 게스트 한은정이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먹고 있다. ⓒ SBS


50분가량을 박준규 집에서 때운(?) '맨친'은 이후 한은정의 집안을 방문해 똑같은 방식으로 분량을 채운다. 집안 곳곳을 구경하는 것은 당연하고, 집주인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부분들을 들춰내며 자기들끼리 쑥스러워하고 자기들끼리 웃는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출연자만 바뀐 같은 포맷의 방송을 두 번 보는 셈이다. 구경을 다 마치고선 박준규의 집에서 싸온 음식을 이상하게도 한은정을 위해 차려준다. 박준규와 한은정, 둘 사이에는 어떠한 교감도 없다. 예전 어떤 방송 같으면 '맛있게 잘 먹어라, 고맙습니다 선배님' 정도의 영상 편지라도 등장했을 텐데, '맨친'은 그냥 이 집 음식을 저 집으로 옮긴 '출장 뷔페 놀이'라 할만하다.

이후 '맨친' 멤버 중 요리 좀 한다는 은지원, 김현중, 유이 등이 나선다. 다시 상다리가 휘어질 듯 차려진 두 번째 밥상. '맨친'과 한은정은 맛있게 먹을 뿐이다. 이들의 먹방은 맛집 프로그램의 그림과 흡사하다. 연예인이 먹는다는 점만 다를 뿐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면에 <VJ특공대> , <맛있는 TV> 자막을 갖다 붙여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맨친'은 좀처럼 숟가락을 놓지 못한다. 이제 그들의 승부수가 먹방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강호동을 주축으로 출발한 <맨친>의 초반 기획의도는 '친구들과 함께 지금 아니면 언제 다시 해 볼지 모를 첫 경험들을 해보자!'였다. 그런데 지금, 그 좋던 기획의도는 온데간데없다. 전주 한정식만큼이나 으리으리해 보이는 밥상과 음식을 한껏 밀어 넣어 터질 듯한 출연자들의 입 그리고 일반인이 보기에 매우 호화스러운 연예인의 집이 흔들리는 <맨친>을 지탱하고 있다.

몇몇 시청자들은 이제 <맨친>이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고 외친다. 진작부터 <맨친>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집밥'으로만 때우는 방송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프로그램 제목을 '맨밥의 친구들'로 바꾸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강호동과 그의 친구들은 이제 숟가락을 놓고 초반의 기획의도를 살리기 위한 콘셉트를 계획하든지, 아니면 간판부터 바꾸고 프로그램 자체를 재정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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