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새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파일링>

MBC의 새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파일링> ⓒ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최근 몇 건의 미제 사건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고, 덕분에 뒤늦게나마 가해자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는 일도 이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4일 방송되는 MBC 새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파일링>은 '마음'에 집중했다. 끔찍한 방법으로 또래 소녀를 살해한 소년의 심리를 들여다봤고, 강남의 집값과 학업성취도 간의 비례관계를 찾아봤으며, 사람의 심리에 따라 타인의 시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실험한 것이다.

<프로파일링>의 기획을 맡은 하태정 PD는 방송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소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현상의 답은 마음에 있고, 그것을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며 "인간 마음속의 또 다른 부분을 보고 궁극적으로 인간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김재영 PD 또한 "이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 기저의 심리를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다른 차원의 프로파일링, 빅데이터 분석…'프로파일링'의 신무기

이들의 말처럼, <프로파일링>은 사건의 표면적인 사실을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오히려 그 표면 아래 숨겨진 당사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제작진은 이것을 타 프로그램과의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영 PD는 "대부분은 제작진이 사건을 따라가고 그 곁다리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넣는다면, 우리는 전문가들의 해석을 좀 더 중요시하고 그걸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MBC의 새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파일링>의 기획을 맡은 하태정 PD.

MBC의 새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파일링>의 기획을 맡은 하태정 PD. ⓒ MBC


실제로 <프로파일링>은 언론에서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 단정한 용인 살인사건의 피의자에게 다른 관점을 덧댄다. 실제 전문가들이 그의 행동 패턴을 살펴본 결과, 피의자를 '싸이코패스'라 부를 수 없다는 것. 함께 연출을 맡은 민병선 PD는 "피의자를 싸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저변에는 경계를 쳐서 (피의자가)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밀어내려 하려는 심리가 있다"며 "그것보다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났는지, 문제가 우리 안에 있는 건 아닌지를 살펴보는 게 범죄를 예방하고 진짜 사건을 따라가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분석 기법인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도입한 것도 새로운 부분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대용량의 정보를 분석해 그 안에서 유의미한 요소를 밝혀내는 것. 최근 서울시가 실제 교통 데이터와 심야 이동통신 데이터 등을 분석해 심야버스 노선을 확정한 것이 그 예다. <프로파일링>에선 강남에 산재한 모든 아파트의 집값과 인근 초등학교의 학업성취도를 분석했다. 김재영 PD는 "'강남에 가야 학업 성적이 높아진다'는 풍문이 사실인지를 분석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든 사회 현상이나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에서는 그 원인을 표피적으로 건드리고, 사건 자체에만 몰입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사건의 진짜 원인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같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논픽션 장르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MBC 말고 다른 방송사에서도 아직 활발하게 새로운 논픽션 프로그램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이 장르도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행동의 원인을 심리적인 부분에서 찾고, 그 심리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를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김재영 PD)

범죄에 대한 면죄부, 재연 수위 등에 대한 우려도 있어

 MBC 새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파일링>의 연출을 맡은 김재영 PD.

MBC 새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파일링>의 연출을 맡은 김재영 PD. ⓒ MBC


일단 맛보기로 공개된 영상에서는 '심리를 들여다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북극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 그리고 <아프리카의 눈물> 등을 통해 내공을 다진 제작진이 뭉친 만큼, 그간 1차원적으로 받아들였던 사실의 이면을 최신 기법을 통해 분석해 나름의 해석을 던지는 데엔 성공한 듯하다. 또한 손쉽게 받아들여졌던 사회 현상과 사건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해석으로 보는 이를 이끎으로써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우려도 남는다. 특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의 행동에 또 다른 '원인'을 부여한다는 것은 자칫 범죄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수 있으며, 재연 수위 또한 고심해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해 민병선 PD는 "개인의 악마성도 충분히 인정한 상황에서 사회적인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 하는 차원의 접근"이라며 "한 차원의 분석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차원으로 분석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영 PD 또한 "사건의 직접적인 표현은 지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방송이 된다면 새로운 차원의 분석으로 호평 받을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아직 <프로파일링>의 정규 편성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태선 PD는 "일단 내부 시사에서는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시청자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방송 이후의 평가에 따라 (정규 편성이) 결정될 것 같다"는 말로 시청자의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프로파일링>은 4일(오늘)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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