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가 라이벌 아약스에 4-0 대승을 거뒀다. 승리 소식을 전하는 PSV 공식 누리집

PSV가 라이벌 아약스에 4-0 대승을 거뒀다. 승리 소식을 전하는 PSV 공식 누리집 ⓒ PSV 누리집 갈무리


박지성은 역시 큰 경기의 사나이였다. 녹슬지 않은 산소 엔진임을 입증한 박지성이 지난 22일(현지시각) 리그 라이벌 아약스와의 맞대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PSV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PSV는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 연속 무승(4무 2패)에 그치며 내림세를 보였다. 개막 후 리그 3연승을 달리며 순항하던 PSV는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1무 1패로 탈락한 것을 기점으로, 리그에서 3연속 무승부에 그쳤고, 유로파리그 1차전에서도 한 수 아래로 꼽힌 루도고네츠에 일격을 당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PSV의 경험 부족이 도마에 올랐고, 팀의 유일한 30대 베테랑으로서 박지성의 역할에도 아쉬움이 남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박지성과 PSV는 아약스전 완승으로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씻는 데 성공했다. PSV와 네덜란드리그 패권을 다투는 최대 숙적으로 꼽히는 아약스는 지난 3년간 리그 우승컵을 싹쓸이해왔고, PSV를 상대로도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다. 필립 코쿠 감독은 이날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박지성을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하며 다시 한 번 믿음을 보여줬다.

박지성은 이날 필드에 선발로 나선 22명의 선수를 통틀어 유일한 30대이기도 했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PSV는 물론이고 아약스 역시 최고령인 니클라스 모이산더가 27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팀이었다.

우승 경쟁팀들의 대결답지 않게 큰 점수 차로 승부가 결정 난 것도 바로 이런 경험치의 유무에서 갈렸다. 아약스와 PSV 모두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풍부하다. 젊은 팀은 한 번 흐름을 타면 무서운 폭발력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뜻하지 않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는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 박지성이 부진했던 지난 밀란 원정에서 PSV가 참패를 당한 장면이나, 이후 보여준 들쭉날쭉한 경기력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아약스가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아약스는 불과 4일 전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리오넬 메시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0-4 참패를 당했다. 그런데 대패의 트라우마가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또다시 리그 최대 라이벌을 만난 것. PSV도 최근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아약스전을 대비해 박지성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을 지난 경기에서 선발에서 제외하며 아약스전을 대비해오고 있었다.

후반 들어 살아난 PSV의 측면 역습

양 팀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이 시작되자 PSV의 측면 역습이 살아나며 분위기가 순식간에 기울었다. 후반 8분 팀 마타브즈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박지성의 네 번째 골까지, 불과 15분 사이에 네 골이 몰아 터졌다. 이는 아약스 선수들이 선제 실점 이후 심리적으로 흔들린 탓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박지성은 이날 활발한 움직임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 그리고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통해 공수에 걸쳐 활력소 역할을 해냈다. 공식적인 기록은 1골 1도움이었지만 실제로는 4골 모두에 박지성이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후반 16분 윌리엄스의 두 번째 골에서는 박지성이 문전 왼쪽으로 파고들며 중앙수비를 분산시킨 덕에 윌리엄스가 직접 슈팅을 노릴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

2-0으로 앞선 후반 13분.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에서 힐레마르크에게 완벽한 크로스를 연결하며 시즌 1호 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22분에는 상대 공격을 차단한 상황에서 왼쪽 측면에서 빠르게 상대 문전으로 쇄도한 박지성이 마타우시의 헤딩 패스를 이어받아 문전에서 골키퍼와의 완벽한 일대일 기회를 만들었다. 박지성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에 성공하며 쐐기골까지 터트렸다. 시즌 4라운드 헤라클레스전에 이은 리그 2호골이었다. 공수 양면을 가리지 않은 박지성의 넓은 활동량과 이타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PSV 입단 이후 체력적인 문제가 우려됐던 박지성이지만 필립 코쿠 감독은 이날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도 박지성을 교체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하게 했다. 박지성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공수의 완급 조절을 담당했다. 반면 아약스에는 이런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었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마음이 급했던 아약스는 성급한 플레이로 되레 추가 역습 기회를 내주기 일쑤였고 결국 4골 차까지 점수가 벌어지자 사실상 의욕을 잃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박지성같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경기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의 존재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PSV는 아약스전 완승으로 일곱 경기 만에 무승행진에서 탈출하며 승점 15점을 확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는 한동안 박지성과 PSV를 따라다니던 우려를 말끔히 씻고 정상 탈환을 위한 힘찬 시동을 다시 걸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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