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밥 프로젝트' 중인 SBS <맨발의 친구들>은 지난 8일 방송에서 요리연구가 이혜정의 집을 찾았다.

'집 밥 프로젝트' 중인 SBS <맨발의 친구들>은 지난 8일 방송에서 요리연구가 이혜정의 집을 찾았다. ⓒ S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지난 8일 방송된 SBS <맨발의 친구들>에서 멤버들이 요리연구가 이혜정의 집을 방문해 최고의 '밥도둑'으로 꼽은 전복장아찌를 만들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 가보면, 전복이 예전에 비해 꽤나 많이 싸졌다며 매번 세일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낯부끄럽게도 천원 깍은 9900원에 큰 건 두 개, 작은 건 네다섯 개까지 들어 있다. 라면에 넣어먹어 이른바 '라면 전복'이라는 별명이 붙은, 아주 작은 것들은 열 개 정도 들어있는데, 그 크기가 정말 큰 강낭콩만하다. <맨발의 친구들>에 나온 전복의 크기는 그 중 제일 비싼 전복만했다.

그런 전복을 사다가 집에서 제일 많이 해먹는 것이 죽이다. 예전에 조상들이 죽이나 국을 해먹은 이유가 뭐겠는가? 넉넉지 못한 형편에 적은 재료에 쌀이나 물을 넣어 여럿이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고안해 낸 요리가 바로 죽이나 국인 것이다. 음식점에 가서 전복죽이라고 나와도, 참기름 맛에 그저 전복이 스쳐지나간 듯한 음식이 나와도 우리는 전복이 비싸니 그러려니 한다. 몇 해 전에 전복 대신에 다른 해물을 넣고 전복죽이라 속인 사건도 다 값이 비싼 탓이었다.

그렇다면 이 전복으로 장아찌를 담그려면? 아니 장아찌를 담그고 자시고, 우선 맛을 본다며 <맨발의 친구들> 멤버들이 한두 개씩 집어 먹은 것만 비용으로 쳐도 몇 만원이 훌떡 지나가 버린다. 그런 비싼 전복으로 만든 장아찌가 밥도둑이란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지만, 이게 정말 집 밥일까?

TV에 맛있다며 등장하는 된장찌개에는 종종 차돌박이가 들어간다. 그러면, 그걸 보던 친정엄마는 그간 '엄마표' 된장찌개에 대한 자격지심이라도 느끼셨는지, 퉁명스럽게 "차돌박이를 넣었는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어!"라고 한 마디 던지신다. 허긴, 한우 차돌박이는 구워 먹기도 비싸서 자주 못 사먹는데. 아마 가정식 된장찌개라면, 멸치 몇 마리 던져 넣어 끓인 물에 된장 풀어 끓인 레시피가 대부분 아닐까?

<맨발의 친구들>의 흐드러진 '집 밥' 먹방이 남기는 문제점은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저녁 시간, 먹고, 또 먹고, 또 먹어대는 과식을 부르는 장면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도, 명색이 집 밥이라며, 전혀 평범한 집 밥일 수 없는 음식들을 들이대는데서 오는 위화감이 더 크다.

요리 연구가 이혜정이 모든 과일 등으로 효소를 담가 그것으로 요리의 맛을 낸다는 비법까지는 배울만했다. 하지만 그 효소를 넣어 만들었다며 즐비하게 나오는 요리는 결코 집 밥이 아니다. 갈치조림의 두툼한 갈치는 줄잡아 한 마리에 5만원은 넘어 보이고 조금 덧붙이면 10만 원짜리는 되어 보였다. 그 정도인데, 무슨 양념을 한들 맛이 없겠는가.

아니 그 보다도 더 서민들의 입장에서 속상한 건, 어느 집을 가나 푸짐하게 만들어 내는 묵은지 김치찜이다. 9월이다. 작년에 김장을 많이 해놓는다 해도, 김장 김치도 떨어져갈 시점이다. 그게 아니라면 김치를 담가 먹어야 하는데, 요즘 배추 값이 얼마인 줄 아는가? 고냉지 배추가 나와서 내렸다고 하는데 한 포기 7~8000원이다. 그나마 만원을 넘어가던 가격이 내린 게 그 정도다. 하도 배추 값이 오르니 김치 냉장고 회사가 다 떨고 있다는데, 김치 냉장고에 가득한 묵은지라니, 언감생심이다.

 김치 사업을 하고 있는 홍진경의 집을 찾았던 <맨발의 친구들> 멤버들.

김치 사업을 하고 있는 홍진경의 집을 찾았던 <맨발의 친구들> 멤버들. ⓒ SBS


<맨발의 친구들>의 취지는 좋았다. 집 밥을 먹어보고 그 중 맛있는 것을 혼자 사는 친구에게 가져다준다는 취지는 따뜻했다. 아침방송 같은 먹거리 소개 방송에서 조금 진화한 거 같기도 했었다. 하지만 김나운, 홍진경, 이혜정의 음식이 정말 집 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집에서 한 상에 전복장아찌에, 몇 만원하는 갈치조림에, 묵은 김치찜에,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차려서 먹을까? 이건 잔칫상도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의 경지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진 사람들에게 힘든 문제가 바로 먹고 사는 문제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그저 먹는 것만도 버거운 시기에, 이런 걸 집 밥의 먹방으로 들이밀면, 진짜 곤란하다.

게다가 매번 대뜸 남의 집 음식을 덥석 맨손으로 집어 먹는 것도 보기 좀 그런데다가, '설거지 먹방'이라며 이미 배부르게 먹고나서 재료를 다 집어넣고 비빈 뒤에 자신이 한 숟가락 먹고 그걸 다른 멤버들에게 권유하는 장면이나, 밥풀 묻은 숟가락을 부주의하게 텀벙 찌개에 넣는 모습은 '맛있어 보이는' 수준을 넘어선다. '호의'가 사라진 강호동의 먹방은 부작용를 부른다.

왜 굳이 좋은 취지를 분에 넘치는 음식으로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지, 어디서 본 듯한 기획도 기획이지만, 그 기획조차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저녁 시간 배고픈 사람들을 진수성찬으로 꾀어내려는 얍삽한 시도가 아니었다면, 정말 소박한 엄마의 정이 느껴지는 집 밥을 보여주기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맨발의 친구들 집밥 전복장아찌 이혜정 홍진경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