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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끝나자마자 화면에 비춰진 것은 그 열기가 화면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화재 현장이다. 그리고 그 화재 현장을 향해 이원종·조동혁·박기웅·전혜빈·최우식 등 익숙한 얼굴들이 방화복을 입고 나타난다. 이들은 방독면을 쓰고, 소방 호스를 들고 불타는 건물을 향해 달려 들어간다. 그런 그들을 배경으로, '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도대체 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의 도움이 필요한 걸까?

'맨발의 친구들' '스플래시' '심장이 뛴다'의 공통점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 SBS


앞서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아래 <맨친>)에서 은혁·김현중·유이 같은 이들을 다이빙대로 내몰았을 때, 그 위험성을 두고 많은 말이 있었다. 다이빙이 그저 물로 뛰어들기만 하면 장땡인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이 높이를 올릴 때마다 느껴지는 아득한 땅과의 거리감과 잘못된 폼으로 떨어질 때 나는 무시무시한 물과의 마찰음만으로도 충분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맨친>의 다이빙 미션은 비교적 무사히(?) 끝났다. 말 그대로 '신의 가호'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신의 가호'라는 걸 깨닫지 못한 탓일까.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아래 <스플래시>)는 아예 본격적인 연예인들의 다이빙 쇼를 선보였다. 하지만 <스플래시> 출연진 중 한 명이었던 이봉원은 다이빙 도중 눈 밑 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고 하차했다. 이봉원만이 아니다. 아이비·클라라·샘 해밍턴 등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이봉원의 부상을 그저 별 것 아닌 '타박상'으로 덮으려던 <스플래시>에게 돌아간 것은 '녹화 중단'이라는 결정이 됐다.

<맨친>과 <스플래시>, 그리고 6일 파일럿으로 방영된 SBS <심장이 뛴다>는 겉으로는 달라 보인다. 하지만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점, 그리고 연예인들이 자신의 직업과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신'을 찾게 될 때는 어떤 때일까? 자신의 능력 밖의 일에 운명적으로 몰리게 되었을 때가 아닐까? 자신의 힘으로 해내기엔 버거운 어떤 장벽에 부딪혔을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말이다.

<심장이 뛴다> 첫 방송을 보며 소방관이란 직업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고된 일상,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을 보람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119'로 상징되는 위급 상황에, 훈련이라기엔 미흡해 보이는 아주 짧은 시간의 교육을 받은 연예인들을 보는 위태로움이 프로그램을 지배했다.

'심장이 뛴다'가 '진짜 사나이'와 다른 이유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 SBS


사실 <심장이 뛴다>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아래 <진짜 사나이>)와도 비교되는 리얼리티 예능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는 이들의 정서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진짜 사나이> 속 무대인 군대에는 비교적 긴 훈련 기간이 있고, 각 부대에서도 '짬밥'이라 불리는 계급이 있다. <진짜 사나이>의 멤버들이 군대에서 하는 일 대부분은 진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전을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수로의 부상처럼 '사고'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심장이 뛴다>는 다르다. '대한민국 보통 남자'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야 하는 '군인'과는 달리, 소방관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인이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그저 잠깐 가서 방화복을 제 시간에 맞춰 입는 훈련을 하고, 소방 호스를 잘 굴리고 조이는 훈련을 하고서 현장에 투입되는 것만으로는 다 설명될 수 없는 극한의 강도를 지닌 직업인 것이다.

게다가 방송에도 담겼듯 소방관이 하는 일은 불을 끄는 게 다가 아니다. 119 구급 전화로 오는 모든 급박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그들의 몫이다. 자해를 하고 쓰러진 사람을 구조해야 하고, 방치하면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지도 모르는 동네의 말벌 통을 없애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심장이 뛴다>는 바늘이나 피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최우식을 현장에 내몰게 됐다. 눈물까지 글썽이면서도 그가 자해 상황을 견뎠으니 망정이지, 혹시나 그 현장에서 피를 보고 쓰러졌다면 제작진은 어떻게 했을까? 실제로 피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부는 피만 봐도 졸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만약, 최우식이 그랬다면 그것도 '리얼리티'라며 촬영해 방송했을까?

차라리 '소방학교'정도였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제작진은 '리얼'만을 추구하다 소방관이란 직종의 전문성과 극한성에 눈을 감았다. 실제 소방관들의 사고 뉴스가 안타깝게도 잊을 만하면 보도되곤 한다. 오랜 훈련과 고된 현장에서 단련된 소방관도 예측하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마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곳에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연예인들을 들이미는 것은, 몇 주 되지 않은 훈련 과정만으로 10m높이의 다이빙대로 그들을 내모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지금 '심장이 뛴다'에 필요한 건 '신의 가호'가 아니다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 SBS


일찍이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아래 <1박2일>)로 리얼리티 예능이 꽃을 피우면서, 출연자에 대한 가학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이제와 돌아보면 <1박2일>때는 먹을 거 안 주고, 찬 데서 재우고, 겨울날 옷 벗기는 정도였으니, 애교에 속했다. 사실 tvN <꽃보다 할배>의 처음, 이서진을 속였던 것도 그가 넘어갔으니 다행이지 '사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그 정도는 논란거리도 되지 않는다. 온 국민이 함께 보고 웃고 넘기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음 타자들은 더 독하고 세게 나갈 수밖에 없다. 훈련되지 않는 이들을 다짜고짜 높은 다이빙대 위에 세우고, 불꽃이 넘실대는 현장으로 투입한다. 게다가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보인 연예인들이 다음 작품 캐스팅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 또한 연예인들을 무모한 도전으로 내몰고 있다. 힘들게 오랜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를 하는 것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사람들을 한번 웃게 만든 것이 더 영향력을 행사하니, 어찌 이 고난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가 폐지된 것은 바로 열대 지역으로 체험을 다녀온 배우의 죽음 때문이 컸다. 물론 이봉원 개인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정도에서 위험한 다이빙 쇼를 끝낸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일 지도 모른다. <심장이 뛴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운 좋게 이번엔 사고 없이 끝났다지만, 그 다음은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신의 가호'만 바랄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노력'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심장이 뛴다 스플래시 꽃보다 할배 1박2일 맨발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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