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선수들 격려하는 홍명보 감독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 당시 모습 ⓒ 유성호


'홍명보호 3기'가 4전 5기 끝에 첫 승에 도전한다. 6일 열리는 아이티와의 평가전은 축구대표팀 홍명보호 출범 이후 다섯 번째 A매치이자, 월드컵 아시아예선 이후 유럽파 정예멤버가 합류한 첫 경기이기도 하다.

홍명보호는 지난 네 경기에서 3무 1패에 그쳤다. 내용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네 경기에서 1득점(2실점)에 그친 빈곤한 공격력이 첫 승 도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럽파들이 대거 합류한데다, 상대가 북중미에서 비교적 약체팀인 아이티라 첫승 가능성이 밝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티전은 크로아티아전 대비한 워밍업

FIFA 랭킹 74위 아이티는 한국(56위)보다 18계단이 낮다. 북중미에서도 최약체로 꼽히는 팀이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은 1974년 서독월드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지난 브라질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했다. 한국과는 아직 한 번도 격돌해본 경험이 없다.

그나마 이번에 입국한 아이티 선수단에는 북중미 최대 축구 축제인 골드컵에서 활약한 정예멤버들이 상당수 빠지며 1.5군이 왔다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축구팬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강팀과 단련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아이티 같은 약체가 웬말이냐며, 첫승에 굶주린 홍명보 감독을 위한 전시용 제물이 아니냐는 싸늘한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조금 더 강한 상대를 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당초 내정됐던 이란과의 평가전이 무산되면서 현실적으로 단시간에 새로운 팀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 유럽과 남미가 모두 아직 월드컵 예선기간이라 일정이 겹치지 않는 강팀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같은 시기에 과테말라-가나와 평가전을 치른다.

홍명보호로써는 9월 10일 피파랭킹 8위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7개월 만의 리턴매치를 치르는 게 강팀을 상대로 한 진짜 시험무대라고 할 수 있다. 아이티전은 크로아티아전을 대비한 워밍업 차원에서, 오랜만에 손발을 맞추는 유럽파와 국내파 선수들이 조직력을 다지는 데 의미가 있다. 10월에는 브라질-말리 등 각 대륙별 강자들과의 평가전도 예정돼 있다. 상대가 비록 약체라고해도 다양한 대륙을 상대들을 고루 접해보며 첫승과 골가뭄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을 위해 낫다.

골가뭄 해결할 최적의 조합은?

날아갈 듯 기뻐하는 구자철 축구대표팀 구자철 선수가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레바논전에서 후반 44분 팀의 세번재 골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활짝 펼치며 기뻐하고 있다.

6일 아이티전에서 눈여겨 볼만한 선수는 바로 구자철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12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레바논전에서 후반 44분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활짝 펼치며 기뻐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아이티전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역시 대표팀의 고질적인 골가뭄을 해결할 대안을 찾는 것. 4-2-3-1을 주 포메이션으로 하는 홍명보호에서 아직 적임자를 찾지못한 최대 취약포지션은 '1'에 해당하는 원톱이다. 현재 대표팀 최전방에 김신욱·이동국·박주영 같이 확실하게 검증된 공격수들이 빠진 가운데, 지동원(선덜랜드)·조동건(수원)·손흥민(레버쿠젠)·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중에서 전형적인 원톱 자원에 가까운 것은 지동원과 조동건이다. 이들은 최전방은 물론 측면으로 이동해 펼치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그러나 지동원은 최근 소속팀에서 부진했고, 조동건은 지난 평가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손흥민은 원톱보다는 소속팀 레버쿠젠에서처럼 왼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주목할 것은 구자철의 깜짝 기용 가능성이다. 홍명보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구자철을 이번 대표팀에서는 공격수로 분류해 눈길을 끌었다. 구자철은 과거 대표팀에서 종종 처진 스트라이커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경우는 있지만 스트라이커는 사실상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전문 공격수를 따로 두지 않는 '제로톱'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홍 감독은 오히려 원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홍 감독은 전술적으로 공격수에게도 잦은 포지션 이동과 2선 공격수들과의 유기적인 연계플레이를 중시한다.

구자철은 정확한 볼키핑과 침투 능력, 좌우를 오가는 폭넓은 활동량과 득점력까지 겸비한 선수다. 공격수에게도 미드필더의 역할을 주문하거나, 혹은 반대로 미드필더를 공격수에 가깝게 변칙적으로 활용하는 전술은 현대축구에서 빈번하게 구사되고 있다. 스페인이 지난 유로 2012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가짜 9번'으로 활용하던 것이나, 일본이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혼다 케이스케를 원톱으로 기용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지동원과 조동건이 강한 인상을 남기지못하며 현재 확실한 대형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홍 감독의 실험으로 볼수있다.

유럽파 vs. 국내파,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이번 대표팀에서 관심을 모았던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유럽파와 국내파간의 포지션 경쟁이었다. 지난 4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국내파들이 후발 주자로 합류한 유럽파들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2선 공격수 세 자리 중 오른쪽 측면은 부동의 주전으로 꼽히는 이청용(볼튼)의 아성이 견고한 가운데,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손흥민-김보경-이근호-윤일록의 4파전이 예상된다.

특히 측면과 중앙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김보경의 보직이 변수다. 김보경은 원래 왼쪽 측면에서 활약했으나 최근 소속팀 카디프에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주 나서고 있다. 이근호 역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며, 윤일록은 홍명보호 출범 이후 국내파 중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공격 자원이다. 그동안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해 대표팀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던 손흥민의 활용 여부도 눈길을 끈다. 홍명보 감독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를 주문하고 있어서 개인 기량보다 전술적 적응도가 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이 없는 대표팀의 중원은 하대성·이명주 등 국내파들의 강세가 유력하다. 수비라인은 그간 국내파 선수들 위주로 안정감을 보여준 것에 비해 이번 대표팀에서는 박주호(마인츠)·윤석영(퀸즈파크) 등 유럽파에, 홍명보호 출범이후 처음으로 합류한 베테랑 곽태휘(알 샤밥)의 귀환이 눈에 띈다.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리우는 홍정호와 김영권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센터백 라인에 '월드컵의 한'을 품고있는 곽태휘가 베테랑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수문장 자리도 지난 페루전에서 깜짝 발탁돼 강한 인상을 남긴 김승규(울산)가 정성룡(수원)의 4년 장기집권 체제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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