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이서진 '마마도' 이태곤

'꽃보다 할배' 이서진 '마마도' 이태곤 ⓒ tvN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첫 회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마마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꽃보다 할배>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제작진의 말대로 차별화에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허점이 보인다.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이효춘. 이들의 첫 만남은 삐걱거렸다. 김수미의 말처럼 여배우끼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친해지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런데 그들의 말은 지나친 면도 많았다. 물론 서로 갈등을 일으키다가도 다시 화해하고, 싸우다가도 다시 보듬어주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함이었겠지만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김용림과 김수미가 애견 사랑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로 충돌을 일으키더니 냉랭한 바람을 일으킨다. 서로에게 뒷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결국, 오징어와 맥주 한 캔으로 풀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제작진은 흥미를 유발하는 긴장감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효춘과 김수미의 다툼 역시 불편했다. 괜한 일로 언쟁은 시작됐으며,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다. 이효춘은 이런 것까지 촬영하냐고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제작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마도' 이태곤

'마마도' 이태곤 ⓒ KBS


<꽃보다 할배>로 넘어가 보자. 첫 회에서 백일섭은 자신의 아내가 정성스레 싼 장조림 반찬 통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진격만 하는 이순재에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여러 번 멤버들과의 동행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모습 때문에 불편하거나 언짢은 기분이 든 적은 한 번도 없다. 왜일까? 그건 제작진의 영리한 편집, 수위 조절, 무엇보다 백일섭의 솔직하고도 진중한 심정이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릴 만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마도> 가 <꽃보다 할배> 와 다른 점은 짐꾼 역할을 담당한 이들에게서도 명확하게 구분된다. <마마도> 는 이태곤을 선택했다. 드라마에서 왕 역할을 했고, 근육질이며, 호남형이고, 만능 스포츠맨에 이제 결혼을 해야 할 나이가 된 남자 배우. 이런 것들에서 이서진과 이태곤은 묘하게 겹친다. 아마도 <마마도> 제작진은 이왕이면 이서진과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듬직한 남자 배우를 짐꾼으로 섭외하고 싶었던 듯하다.

사실 <마마도> 에서의 짐꾼 역할은 누구도 부담스러워 할 자리다. 할매들과 여행이 뭐가 그리 신이 날 것이며, 그들의 시중을 드는 것이 뭐가 그리 재미나겠는가. 몇 회 찍다가 도망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이태곤의 말은 어쩌면 그의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이서진과는 참 많이 다르다. 얼추 비슷한 느낌에 비슷한 역할을 담당한 이태곤이지만, <마마도> 에서 그의 모습은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나이를 보면 이서진보다도 6살이나 어리다. 그런데 <마마도> 에서 그의 느낌은 되려 이서진보다 6살이 많은 듯하다.

 '꽃보다 할배' 이서진 백일섭

'꽃보다 할배' 이서진 백일섭 ⓒ tvN


이태곤의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그것은 그가 버릴 수 없는 마초적인 성향일 수도 있고, 대선배님들을 모셔야 하기에 갖게 된 긴장감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그의 터프함은 <마마도>의 콘셉트, 짐꾼의 캐릭터와는 잘 맞지 않는다. 강인한 남자다움이 할매들에게 귀여운 매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이효춘과 이태곤을 이어 붙이려는 시도가 농담인 줄은 알았지만, 웃음의 코드를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시도다.

이태곤은 자신의 나이에 갑절이나 되는 대선배 연기자들을 그리 어려워하는 눈치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붙임성이 좋은 성격임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때로 깍듯한 예우와 대선배님들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고, 그것을 드러낼 줄도 알아야 한다. 굽실거리며 안절부절못하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할매들의 짐들은 스스로 챙길 줄 알아야 하고,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무엇인지 늘 살펴보는 자세 정도는 필요하다.

<꽃보다 할배> 에서 이서진은 나영석 PD에게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다. 때로는 분개하기도 하고, 억울해하기도 하며, 주먹다짐할 태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할배들과 함께 있는 동안 그는 온전히 짐꾼, 심부름꾼, 네비게이터, 드라이버, 가이드, 보디가드로 돌아가 제 몫을 충실히 해낸다. 실수도 하고 답답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의 진심만은 오롯이 할배들에게 향해 있으며 그렇기에 할배들은 그를 아들처럼 아껴주고 감싸주며 쓰다듬어 주는 것이다.

이태곤이 반드시 이서진 스타일일 필요는 없다. 다만 어깨에 들어간 힘을 조금은 빼고, 마음 안에 있는 대선배님들에 대한 존경심을 겉으로 좀 더 많이 표현하면 어떨까? 이서진의 이러한 표현은 그를 급호감 배우로 오르게 한 결정적인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제 이태곤은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그를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꽃보다할배 마마도 이서진 이태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