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가 마침내 소치동계올림픽을 향한 첫 열쇠를 공개했다.

김연아는 지난 26일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를 통해 다가오는 2013~2014시즌 새 프로그램에 사용할 음악으로 쇼트프로그램은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프리스케이팅은 '아디오스 노니노'라고 밝혔다. 이전의 음악 패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다. 피겨여왕의 현역선수 마지막을 장식할 두 프로그램의 의미를 정리해 본다. 

쇼트=강렬, 프리=예술... 공식 완전히 깼다

 김연아가 새시즌 프로그램 선곡을 이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진행했다. 사진은 아이스쇼에서 새 갈라 이매진을 연기하는 모습

김연아가 새시즌 프로그램 선곡을 이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진행했다. 사진은 아이스쇼에서 새 갈라 이매진을 연기하는 모습 ⓒ 박영진


우선 이번 선곡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김연아가 선택했던 선곡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강렬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연기를 해왔다. '록산느의 탱고', '죽음의 무도', '007메들리' 그리고 지난 시즌에 선보인 '뱀파이어의 키스'를 생각해도 그렇다. 프리스케이팅에선 '미스사이공', '피아노협주곡 바장조', '레미제라블' 등 주로 기품 있는 클래식이나 뮤지컬 음악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이 모든 것이 깨졌다.

다가오는 소치동계올림픽은 김연아가 현역선수로는 마지막으로 설 '의미 있는 무대'이기에 전력을 기울인 듯했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는 타이틀에 앞서,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고 또한 아름다운 마무리하기 위한 시작으로 그간의 공식을 깼다.

김연아의 연기력, 이번에도 변함없을 것

 김연아가 새시즌 프리스케이팅 곡으로 강렬한 탱고르 선택했다. 사진은 아이스쇼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는 모습

김연아가 새시즌 프리스케이팅 곡으로 강렬한 탱고르 선택했다. 사진은 아이스쇼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는 모습 ⓒ 박영진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김연아의 연기력은 변함없을 것이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의 강렬한 탱고는 더욱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는 이미 지난 2005~2007년 주니어 시즌과 시니어 데뷔시즌에 '록산느의 탱고' 음악에 맞춰, 매혹적인 탱고 연기를 선보였다.

2007 세계선수권에서 당시 뼈아픈 부상이 있었음에도 김연아는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인의 극찬을 받았다. 당시 해외 방송 해설진들은 김연아의 점프와 표정연기 등을 보며 16살의 소녀로는 믿기지 않는 연기력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터로서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연기력'이다. 탱고는 그러한 김연아의 강점을 살려주기에 충분하다. 시니어 데뷔와 마무리를 모두 탱고로 해 김연아는 수미상관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게 될 예정이다.

'김연아만의' 새로운 프로그램 탄생 예고

 김연아가 새 프로그램을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손꼽았다. 사진은 지난해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을 아이스쇼에서 연기하는 모습

김연아가 새 프로그램을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손꼽았다. 사진은 지난해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을 아이스쇼에서 연기하는 모습 ⓒ 박영진


김연아의 선곡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것은 자신이 기존에 했던 연기가 아닌, 새로운 연기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김연아는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같은 프로그램을 연속해서 사용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면서 차츰 자신의 연기영역을 넓혀왔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피겨에선 아이스댄스 선수나 몇몇의 남자선수들이 사용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례에도 걱정이 없는 이유는 김연아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지난 2008~2009 시즌 프리스케이팅에서 세헤라자데를 연기했다. 당시 세헤라자데는 미쉘 콴(미국), 안도미키(일본) 등 여자 선수들이 몇 차례 연기를 한 바 있는, 피겨에선 비교적 유명한 음악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김연아는 특유의 연기력으로 새로운 세헤라자데를 탄생 시킨 바 있다. 김연아는 이번 탱고연기에서 이전의 록산느의 탱고와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겠다는 각오다.

또한 김연아의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안무와 함께 프로그램 사이에 있는 수많은 트랜지션 연결 동작이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점프와 점프 사이에 많은 동작을 연결시켜, 다른 선수들과도 차별화를 주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점프에서의 가산점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김연아는 지난 2013 세계선수권에서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에서 뛴 모든 점프요소에서, 남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가산점을 받아내기까지 했다.

김연아는 이번 선곡을 발표하면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 이제까지 해 온 것 가운데 가장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프로그램은 역사상 가장 난이도가 높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김연아가 해 온 연기와 프로그램을 본다면 이번에도 많은 기대를 가진다.

데이비드 윌슨 안무가는 "이번 프로그램은 역시 김연아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제목인 '아디오스'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영원한 이별을 뜻한다. 김연아가 현역선수로는 마지막으로 서는 소치올림픽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과 안무, 표현력이 어우러진 완전체로 피겨 팬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을 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연아는 오는 10월 말 캐나다 세인트존에서 열리는 피겨 그랑프리 2차대회에서 새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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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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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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