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숨바꼭질>에서 성수의 아내 민지 역의 배우 전미선이 9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숨바꼭질>에서 성수의 아내 민지 역의 배우 전미선이 9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남의 집에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숨바꼭질>은 극적으로 대립하는 두 배우 손현주와 문정희가 주축을 이룬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또 한 배우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성수(손현주 분)의 아내이자 아이들을 지키려는 엄마 민지 역의 전미선이다. 

평소 무섭거나 잔인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전미선은 사실적이고 생생한 느낌을 전하기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기를 통해 극적인 느낌을 더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3개월 동안 쉬면서 위기감을 느끼던 무렵, <숨바꼭질>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는 그는 "3분의 2 정도 보다가 차에서 내려서 숨 한 번 크게 쉬고 마저 읽었다"며 "갈증 났을 때 시원하게 물을 들이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시나리오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 막상 선택에는 신중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내가 아닌 누군가 해도 괜찮은 연기일 수 있었으니까요. 잘해봐야 기본이고, 성수와 주희(문정희 분)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었거든요. 못하면 통편집될 수도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모험을 해야 했습니다.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었고요. 손현주, 문정희씨와 밸런스를 맞춰보고 싶었어요."


극 중 피가 날 때까지 손을 박박 문질러 씻고, 다리에 칼까지 꽂히는 손현주는 "넌 편하게 할 수 있겠다"며 전미선을 부러워했다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전미선은 "자칫하면 영화가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질 수 있어서, 촬영하기 전에 손현주와 문정희의 연기를 보고 중심점을 찾아서 톤을 조절했다"면서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지만 오히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세 사람은 촬영장에서 눈빛으로 말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재밌게 촬영했다. 손현주와는 구면이었지만, 문정희와는 초면이었다. 전미선은 "문정희가 성격이 정말 좋더라"면서 "내가 낯가림이 있는데 정희가 먼저 다가오니까 고맙고 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가하면, 연출을 맡은 허정 감독은 주관이 뚜렷했다. 배우들에게 줄기차게 "한 번 더!"를 외치며 원하는 장면을 집요하게 얻어냈다.


20여년 연기했지만..."배우로 살면서 인생을 배운다"

TV에는 꾸준히 얼굴을 내비쳤지만,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인연이 되는 작품이 없었기에 꾹 참고 기다렸다"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은 '이러다 연기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너무 고르는 건 아닐까' 등 불안을 동반했다. 그러던 중 <숨바꼭질>과 KBS 2TV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의 출연 제의를 받았다. 전미선은 "하고 싶었던 연기를 방송과 영화에서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별력은 좀 생겼어요. 선택을 잘못하면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데 말이죠. 분별력은 책을 보는 눈, 역할을 보는 눈이죠. 한 신에 나와도 매력 있으면 좋겠어요.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아닐까요. 비중을 따지거나 대작만을 고집했다면 아마 결과가 다를 거예요. 주어진 역할이 주는 매력을 붙잡고 가면 커질 수밖에 없죠. 지금도 매일 배우는데 참 어려워요."


2009년부터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에서 선배 강부자와 호흡을 맞췄던 전미선은 "선생님들을 뵈면 '어떻게 하셨길래'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이 80이 되어도 전미선이라는 배우가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고백했다. 전미선은 "혼자 연기를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와 호흡이 맞아야 하기에 배우의 삶을 살면서 동시에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40대에 접어든 그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가고 있다"고 겸손을 표했다.

"30대 중반까지는 '그 배우 참 매력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그게 지금 나이네요. 지금까지는 잘해온 것 같은데 50대에는 어떤 모습일지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1개월 정도 쉬려고 해요. 지금까지 제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연기했고, 또 어떤 점이 모자랐는지 되돌아봐야할 것 같아요. 아직도 모자란 게 많네요. 이제 50대 전미선의 다지기 작업을 시작할 시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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