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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이 폐지설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즉시 "<1박 2일>이 폐지될 것이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이를 논의한 적조차 없다"며 "앞으로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KBS의 바람과 달리, 지금이야말로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듯하다.

 <1박 2일>은 이미 생명력이 소진된 프로그램이다.

<1박 2일>은 이미 생명력이 소진된 프로그램이다. ⓒ KBS


예전같지 않은 시청률·캐릭터 상실…생명력 다한 '1박 2일'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이 되는 경우가 있는 드라마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은 전성기를 지나 프로그램이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에 접어들고 나서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종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KBS로선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1박 2일>도 이미 이런 수순에 접어든 프로그램이다.

한 때 2년 가까이 시청률 40~50%를 넘나들며 '국민 예능'으로 추앙받았던 <1박 2일>은 나영석 PD를 위시한 '시즌 1' 제작진 및 출연진의 퇴진 이후 쇠락기로 접어들었다. <천하무적 야구단>을 이끌었던 최재형 PD가 2기 연출자로 합류하고 김승우·차태현·주원·성시경 등이 새 멤버로 투입됐지만 시청률은 10% 언저리에 머물렀다. 예전만큼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 실패하고 만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여행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와 감동을 찾아냈던 시즌 1과 달리 시즌 2는 게임과 복불복에 매몰되고 멤버들끼리 웃고 떠드는 의미 없는 장면만 반복 재생됐다. 그 결과 <1박 2일> 최대 강점이었던 수더분하고 소탈한 지역색, 주민들과의 허물없는 소통은 사라지고 야외 취침에 걸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멤버들 간의 악다구니만 남아 버렸다.

캐릭터 또한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민일꾼' 이수근, '은초딩' 은지원, '허당' 이승기 등 훌륭한 캐릭터들을 대거 배출했던 시즌 1과 달리 엄태웅·주원·성시경 등은 쉽사리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며 프로그램에 녹아들지 못했다. 멤버들에 대한 호감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좌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에서, 캐릭터 확립의 실패는 프로그램의 쇠퇴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나마 자기 역할을 했던 김승우가 중간에 하차를 선언한 것은 그래서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1박 2일>이 지난 6년 동안 내세웠던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 또한 훼손됐다. 멤버들끼리 먹고 즐기며 떠드는 사이 SBS <정글의 법칙>은 야생의 극단을 보여줬고, <런닝맨>은 게임과 추격전을 흥미롭게 접목했으며, MBC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는 완성형에 가까운 관찰 예능을 선보였다.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기 영역 대부분을 경쟁작들에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KBS는 이제 <1박 2일>이 구현한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야 한다.

KBS는 이제 <1박 2일>이 구현한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야 한다. ⓒ KBS


KBS, '1박 2일'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때

이처럼 특유의 내러티브가 상실되고 멤버들의 방황이 계속된 지난 1년 6개월 동안 <1박 2일>은 사실상 남아있는 생명력을 모두 소진해 버렸다. 유명 게스트를 초청하는 식의 '땜질'로 겨우 인공호흡을 하면서 꺼져가는 프로그램이 극적으로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시청률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화제성 또한 변두리로 밀려난 지 오래라면 이젠 폐지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때다.

물론 KBS가 <1박 2일> 폐지에 소극적인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1박 2일>은 2007년부터 6년 동안 KBS를 대표하는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활약하며 가장 치열한 격전지인 일요일 오후 시간대를 책임져 왔다. 한때 남녀노소 모두 아는 국민 예능의 반열에 올랐고 강호동을 비롯해 출연자 전원이 연예대상을 받는 기록을 낳았다. KBS가 단칼에 폐지하기엔 그간의 역사와 전통이 너무 장구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1박 2일>이 폐지되면 KBS에는 현재 예능계의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의 씨가 마르게 된다. KBS 예능국으로선 좋든 싫든 트렌드의 최전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1박 2일>의 잔류가 필요하다. <1박 2일>을 폐지하고 새 프로그램을 방송한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이 보장되는 것 또한 아니다. <진짜 사나이>에 치이고 <런닝맨>과 경쟁하는 현실이지만 <1박 2일>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현재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다. 현재 <일밤>이 그간의 부진을 씻고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과감한 포맷 변경과 끊임없는 혁신 덕분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아이들과 군대라는 새로운 소재를 투입해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KBS 예능국 역시 이 정도 모험은 해야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

<1박 2일>을 억지로 끌고 나가는 것은 당장은 안정적인 선택으로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해피선데이>, 더 나아가 KBS 예능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생각보다 많은 기회 비용이 들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조치는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과감히 내려놓는 것, 즉 <1박 2일>의 폐지여야만 한다.

이제는 <1박 2일>을 편하게 보내 줄 때가 됐다. 생명력을 다한 국민 예능이 더 이상 초라하고 쓸쓸해지기 전에 박수치며 떠나보내 줬으면 좋겠다. 추억과 전통은 역사로 남기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순리다.

1박 2일 강호동 나영석 이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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