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폐지된다. 마지막 방송 일은 오는 22일이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폐지된다. 마지막 방송 일은 오는 22일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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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게스트의 미래를 위해 "영원하라"를 외쳐댔던 이 영험한 도사님도 제 머리 못 깎는 중마냥 자기 미래는 예측하지 못했나 보다. 작년 11월 방송을 재개했던 강호동의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가 방송 7년 만에 폐지를 확정, 역사 속의 토크쇼로 박제된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한국형 TV 토크쇼의 한 획을 그으며 '독한 토크쇼' 시대의 새장을 열었던 <무릎팍도사>는 이제 '포스트 김재철' 시대의 MBC에서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의 뒤를 잇는 시청률의 희생자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됐다.

강호동의 복귀 이후 PD 교체, 올밴과 이수근 투입, 유세윤 하차 등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언제나 그 중심엔 '시청률 하락'의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2010년 김연아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전국시청률 21.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찍었던 <무릎팍도사>의 현재 스코어는 4~5%대.

시청률을 빌미로 유재석도 날려버린 MBC 예능국의 다음 타자가 이리도 빨리 강호동이 될 줄 짐작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릎이 닫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며 시대를 호령했던 <무릎팍도사>는 어찌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을까.

'힐링'이 대세가 된 시대, 순해진 강호동

현저히 '세기'가 약해졌다는 사실은 본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귀 이후 강호동의 진행 스타일 말이다. 특유의 윽박 혹은 에너지로 게스트들을 쥐락펴락하며 호령하던 '무릎팍도사'의 활기가 현저히 떨어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빈구석을, 그 사이 <라디오스타>에 입성하며 스타성을 키웠던 '건방진 도사' 유세윤이 채워줬었다.

자, 복기해보자. 다름 아닌, '무릎팍정신'을. 사건, 사고에 연루된 연예인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루머를 직접적으로 묻다 그들에게 "영원하라"며 무릎을 칠만한 고민 해결 아이디어와 포스터를 선사하던 <무릎팍도사>는 언제부터인가 <힐링캠프>보다 더 적극적으로 '눈물'을 끌어내며 쇼의 몸집과 정체성을 키워갔었다.

그래서 강호동의 잠정 은퇴 전까지, 두 프로그램이 한 집 살림을 하는 <황금어장>에서 '깐족'은 <라디오스타>, '감동과 치유'는 <무릎팍도사>로 양분되는 분위기였다. 돌아온 <무릎팍도사>는 후자에 충실한 듯 보였다. 요즘 더 착해진 김구라처럼, 강호동 역시 '충분히' 순해졌다. 강호동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린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힐링'이 대세가 되어버린 시대 분위기에 발맞춰 <무릎팍도사> 역시 전체적인 분위기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를 맞았다.

'무릎팍' 퇴장 이끈 1인 토크쇼의 퇴조와 종편의 역습 

<무릎팍도사>의 퇴장은 <놀러와> 때보다 훨씬 더 선명한 증거를 남겼다. 오후 11시대 시청 층의 확연한 이탈과 시청률 퇴조 말이다. 월요일 밤의 강자라는 월요일 <안녕하세요>도 고작 10% 전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제 10%의 벽은 시쳇말로 '넘사벽'이 돼 버렸다. 

스마트폰으로 위시되는 다변화된 채널의 변화와 종편의 역습이란 거스를 수 없는 방송 환경의 변화는 예상만큼 강력하게 진행되는 중이다(새로 시작하는 <슈퍼스타K>의 시청률이 주목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 안에서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예전보다 더 심심해진 (<무릎팍도사>가 호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욱이, <무릎팍도사>의 후발주자이자 빈자리를 공략한 <힐링캠프>를 제외하고 1인 게스트 토크쇼가 현저하게 힘을 잃고 있다. 2013년의 시청자들은 어쩌면 1시간 동안 1명의 게스트의 인생사 희로애락을 들어 줄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통을 깨며 시작한 1인 토크쇼의 전형인 <무릎팍도사>의 퇴장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MBC 떠나는 '무릎팍 도사' 강호동이여, 영원하라! 

MC 강호동 강호동과 김구라는 비슷한 시기 방송계를 떠났지만 현재 전혀 다른 처지에 놓여있다.

MC 강호동 ⓒ SBS

<황금어장>의 산파였던 여운혁 프로듀서는 JTBC로 이적해 <썰전>이란 히트작을 낳았다. 임정아 PD의 <유자식 상팔자>는 시청률 면에서 오히려 <썰전>을 앞서고 있다. <무릎팍도사>는 강호동과 게스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무릎팍 정신'을 만들었던 제작진이 떠나고, 뒤이은 PD들이 연이어 교체되고 자리를 못 잡는 건, 맞다, MBC 탓이다.

홍보성 게스트의 출연이 무슨 큰 문제인가.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고, 또 어떤 전략으로 한 인물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가가 중요하지. 그런 면에서 <무릎팍도사>의 질적 저하는 뒤숭숭한 MBC 예능국과 시청률만을 쫒는 방송사 분위기가 만들어낸 합작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재석에 이어 <뽀뽀뽀>와 강호동까지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무릎팍 정신'도 저리가라 할  MBC의 이 불도저 정신!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는 <무릎팍도사>의 후속이 예전 <황금어장> 초창기의 포맷을 연상시키는 재연 콩트와 토크를 결합시킨 <스토리쇼 화수분>이란 점이다. 좀 더 새롭고 핫한 형식은커녕 과거로만 회귀하려는 모습이 어느 높으신 분이 지닌 2013년의 시대정신과 꼭 닮아 있다고나 할까.

이랬거나 저랬거나,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선 언제나 아드레날린 넘치는 활력으로 토크쇼의 새장을 열고 또 닫고 있는 진행자 강호동씨, 수고 많았습니다. 부디 잠시라도 MBC를 떠나, '예체능'도 마음껏 하고 맨발로 '친구들'과 이곳저곳 누비며 세상의 여러 재미난 사람들과 함께 '스타킹'으로 남으시길.   

무릎팍도사 강호동 힐링캠프 MBC 화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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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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