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스터 고>에서 베테랑 에이전트 성충수 역의 배우 성동일이 1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미스터 고>에서 베테랑 에이전트 성충수 역의 배우 성동일이 1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배우 성동일은 영화 <미스터 고>를 찍는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여기에는 3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고릴라 링링과 풀 3D로 촬영했기 때문이었고, 중국이 한국 영화에 최초로 투자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로 호흡을 맞춘 김용화 감독과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성동일은 "김용화 감독은 물론, 스태프들도 대단히 고생을 많이 했다"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3D 영화가 많이 나왔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주목받았을 걸요? '대체 CG 어떻게 나왔느냐' '3D가 얼마나 피곤하지 않으냐'에 집중하니까 정작 드라마를 못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2D를 먼저 보고, 3D를 보면 좋다'고 말합니다. 좋으니까 한 번 더 보라는 게 아니에요. 충분한 드라마가 있는데 공이 날아오는 3D에 그게 묻히니까 말이죠. 생각해보세요. <아바타><트랜스포머>에 그렇게 드라마가 있나요?"


3D 카메라에 렌즈 하나를 갈아 끼우려면 45분이 걸린다. 포커스와 밸런스, 색감 등을 일일이 다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 번거로운 과정을 피하고자 카메라 각각에 필요한 렌즈를 끼워놨다고. 하지만 국내 여건상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미스터 고>의 스태프들은 2년간의 연습을 통해 45분을 28분으로 단축했다는 게 성동일의 전언이다. 그는 "스태프는 물론, 배우도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약속한 장소에서 10cm만 어긋나도 안 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연기도 연기지만 기술적으로도 정말 민감하더라고요. 한 번 NG가 나면 스테디캠 카메라 감독은 기절할 정도였으니까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 실제 영화와 같은 사전 애니메이션에 1억 9천만 원을 들였어요. 처음에 이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에 맞춰서 끊임없이 연습했죠. 이런 거 보면 김용화 감독은 참 대단한 머리를 갖고 있어요. 쓸데없는 컷을 하나도 찍지 않았죠."

김용화 감독 향한 믿음, 성동일은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성동일은 <추노> <장옥정, 사랑에 살다> <뉴하트> 등 작품에 한 장면만은 꼭 자신의 의지를 담아냈다. 대사나 행동 등을 즉석에서 넣곤 했다고. 하지만 <미스터 고>에서는 이런 성동일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깨알 같은 애드리브 대신 철저히 계산된 김용화 감독의 콘티가 있을 뿐이다. "토씨까지 대본이라, 감정을 폭발시키지 못해 답답하고 어려웠다"는 성동일은 "그동안 내가 한쪽 방향의 쉬운 연기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국가대표>나 <미스터 고>나 대본 보고 하자고 한 적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성충수는 나를 두고 썼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믿음이 있었죠. '이 정도는 성동일이 표현할 수 있다' '김 감독이라면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줄 거다'는 믿음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아니까요. 김 감독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은 사실 김용화 자신이에요. 성동일이라는 배우가 자신처럼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기게 제게 역할을 맡기는 거죠."


"똑똑하고 샤프한 인물보다는 희로애락이 있는 인물이 좋다"고 밝힌 그는 "재밌는 이야기로 관객을 웃고 울리고 한 번쯤 생각하게 하고 싶지, 누굴 가르칠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런 그가 김용화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김 감독의 영화는 정확한 인생의 사이클 같아서"이다. 즐거움과 기쁨, 슬픔, 화까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성동일은 "인생은 그런 거다. 한쪽은 힘들어도, 한쪽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G로 만들어낸 고릴라 링링 "<킹콩> <혹성탈출>과는 달라"

성동일은 <미스터 고>를 함께 찍은 웨이웨이 역의 서교와 고릴라 링링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장에서 성동일이 서교를 "연기 선생님"이라고 불렀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졌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였던 에이전트 성충수는 극 말미 웨이웨이에게 "링링을 데리고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예전의 성동일이라면 눈물을 터뜨리며 관객까지 울렸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짠한 눈물이겠지만 끝까지 성충수여야 하니까요. 김용화 감독도 '감정을 좀 더 줄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교의 눈을 되도록 안 보려고 했어요. 서교는 눈이 예쁘거든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모습을 보면 저도 팍 터져요. 극 중 성충수가 가장 인간적이고 외로운 장면은 링링과 막걸리 마시는 부분이죠. 이 장면이 기술적으로는 쉬웠어요."


"링링은 훌륭한 배우"라고 평한 성동일은 "'SF 영화가 아니니까 <킹콩>이나 <혹성탈출>처럼 어떻게든 링링을 의인화시키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 "야구 영화는 더더욱 아니"라고 선을 그은 성동일은 "<미스터 고>는 드라마를 만드는 영화"라고 미소 지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며 아시아 각국에 소개된 그는 <미스터 고>로 이 자리를 더 공고히 할 전망이다. <미스터 고>로 중국 무대인사에도 나서기 때문이다.

"아. 처음에 성충수가 부담스러워서 중국 사채업자 림샤오강(김희원 분)을 하겠다고 했는데 말이죠. 희원이가 정말 잘했어요. '네가 다 가져갔다'고 말했어요.(웃음) 이런 게 인생 아닌가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그게 진짜 인생사죠."



성동일 미스터 고 아빠 어디가 성준 김용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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