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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재 중 '사랑'과 '결혼'만큼이나 꾸준히 이야기되는 것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어지간히 신선하거나 충격적인 내용이 아니면 식상하기 짝이 없는 소재가 되어버렸고, 그에 따라 출생의 비밀 등 무리한 설정은 결말을 보기위해 감내해야 하는 '필수' 과정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의 주요 스토리에는 '출생의 비밀'이 없다. 일단 그 희귀함(?)이 무척이나 반갑고 신선하다. 그러니 만일 일부 통속적인 설정이 보이더라도 조금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아량(?)을 베푸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시대에 뒤떨어진 캐릭터와 상황 설정, 시청률 부진 불렀나

이 드라마는 현재 10% 미만의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은 드라마의 성패를 따지는 조건은 될 수 있겠지만 작품의 질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결혼의 여신>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결혼의 여신>은 좋은 드라마라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하다. 인물과 설정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드라마는 무척이나 세련된 외양이어서 그에 걸맞은 내용을 기대하게 되지만, 그것을 묘하게 비껴가고 있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대개 직설적이며, 그들이 의도하는 것을 아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간단명료하다. 그러나 대부분 강함과 거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듯한 캐릭터들이어서 시청자들을 짜증스러움으로 내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캐릭터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명료함을 정작 주인공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물론 송지혜(남상미 분)와 김현우(이상우 분)의 벼락같은 사랑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연의 남발로 개연성은 희석되고 있고, 삼각관계에 따른 우유부단함과 결단력 부족의 모습은 드라마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골고루 막장의 설정, 오로지 '출생의 비밀'만 없다

2013년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남녀의 결합을 '시집간다', '장가간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 유래와 깊은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뭔가 전근대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결혼의 여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그러한 느낌이랄 수 있겠다. 분명 껍질은 세련되었는데 내용물은 한참 전의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결혼의 여신>의 인물들을 살펴보자. 위의 삼각관계의 인물들 뿐 아니라, 부도덕한 재벌가, 바람피우는 남편과 얄궂은 행동의 아내, 툭하면 고함치고 아이들에게도 소소한 폭력이 일상인 부부, 성형을 일삼고 허황된 꿈을 꾸는 아이들, 부하직원을 단죄하는 기준이 아리송한 회사 상사 등이 있다. 인물들은 대부분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통찰력 있는 인물들도 찾기 어렵다. 찬찬히 살펴보니 '출생의 비밀'만 없을 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막장'에서 멀지 않은 듯하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순조롭고 세련되게 풀어가기만 한다면 무슨 상관이랴. 하지만 재벌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는 예리함과 풍자 등이 부족하여 그 의도를 읽기 어렵고, 분명 코믹한 설정인 듯한 장면들에서는 웃음보다는 실소를 머금게 만든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MBC <스캔들>, <여왕의 교실>, SBS <네 목소리가 들려>, <황금의 제국> 등에는 온갖 자극적이고 극단적 설정과 캐릭터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이들 드라마들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것은 소재와 설정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떤 식으로 전개해나가느냐가 분기점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막장과 명작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듯하다. 분명한 것은 <결혼의 여신>이 그 경계를 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점이다. 좋은 드라마가 되기 위한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