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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투입 이후 SBS <화신> 내에서 포지션이 애매해졌던 신동엽이 모처럼 자신만의 장기(?)를 발휘, 메인 MC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장기는 다름 아닌 신동엽만 소화할 수 있는 밉지 않은 '섹드립'과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콩트연기였다. 

16일 방영된 SBS <화신>은 자사 드라마 <결혼의 여신> 배우들을 게스트로 초대 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김지훈, 남상미, 이상우, 장영남 가운데 그나마 예능프로그램과 어울리는 배우는 김지훈 뿐이었고, 다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 탓에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다운되는 분위기였다. 때문에 MC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방송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주간 김구라의 진행과 엇박자를 내던 신동엽이 살아나줌으로써 평균 이상의 재미와 웃음을 담보할 수 있었다.

김구라가 평소보다 한 발 뒤로 물러선 느낌이었다면, 반대로 신동엽은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행을 이끌었다. 특히, '풍문으로 들었소' 코너에서 남상미의 가슴성형과 관련한 이야기가 진행되자,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아슬아슬한 '섹드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날 남상미는 학창시절 체육 전교 1등을 할 만큼 운동을 즐겼지만 남학생들의 시선이 불편해 가슴을 붕대로 동여매고 체육 수업을 받기도 했다고. 왜냐하면 가슴을 고정시키지 않고 뛰게 되면 놀림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신동엽은 "전 그런 친구들에게 '놀리지 마. 그러다 쟤 다음부터 안 뛰어' 라고 충고했다" 라고 너스레를 떨어 큰 웃음을 안겼다.

예측을 뛰어넘는 신동엽의 19금 토크에 스튜디오는 뒤집어 질 수밖에 없었고, 남상미의 가슴 성형과 관련된 오해도 웃음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신동엽의 활약은 비단 '섹드립'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를 빛내준 것은 이상우와 함께 펼친 남남커플 로맨스 연기였다. 마치 <SLN 코리아>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 신동엽의 표정 연기는 이날 게스트로 초대된 배우들 앞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인상을 남기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시작은 이상우의 키스신 모음 영상에서부터였다. 이날 배우 이상우에게는 '키스신을 잘 찍기로 소문난 배우'라는 소문이 따라붙었고, 제작진은 이를 증명하듯 그간 이상우가 펼친 키스신 모음 영상을 준비했다. 그중에서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선보인 동성 간의 멜로연기가 유독 MC들의 눈을 붙잡았고, 이상우와 봉태규는 즉석에서 동성애 연기를 펼쳤다.

두 사람 모두 훌륭한 연기자이니 만큼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으나, 무언가 2%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 이때 MC 김희선이 "이런 것은 신동엽을 빼놓을 수 없다"며, 이상우와 신동엽의 동성 멜로 연기를 다시금 주문했다.

부끄러운 듯 일어선 신동엽의 신들린 연기는 이상우와 눈빛을 교환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상우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신동엽의 눈빛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선택한 자신의 얄궂은 운명에 대한 후회와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동시에 느껴졌다. "상우야…"라고 낮게 읊조리는 대사와 맞물려 이상우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길에서는 '과연 신동엽의 콩트연기는 최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배우들 앞에서도 빛난 신동엽의 명불허전 콩트연기는 이날 <화신>을 살리는 데 있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화신>은 김구라의 투입과 윤종신의 하차 그리고 봉태규의 합류 등 MC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때마다 새로 호흡을 맞추고 진행에 있어 역할 분배를 계속 조정하다 보니 삐걱거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에서야 비로소 어느 정도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었다.  

5~6% 대의 시청률에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화신>이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어쩌면 신동엽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신동엽이 살아 난 이날 방송만을 놓고 보자면, 시청률 역시 전주에 비해 0.9% 상승, 6.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화신> 제작진의 신동엽 활용법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