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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재계 인사가 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이다. 그런데 이재현 회장은 건강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2008년부터 발병한 신부전증은 5기에 달해 신장 이식을 받아야만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도 모자라 고혈압과 고지혈증, 유전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까지 복합적으로 앓고 있는 중이다.

신경 근육계 질환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라는 질병은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한 유전병으로 증세가 악화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는 질병이다. 신부전증도 심각한 상황이라 올해 4월에 가족의 신장을 이식받으려는 준비까지 했지만 구속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 처하면서 현재로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CJ 측의 입장이다. CJ는 이 회장이 갖고 있는 일련의 질병을 이유로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이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으로 각종 병을 줄줄이 달고 살았다는 CJ의 입장 표명이 진정성 있게 들리지만은 않는 건 왜일까. CEO의 건강 이상에 관한 발표는 회사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사안인지라 CEO가 중병을 앓더라도 어지간하면 세간에 공표하지 않는 게 재계의 상식이다. 자사의 주식이 심하면 하한가까지 떨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CJ는 이재현 회장의 건강 이상을 무려 네 건이나 밝혔다.

그렇다면 CJ가 이런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프니까 재벌이다'라는 패러디도 있듯이, 검찰의 수사를 받을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병원 신세를 지는 재벌의 행태를 비꼬는 신조어다. 회사 주가에 마이너스 요인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건강 이상을 숨기지 않는 데에는 이재현 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는 중이라는 특수성이 감안된 결과다.

만일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CJ는 이재현 회장의 건강 이상을 공표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형량의 감형을 바라기 위해 '아프니까 재벌이다'라고 외친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재현 회장을 향한 비호라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 없다.

장윤정 장윤정

▲ 장윤정 장윤정 ⓒ 이정민


그런데 CJ의 '폭로'는 이재현 회장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다가 아니었다. 연예인을 향한 폭로, 특히 가수 장윤정의 가족사에 대해서도 이재현 회장의 건강 이상 발표 수위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낱낱이 폭로하고 있었다. CJ의 계열 방송사인 tvN의 eNEWS <기자 대 기자: 특종의 재구성>은 장윤정의 어머니 한 사람만 인터뷰한 게 아니라 장윤정의 남동생과 이모까지 세 명을 인터뷰했는데, 이 과정에서 장윤정의 사생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마구 들춰냈다.

CJ는 같은 폭로를 하고 있었지만 지향점이 달랐다. 앞에서 언급한 이재현 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회사가 스스로 폭로한 것에는 감형을 받고자 하는, 그러니까 회장 보호 차원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장윤정 관련 보도의 경우는 연예인의 보호 차원에서 이루어진 폭로가 아니다. 도리어 장윤정이라는 공인의 사생활을 대중에게 알 권리를 빙자하여 만천하에 폭로하는 황색언론의 저열한 언론플레이에 다름 아니다. 이런 tvN의 행보에 대해 방송인 안선영은 오죽하면 트위터에 "남의 집 가정사 그만 좀 들추지. 가엾다 너무"라는 멘션까지 남겼겠는가.

대중에게 알 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인터뷰라는 명목의 메스를 들이댐으로 장윤정 일가의 곪은 종기를 도려내기보다는 도리어 피고름이 터지게 만든 형국 아니겠는가. 대중에게 알 권리의 차원을 넘어서서 막가파 가족으로 둔갑시키는 CJ 계열 tvN의 과도한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만 징계 및 경고 조치를 내리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폭로라도 다같은 수준의 폭로가 아니다. 하나는 이재현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폭로요, 다른 하나는 대중의 알 권리를 빙자한 한 연예인의 과도한 사생활 폭로다. 대중은 우둔하지 않다. 때마침 불거진 건강 이상설이 누구를 위한 폭로인지, 연예인의 사생활을 무참하게 폭로하는 것이 진정한 언론의 역할인지 아니면 황색 언론의 몰상식한 언론플레이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대중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를 하나만 더 언급하고자 한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주요 포털사이트에 실리는 이재현 회장의 기사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에는 반대를 누르고 이 회장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하라는 카톡 문자 메시지가 팀장급 직원 및 일반 직원에게 하달되었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장윤정 이재현 CJ 기자 대 기자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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