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두산 경기. 2회초 2사 만루 한화 김태균이 3타점 안타를 치고 달리고 있다. 2012.5.15

최근 부진에 빠져있는 김태균 선수. 7월 1일 현재 63경기에 출전해 타율 .311 3홈런 2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예년 기록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 연합뉴스


한화 김태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는 바로 '연봉킹'이다. 15억 원 연봉을 받는 김태균은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다.

한국야구에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10억 원대 연봉을 돌파한 선수가 바로 김태균이다. 투자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한화 구단이지만 2012년 일본생활을 접고 세 시즌 만에 국내무대로 귀환하는 김태균을 위해 전례 없는 '대박'을 선물했다. 중심타자로서 정교한 타격과 파워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상징성까지 두루 고려해 김태균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에 가능한 연봉 금액이었다.

하지만 최고 연봉 선수라는 명예는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김태균에게 영광이라기보다는 족쇄가 돼버린 느낌이 더 강하다. 프로 선수로서 많은 돈을 받고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정작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선수에게 큰 부담이 돼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김태균의 부진, 한화도 책임 있지만...

김태균은 1일 현재 63경기에 출전해 타율 .311 3홈런 28타점을 기록 중이다. 보통 선수라면 준수한 성적이라고 하겠지만, 그것이 김태균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심타자로서 가장 중요한 홈런과 타점은 기대 이하다. 아무리 김태균이 전형적인 거포는 아니라지만 오지환(LG·6개)이나 김상수(삼성·5개)에도 못 미치는 홈런 숫자는 사실상 '굴욕'에 가깝다. 이대로라면 데뷔 2년 차이던 2002시즌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 돌파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3할대를 넘긴 타율만 전체 9위에 올라있으나 한때 4할대 타율에 도전했던 지난 시즌(.363)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것이고, 2012시즌까지 김태균의 통산 평균타율(.315)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특히 기회를 맞았을 때 해결해주는 것이 중심타자의 가장 큰 임무라고 했을 때 .246에 불과한 득점권 타율은 김태균의 이름값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김태균의 부진은 혼자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 한화 타선은 리그 최약체로 꼽힌다. 한화 타자 중에서 지금 다른 상위권팀으로 가도 당장 주전급으로 뛸 수 있을 만한 선수는 김태균밖에 없다. 자연히 앞뒤에서 김태균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동료 선수들이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니 투수들의 집중 견제는 김태균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투수들이 김태균에게 좋은 공을 전혀 주지 않기 때문에 타격감이 흔들리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이후 김태완과 최진행의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이 보이자 이번에는 김태균이 슬럼프에 빠졌다. 결정적으로 지난 26일 대전 삼성전서 타격 도중 손가락 부상까지 당했다. 그야말로 악재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한화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성적에 대한 책임이 나올 때마다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인 김태균은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상황은 김태균이 지난해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우려됐던 부분이다. 이대호가 일본무대에 진출하면서 김태균은 자연스럽게 국내 최고의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이대호와 달리, 국내무대에서 뛸 때도 압도적이라는 인상을 준 적은 없다. 2012년 복귀전까지 국내에서 이렇다 할 개인 타이틀도 2008시즌 홈런왕 1회뿐이었다. 더구나 일본 무대에서도 사실상 계약 파기로 중도 귀국해 성공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연봉에 걸맞은 결과 내야 하는 '프로의 운명'

사실 지나치게 높은 '몸값'만 아니었다면 김태균의 부진은 충분히 동정을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김태균이 복귀한 이후에도 한화는 두 시즌 연속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김태균 한 명에게 투자할 몸값으로 차라리 '일찍부터 유망주 육성에나 투자했더라면…'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김태균의 몸값이 다른 선수들과의 위화감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가 봐도 현재 김태균의 활약이 15억 원 연봉에 걸맞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타율과 출루율은 돋보이지만 김태균이라는 선수에게 기대한 역할은 이런 게 아니었다. 일부 팬들은 김태균을 두고 '15억 원짜리 똑딱이'라며 비아냥거린다. 본인 스스로도 최고 연봉 선수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김태균은 4~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수많은 별명을 양산하며, 국내 스포츠 선수 중 비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별명을 보유한 선수로 불리기도 했다. 2009년 WBC에서 맹활약하며 국제적인 인상도 남겼다. 하지만 성급했던 일본 무대 진출의 실패에서부터 시작된 악순환은, 공교롭게도 친정팀 한화의 암흑기와 맞물리며 김태균의 수난사로 되돌아오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의 설문조사에서 롯데 흑인 투수 쉐인 유먼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래저래 좋은 일로 이슈가 될 일이 거의 없는 김태균의 요즘이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고연봉 선수들의 부진은 김태균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승엽(삼성)·김동주(두산)·이택근-김병현(이상 넥센)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올 시즌 몸값 대비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질타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프로에게 높은 몸값은 곧 자존심의 상징과도 같다. 그러나 높은 몸값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과 부담감도 감수해야 하는 게 프로의 잔혹한 운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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