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아나운서와 그의 남편인 시인 조기영(좌)

고민정 아나운서와 그의 남편인 시인 조기영(좌) ⓒ 고민정 아나운서 블로그


KBS 고민정 아나운서가 지난 28일 방송 이후에 보도된 다수의 기사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KBS <가족의 품격-풀하우스>에 출연해 자신의 남편인 시인 조기영씨와의 사연을 공개했다.

방송은 '일이 먼저인 남편 VS 가족이 먼저인 남편'을 소주제로 진행됐다. 가수 아이비, 헤어 디자이너 차홍, 배우 이승신 등과 함께 출연한 고민정 아나운서는 남편이 희소병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결혼 생활에 있어서 자신의 월급으로 가정 경제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나름의 소신을 전했다.

방송 이후 '명품백이 없는 아나운서'라는 등의 일부 내용만 발췌돼 기사화되자, 고민정 아나운서는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그 사람의 꿈을 접게 할 순 없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고민정 아나운서는 "내 월급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말은 물론 내가 한 말이지만 앞뒤 문맥 없이 그 부분만 기사 제목으로 만드니, 의도와는 전혀 다른 말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이어 "마치 난 소녀 가장이고 남편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다"며 "남편의 경제활동을 반대한 건 나이고,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하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남편"이라며 속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조기영 시인과 고민정 아나운서는 2005년 10월 9일에 화촉을 올렸다.

다음은 고민정 아나운서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전문이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내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걸까, 내가 너무 민감한 걸까.

내 월급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말. 물론 내가 한 말이지만 앞뒤 문맥 없이 그 부분만 따서 기사 제목으로 만드니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말이 되어버렸다.

꿈이 없던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순간순간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언론인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고민정을 만들어준 사람이 남편이다.

그런데 마치 난 소녀가장이고 남편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다.

난 지금껏 남편이 작가로서 돈을 벌기 위한 글을 쓰는 걸 반대해왔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게 아니듯 돈을 벌기 위해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의 경제활동을 반대한 건 나인데... 꿈도, 미래도 없던 대학생인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줬던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아무도 내게 아나운서의 가능성을 찾아보지 못했을 때 그걸 발견해줬고 말솜씨도 글재주도 없던 내게 꾸준히 옆에서 선생님 역할을 해줬다.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그저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닌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옳은 소리를 해준 것도 그 사람이다. 아무런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 위에 작게나마 지금의 나란 사람을 그려준 것 또한 그 사람인데 지난 15년 동안 그렇게 나를 빛나게 하기 위해 스스로 빛도 나지 않은 역할을 해왔는데 한 순간에 아내에게 모든 짐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남편이 돼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그것도 나로 인해...

남편은 지금도 '돈 안 버는 건 사실인데 뭐'하며 웃음을 짓지만 항상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 '항상 나한테 좋은 얘기만 있을 수 있겠냐'며 날 위로하지만 나로 인해 내 가족이 화살에 맞았는데 그저 넋 놓고 볼 수만은 없었다.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선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 우린 가족이니까....



고민정 KBS 풀하우스 명품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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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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