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병사' 문제를 다룬 SBS <현장21>의 한 장면

'연예병사' 문제를 다룬 SBS <현장21>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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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병사 B가 아파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던 것…."

이쯤 되면, 안타까운 수준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것으로 모자라, '국방부가 안티'란 말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할 법 하다. 안마시술소에 출입했다가 SBS <현장21> 취재진에게 딱 걸린 연예병사를 두둔하겠다고 나선 국방홍보원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변명이 "아파서 17만원짜리 안마방에 갔다"는 수준이다.

25일 방영된 <현장21>의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편의 논란이 일파만파 커질 기세다. 이미 방송에서 안마시술소 출입의 당사자로 지목된 가수 출신 세븐(최동욱)을 비롯해 현역 연예병사들의 이름이 포털과 SNS를 뒤덮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일었던 비(정지훈)의 '휴가·복장' 논란을 뛰어 넘어, 잠복에 이은 <현장21>이 단 하루 동안 포착한 화면엔 연예병사들의 휴대폰 사용, 음주, 복장 등 복무규정 위반은 물론 유흥업소 출입 모습까지 담겨있었다.

사실, 지난 1월 정지훈에 대한 휴가·복장 논란이 일었을 때, 비 측은 특혜 논란은 억울하단 입장을 고수했었다. 돌이켜보면, 비의 이러한 항변은 진실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장21>이 담은 연예병사들의 일상만 놓고 보면, 비의 휴가일수나 복장 상태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된 셈이니까 말이다.

문제는 <현장21>이 지적한 것과 같이 지난 1월 논란 이후, 국방부가 나서 연예병사들의 규율을 관리하겠다며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5개월 뒤 터진 연예병사들의 '일상'적 '일탈'에 대해 국방부는 이제 어떤 변명을 내놓을 것인가.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덮어두기엔, <현장21>의 취재는 '몇몇 연예병사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치부할 수 없이 광범위하게 퍼진 일상임에 틀림 없어 보였다. 

 '연예병사' 문제를 다룬 SBS <현장21>의 한 장면

'연예병사' 문제를 다룬 SBS <현장21>의 한 장면 ⓒ SBS


'내 머리 속 지우개'를 가진 것이 틀림 없는 국방부

분명한 것은 MBC <진짜 사나이>가 불러일으킨 군대에 대한 재조명과 긍정적인 효과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금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체 일반병사와 그 가족들이 쏟아낼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는 쉬이 비켜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터다. 의무교육 시 신성하다고 그리도 강조하는 '국방의 의무' 중 일부가 저리 쉽게 안마방에 출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개운한 뒷맛을 가질 이가 그 누가 있을까.

여전히 핵심은 '관행'이요, 그 관행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 국방부의 의도된 무능일 것이다. 연예병사의 특혜는 태생부터 잉태되어 있던 것이다. 공연과 공연 연습과 같은 불규칙한 생활의 반복인 연예병사들에게 일반 병사들과 똑같은 규율과 내무반 생활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제는 그 특수한 연예병사들을 관리하는 국방부의 의지였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특별관리지침'이나 발표해 놓고 반년 동안 방치했던 국방부가 이번엔 어떠한 한심한 변명을 늘어 놓을지 사뭇 궁금하다. (하지만 국방홍보원은 아직 공식 보도자료는 물론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결국 또 다시 불거진 연예병사 논란은 안보를 지킨다는 미명아래 규율과 기강을 무기처럼 내세우는 우리 군 조직 특유의 '내 머리 속 지우개'와 같은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마치 자살과 총기사고 등 군 관련 사건사고가 터지면 일반 사병들의 규율만을 문제 삼고선 재빨리 제자리로 복귀하는 조직 분위기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안보를 무기로 제 조직을 돌아보지 않는 국방부의 홍보 활동은 이제 좀 자숙해야 마땅할 것이다. 최근 교육부에 공문을 이첩하는 형식으로 국방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교사들을 상대로 군부대 전투체험 행사에 참여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나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특전사 체험' 같은 전쟁 분위기 조성은 제발 평화 교육으로 대체하도록 하자.

그리고 그 시간에 안마방과 회식, 유흥가 출입으로 원기회복을 한 뒤 군 사기 확립을 위해 공연에 나서는 홍보지원대의 관행을 먼저 손 보는 것이 안보만큼이나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일일 테다. 지난번엔 '비'로 그쳤지만, 이번 논란은 '태풍'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서 말이다. 

현장21 연예병사 세븐 상추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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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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