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웃고 있다.

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웃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예매 관객 수가 전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전체 관객 수의 2배가 넘더라고요.(웃음) 그동안 흥행은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강 건너 잔칫집 보듯 생경했죠. 기대가 워낙 컸던 작품이라, 적당히 잘 되면 욕먹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기대만큼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영화는 과정 못지않게 결과도 중요하더라고요. 결과가 잘 나와서 어느 정도 부담을 덜게 된 것 같습니다."

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 영화를 연출한 장철수 감독은 "세상에 세 가지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잘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 중 '해야만 하는 이야기'였다고. 동명의 원작 웹툰을 보고, 장철수 감독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남과 북, 어느 곳으로도 가지 못하는 원류환과 리해랑, 리해진은 배우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로 재탄생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한 장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한 장면 ⓒ (주)MCMC




"분단 후 60년이 지났는데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지금도 분단을 소재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분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고착화된 현실로 여기고, 통일 이야기를 진부하게 느끼죠. 그런 사회 분위기가 안타까웠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비극은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있을 거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고, 희생되는 사람들은 가장 꽃다운 젊은이일 것이고요."


장철수 감독이 일생의 화두로 삼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이다. 앞서 선보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역시 인간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고 밝힌 장 감독은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김복남(서영희 분)도, 원류환(김수현 분)도 폭발하는 것"이라면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인간의 생명이 시스템 안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멸치 대가리만도 못하게 취급받는 상황을 보며 더욱 이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엇갈린 평가 듣는 심정은? "발전된, 완전한 결과물 내고 싶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영화가 공개된 후 대중의 평은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멋진 영화"라고 환호했지만, 한편으로는 "웹툰을 영화로 옮기는 데 급급했다"고 평가했다. "좋은 평도, 나쁜 평도 모두 밑거름이 되기에 평을 굉장히 귀담아듣는다"는 장철수 감독은 "그래도 첫 작품이나 두 번째 작품이나 논란은 만들어낸 것 아니냐. 무관심보다 낫다"고 미소 지었다. 호평에 기뻐하고, 혹평에 마음 아파하는 보통 사람이지만 "다음에는 좀 더 발전된, 완전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장 감독의 속내다.

"전작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셔서 늘 고마우면서도 짐이 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기대를 안 하게 하면 그것 역시 아무 의미가 없는 거니까요. 기대보다 큰 만족을 줘야 성공하는 건데, 영화를 만드는 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전 감독이나 배우보다 작품이 우선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운명과 생명을 가져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죠. 그 길만 고민했습니다. 제가 한두 작품 하고 끝날 것도 아니고, 또 기대를 채울 작품을 만들 자신도 있으니까요."

 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과거 영화감독으로 데뷔도 못하고 퇴출당할까 봐 두려웠다는 장철수 감독은 "데뷔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두 번째 작품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데뷔만 하면 삶이 바뀔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는 신인 연예인들의 속내를 듣는 듯했다. 장 감독은 "매 순간 외줄 타기 하듯 관문을 지나는 게 운명이자 숙명"이라면서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즐겨야 하는 거더라"고 말했다. 그는 "한 작품도 실패하지 않는 감독, 실망을 주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언론시사회 당시 장철수 감독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스스로도 계속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장 감독은 "스스로 거는 일종의 주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신인 감독과 대결해도 신선함에서 뒤지지 않고 싶다는 그는 "새로움과 재기 발랄함, 놀라움에서는 특히 뒤지지 않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고도 제 작품이 살아 있다면, 덜 미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잠깐 나왔다가 소구되기보다 오래 남는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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