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과 함께하는 김치 나눔 행사' 시작 전 단체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대대표 유도 선수이자 코치인 송대남, 배우 유태웅, 가수 춘자, 정훈 유도 국가대표 감독, 배우 이종원, 개그맨 김기수, 배우 임대호, 위양호, 유도선수 김재범.

'이종원과 함께하는 김치 나눔 행사' 시작 전 단체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대대표 유도 선수이자 코치인 송대남, 배우 유태웅, 가수 춘자, 정훈 유도 국가대표 감독, 배우 이종원, 개그맨 김기수, 배우 임대호, 위양호, 유도선수 김재범. ⓒ 정원석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좀처럼 한자리에서 볼 수 없을 법한 이들이 16일 한 자리에 모였다. 그것도 광주광역시에서 말이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명품 배우들과 런던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배우 이종원을 축으로 한 따뜻한 김치 나눔 행사가 있다는 소식에 광주를 찾았다.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가 난 것처럼 이종원은 자신의 이름을 건 김치 사업을 최근에 시작했다. 지인(왕인식품: 박정희 대표)과 손잡고 건강한 김치 사업에 대한 포부를 전했던 그가 공식적으로 처음 행하는 것이 나눔 행사라니. 주변에서도 의아하단 반응이 일어날 법했다.

오후 1시를 기해 광주시 서구 염주체육관에는 약 100여 명의 광주 시민이 자리했다. '이종원과 함께하는 김치 나눔 행사'라는 취지에 동료 배우 임대호, 유태웅, 이정용, 개그맨 김기수와 가수 춘자, 그리고 런던올림픽 유도 국가대표 정훈 감독과 송대남 코치, 김재범 선수가 모였다. 이 정체불명의 구성에 대해 나름 이름을 붙여보자면 '이종원과 착한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그들이 담근 김치의 특별한 양념은 '나눔'인 셈.

 16일 오후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김치 나눔 행사 현장.

16일 오후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김치 나눔 행사 현장. ⓒ 정원석


대규모 나눔 행사, 모두가 자발적 참여자들

배우 이종원이 '리치엔김치'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한 지 이제 3개월이다. 아직 브랜드도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나눔 행사라니 뭔가 낯설다. 이날 체육관에 모인 이들이 함께 담글 김치는 약 4톤 분량. 대규모 프로모션이 아닌 말 그대로 '대규모 나눔'이었다.

약 9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 규모에 100여 명이란 숫자는 충분히 적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적은 숫자엔 분명한 이유와 나름의 진정성이 있었다. 정계, 지역 인사들의 참여 없이 광주지역 자원봉사단체 '한빛' 등 순수한 광주 지역 주민들만이 이번 행사에 참여한 것.

한 현장 관계자는 "이종원 배우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오는 지역 행사인 만큼 지역 정치인들이나 시 관계자가 참여하길 원했지만 순수성이 훼손될 우려에 거절한 걸로 알고 있다"며 귀띔했다. 서울에 비해 연예인 출연행사가 적은 만큼 이 정도 규모면 지역 유력 인사들이 함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말 그대로 이번 행사에선 가족 단위의 시민들을 제외하고 그 어떤 정계 관계자는 볼 수 없었다.

이종원은 취재진에게 "나에게 맛있는 김치가 다른 사람에게도 맛있을 거란 믿음에 시작했다"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거액의 돈을 쏟아야 한다면 차라리 이웃과 함께 하는 나눔 행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그는 시민들의 요청에 그 유명했던 한 스포츠브랜드의 '의자 퍼포먼스'를 선보여 몸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순간만큼은 20년 전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분위기였다.

 16일 오후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김치 나눔 행사 현장. 배우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16일 오후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김치 나눔 행사 현장. 배우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 정원석


 16일 오후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김치 나눔 행사 현장. 김치를 담근 후 참가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16일 오후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김치 나눔 행사 현장. 김치를 담근 후 참가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정원석


함께한 동료 배우들도 헌신적이었다. 중년 몸짱 배우로 유명한 배우 이정용은 이날 행사의 진행을 도맡았다. 오는 7월 뮤지컬 공연을 준비 중인 그는 시민들 앞에서 직접 <지킬 앤 하이드>의 곡 중 하나인 '지금 이 순간'을 열창해 환호를 받았다. 김기수는 <개그콘서트> 시절 본인의 특기였던 '댄서 킴'의 댄스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껏 올렸다.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맛깔나는 연기를 보였던 위양호를 비롯해 유태웅, 가수 춘자, 그리고 김재범, 송대남 선수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포기 배추에 양념 속을 한껏 밀어 넣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 계속되는 행사에 요령을 피울 법도 하지만 이마와 콧등에 땀이 맺히면서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배우 임대호는 김치를 담그다가도 고무장갑을 벗고 동료들에게 물과 음료를 가져다주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오랜 시간 이종원을 봐온 정훈 감독은 "(이종원이) 고등학교 후배지만 이런 일을 기획한 건 본받을 일이다"라며 "사업의 영역이기 이전에 좋은 취지로 하는 만큼 기분 좋게 오늘 후배 선수들을 데리고 모였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정훈 감독과 이종원 배우는 'G클럽'이라는 봉사 모임을 오래전부터 함께하고 있었다.

"종원이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함께 하는 우리들"

김치 담그고 끝인가? 그게 아니었다. 이날 잘 포장된 4톤의 김치는 광주 시내 14곳의 사회복지기관으로 나눠 배달됐다. '이종원과 착한 친구들'은 이중 선애원이라는 보육원을 함께 찾아 직접 김치 상자 42상자를 날랐다. 약 500kg에 달하는 무게였다.

보육원에 도착하자마자 김기수는 한달음에 자신을 반긴 아이를 껴안고 달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부르는 행사는 어디든 달려가지만 항상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무겁다"며 김기수는 한참을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다.

나눔을 위해 찾은 연예인들을 위로한 건 오히려 아이들이었다. 2세에서 많게는 24세의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아이들은 한꺼번에 자신을 찾은 연예인들을 진심으로 반겼다. 그간 야구선수 이종범, 가수 남진, 쿨의 김성수 등이 보육원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뻗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한꺼번에 온 경우는 처음이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신애원의 김요셉 원장은 "지방이라 연예인들을 직접 보기가 힘든데 이렇게 맛있는 김치까지 가지고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돈이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못 하는 게 기부인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지역 사회 봉사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보육원생으로 배우를 지망하며 최근 미디어영상학부에 입학한 정효진(20)양은 "직접 배우 분들을 보니 신기하고 좋다"며 "보이는 곳에서만 좋은 이미지를 보이는 연예인보다 이렇게 실천하는 분들을 본받을 거다. 나중에 능력이 된다면 이런 봉사에 앞장서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함께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보육원 신애원. 이종원과 함께 동료 연예인들이 김치 상자를 나르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보육원 신애원. 이종원과 함께 동료 연예인들이 김치 상자를 나르고 있다. ⓒ 정원석


현장에서 묵묵히 봉사를 하던 동료 배우들도 하나 둘 소감을 전했다. 배우 임대호는 "종원이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가는 이가 바로 우리들"이라며 "어떤 조건도 묻지도 않고 함께 하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춘자 또한 "가수와 개그맨, 배우, 국가대표 선수가 이렇게 모일 수도 있구나"라며 "봉사랍시고 어떤 겉치레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편하게 왔다. 봉사도 하면서 서로 우리가 함께 만나는 일도 의미 있지 않나"라고 소회를 말했다.

누구의 말을 빌리자면 대스타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능력을 갈고 닦으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회포를 푸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클럽 디제이(DJ), 뮤지컬, 지상파 미니시리즈와 각종 영화 차기작들에 대한 이야기꽃이 피었다. 각자의 삶의 무대에서 이들은 조연이 아닌 진짜 주인공이었다.

 연예인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가지고 보육원을 찾았다. 신애원 아이들과 함께.

연예인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가지고 보육원을 찾았다. 신애원 아이들과 함께. ⓒ 정원석



이종원 춘자 김기수 김치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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