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개막해 17일까지 5일 간 열린 1회 무주산골영화제

지난 13일 개막해 17일까지 5일 간 열린 1회 무주산골영화제 ⓒ 성하훈


지난 13일 개막한 1회 무주 산골영화제는 6월에 개최된 영화제 중 영화계의 관심이 비교적 많이 쏠린 영화제였다. 다른 영화제들은 이미 수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면 무주는 첫 출발이었기에 새로운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첫걸음을 떼는 영화제라지만 경쟁 형식을 띤 데다 적지 않은 상금까지 주기 때문인 듯 많은 영화인의 발걸음이 무주로 이어졌다. 무주영화제는 국내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 부문을 마련해 천만 원의 상금을 책정했다.

개막식에는 시회를 맡은 배우 박철민 유다인씨를 비롯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1934년 작 <청춘의 십자로>를 재탄생시킨 김태용 감독과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독립다큐멘터리의 대부 김동원 감독과 독립영화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이들 외에도 <마이 라띠마>의 유지태 감독, <터치>의 민병훈 감독, <환상 속의 그대> 강진아 감독, <춤추는 숲>의 강석필 등 다수의 국내 영화계 인사들이 영화제 기간 중 무주를 찾아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영화제의 출범을 지켜봤다.

첫 개막식은 깔끔하게 치러졌는데, 원로가수 윤복희 선생의 공연이 관객들을 압도했고, 덕유산리조트에 마련된 야외상영장은 산골영화제라는 이름에 딱 맞게 좋은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무주산골영화제 김건 집행위원장과 김동원 감독 조지훈 프로그래머와 김태용 감독

무주산골영화제 김건 집행위원장과 김동원 감독 조지훈 프로그래머와 김태용 감독 ⓒ 성하훈


무주영화제에 영화계에 참여와 관심이 높았던 데는 실무진들이 기존 영화제에서 오랜 일한 경력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부분도 작용했다. 무주 산골영화제의 프로그래머와 핵심 스태프들은 모두 전주영화제 출신들이다. 지난해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해임 논란과 이후 신임 집행위원장과의 마찰 과정에서 전주영화제를 나온 스태프들이 무주영화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김건 집행위원장은 전주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역임했고, 조지훈 프로그래머 역시 1회 때부터 전주영화제에서 함께했었고, 사무처장을 비롯해 주요 책임을 진 사람들이 수년 간 전주영화제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신생 영화제라고 하지만 영화제를 준비한 사람들의 경륜이 묵직한 탓에 무주영화제는 무게감이 있게 비쳤다.

지역적으로 따지면 같은 전북지역에서 개최되는 전주영화제와 묘한 경쟁 관계를 이루는 셈인데,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로마영화제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무주영화제 개막식에는 전주영화제 관계자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김건 집행위원장은 "굳이 영화제 일을 다시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전주에서 나온 스태프들 때문에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주영화제는 '반딧불축제'로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무주군이 영화 쪽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통한 관광객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모델로 하고 있어 보인다. 김건 집행위원장은 "무주군 관계자들이 영화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지난 2월 유바리영화제를 방문해 행사 전반을 둘러봤다"고 말했다. 유바리영화제는 탄광촌이었던 일본 유바리시에서 탄광이 폐광을 맞이하게 되자 시의 부흥을 도모하고자 만든 영화제로 유명하다.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은 <마이 라띠마> 유지태 감독과 배우 소유진, 박지수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은 <마이 라띠마> 유지태 감독과 배우 소유진, 박지수 ⓒ 무주산골영화제


무주영화제는 올해 행사의 초점을 신작이 아닌 기존 상영됐거나 상영 중인 영화들에 맞췄다. 좋은 영화들을 다시 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단 준비기간이 짧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식행사라기보다는 TV방송의 파일럿 프로그램(시험 삼아 내보내는 프로그램)같은 면이 많았다.

영화제 기간도 5일에 불과했고, 지역의 대표적인 반딧불축제가 끝난 직후에 개최돼 뒤풀이 성격이 짙었다. 주제를 산골이란 지형에 맞췄으나 세부적인 부분은 미흡해 보였다. 특히 '영화소풍'을 행사의 기조로 삼았고 좋은 영화들이 선정됐지만 이미 공개된 영화들을 굳이 무주까지 와서 봐야 할 이유에 대한 설득력으로는 부족했다.

극장이 한 곳도 없는 지역 상황을 고려해 지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료상영을 하고 정시입장 대신 자유로운 출입이 보장되는 방식을 취한 것은 다른 영화제들에서 볼 수 없는 무주영화제의 특색이었으나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개막식과 야외상영 및 공연이 열린 덕유산리조트는 장소적인 면에서 호평이 나왔다.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한 곳에 모여 있고 덕유산 자락의 경관도 소풍을 주제로 한 산골영화제라는 이름과 잘 어울렸다. 영화제의 성격과 야외 장소의 입지조건은 휴양을 내세우고 있는 제천영화제와 경쟁이 가능할 정도였는데, 관객들의 참여 열기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식 및 야외상영장으로 활용된 덕유산리조트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식 및 야외상영장으로 활용된 덕유산리조트 ⓒ 성하훈


결국, 무주영화제의 미래는 외형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어떻게 살려 나가고, 관객들을 불러올 수 있느냐가 성패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리한 조건의 활용과 불리한 조건의 극복은 전적으로 실무진들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매우 급하게 준비한 면이 많았다"며 "행사가 끝난 후 영화제 프로그램 및 개최 기간 등 운영 등 전반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주산골영화제 덕유산리조트 김건 조지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