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12일 오후 1시 10분]

답례 인사하는 축구대표팀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하자, 선수들이 팬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 답례 인사하는 축구대표팀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하자, 선수들이 팬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쇼라크메도프 울고, 이근호 웃다!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김영권의 크로스가 쇼라크메도프(왼쪽) 헤딩 자책 골로 이어지자, 이근호가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쇼라크메도프 울고, 이근호 웃다!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김영권의 크로스가 쇼라크메도프(왼쪽) 헤딩 자책 골로 이어지자, 이근호가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월드컵 본선 무대로 한 발짝 더 오르게 만든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어냈다. 하지만 월드컵 무대에 올려놓기에는 민망한 공격력이었다. 예선 일정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에 이 부분은 심각하게 고민돼야 한다. 계산기를 앞에 두고 마지막 이란과의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그룹 우즈베키스탄과의 7차전 안방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쇼락메도프의 자책골 덕분에 1-0으로 겨우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승점 3점 차이로 밀어내며 단독 1위(승점 14점)를 질주하고 있다. 한편, 12일 새벽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 대 레바논 경기에서 이란이 레바논을 4-0으로 크게 이겼다. 이란은 승점 13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의 바로 아래까지 따라붙은 모양새다.

이명주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수비 제치고 드리블 하는 이명주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명주가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제파로프의 수비를 제치고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수비 제치고 드리블 하는 이명주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명주가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제파로프의 수비를 제치고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인천 유나이티드)이 허벅지 근육을 다치는 바람에 이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그로 인한 중원의 공백은 우리 대표팀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가뜩이나 우리 미드필더들의 특성을 잘 아는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카파제-제파로프-아흐메도프'로 이루어진 노련한 허리를 갖추고 나섰다.

여기에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새내기 국가대표 이명주(포항 스틸러스)였다. 실로 이명주에게는 이 부담스러운 경기가 A매치 데뷔전이었으니 더욱 흔들릴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지난해 K리그 신인상을 받은 미드필더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명주의 몸놀림은 남달랐다.

이명주가 뛰지 않았다면 그나마 얻은 상대의 자책골도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을 뻔했다. 박종우와 나란히 우리의 중원을 책임진 이명주는 공수 양면에 걸쳐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42분,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이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달려들어가 잡아 놓은 이명주는 간발의 차이로 우즈베키스탄 골문 앞에서 밀어넣기로 골을 노렸다. 그 순간 각도를 잘 잡은 상대 문지기 네스테로프가 쳐냈다. 이 장면은 경기를 통틀어 우리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만들어낸 득점 기회 중 으뜸이었다.

'김신욱-손흥민-이근호'로 이어진 기막힌 연결이 헛발질이나 다름없는 허무한 슛(19분)으로 끝나버린 것에 비하면 이명주가 만든 이 기회는 과정이나 그 마무리 동작이 모두 훌륭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코너킥 기회를 잡았고 거기서 흘러나온 공이 수비수 김영권의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연결돼 쇼락메도프의 헤더 자책골이 만들어졌다.

이명주는 아슬아슬한 한 골 차 리드가 이어지는 후반전에 더욱 그 진가를 드러냈다. 후반전 중반에 방문 팀의 카시모프 감독은 수원 블루윙즈 소속으로도 활약했던 골잡이 게인리히를 들여보내며 동점골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정말 이명주는 게인리히에게 찾아온 두 차례의 기회를 거짓말처럼 따라가 든든히 막아냈다.

79분에 우즈베키스탄의 위협적인 역습 드리블이 이어졌는데 우리 페널티 박스 밖 위험 지역에서 게인리히가 공을 잡고 빈 틈을 노렸다. 여기서 이명주는 그의 드리블 방향을 정확히 읽어내며 기막힌 가로채기를 성공시켰다. 6분 뒤에도 이명주는 게인리히의 골문 앞 회심의 돌려차기 순간에 몸으로 공을 막아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처음 입은 미드필더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한 경기력을 끝까지 유지한 것이었다.

공격수들, 섬세함을 기억하라

중거리 슛 시도하는 박종우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종우가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중거리 슛 시도하는 박종우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종우가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유성호


안방 경기 1-0 승리, 그러나 자책골로 이긴 내용이 말해주듯 우리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마무리 실력은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이었다고 핑계를 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노련한 선수들은 우리 문지기 정성룡을 여러 차례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16분 만에 양 팀을 통틀어 실질적인 첫 번째 유효 슛이 나왔다. 그런데 그곳이 우리 골문이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손흥민의 공을 가로챈 우즈베키스탄 가운데 수비수 이스마일로프는 비교적 먼 거리임에도 정확한 중거리슛을 날려보냈다. 정성룡이 왼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가까스로 쳐낼 정도로 위협적인 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7분 후에도 골잡이 바카예프의 낮게 깔리는 중거리슛이 유효 슛으로 기록되었다. 여기서도 정성룡이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가까스로 쳐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비수와 공격수가 골고루 우리 골문을 위협하는 사이에 우리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은 헛물만 켰다.

12분, 이청용의 재치있는 찔러주기를 받은 김신욱이 오른발 논스톱 돌려차기를 시도했지만 상대 골문 왼쪽으로 벗어나는 것이었고, 7분 뒤에는 '김신욱-손흥민'으로 이어진 공이 빈 골문 앞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완벽한 기회를 이근호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이근호의 오른발 슛은 헛발질이나 다름없이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축구화와 축구공, 잔디를 적신 비를 원망해서도 안 되는 절호의 기회였다.

68분에 왼발잡이 수비수 김치우가 감아올린 오른쪽 코너킥을 수비수 곽태휘가 헤더로 연결한 것이 문지기 네스테로프의 정면으로 날아간 것까지 고려해보면 순수하게 우리 공격수들(김신욱-손흥민-이근호-이동국)이 만들어낸 공식적인 유효 슛은 보이지 않았다.

결승골을 만들어낸 것도 가운데 수비수 김영권의 왼발 크로스였다. 전반전 유효 슛 하나는 미드필더 이명주의 것이었고, 후반전에 만든 유효 슛 두 개는 모두 가운데 수비수 둘(김영권·곽태휘)이 만들어냈다.

지시하는 최강희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강희 감독이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 지시하는 최강희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강희 감독이 1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아무리 현대 축구가 포지션 개념을 초월할 수 있는 토털 사커라고 하지만 실제로 상대 골문을 위협한 유효 슛 기록 중 실질적인 공격수-공격형 미드필더의 기록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일주일 뒤에 울산에서 이란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도 이 모자란 부분은 분명히 고쳐야 할 것이다.

레바논과의 방문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많이 잡고도 골을 하나밖에 얻어내지 못한 것도 그렇고 최근 우리 공격수들의 마무리가 섬세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축구팬은 두 개의 명장면을 또렷이 기억할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지금 국가대표를 은퇴한 박지성의 골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박지성은 멋진 드리블에 이은 완벽한 마무리 실력을 보여줬다. 결코 강하게 찬 공이 아니었지만 그리스 수비수와 문지기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장면은 최근 벌어진 2012-2013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나온 아르연 로벤(FC 바이에른 뮌헨)의 짜릿한 결승골. 동료의 절묘한 연결 동작도 좋았지만 로벤은 상대 문지기 바이덴펠러(도르트문트)를 코앞에 두고도 그 누구보다 섬세한 왼발 돌려차기 마무리 실력을 자랑하며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고의 선수들이 만들어낸 명장면을 따라하고 싶다고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중요한 마무리 순간에는 뭐니뭐니해도 섬세한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주는 명장면들이다.

아마도 오늘 뛴 우리 선수들 상당수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게 될 경우 그대로 발을 맞출 주역들일 것이다. 이들에게서 섬세함을 찾아볼 수 없다면 일주일 뒤 이란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도 그렇고 브라질 본선 무대에 올라도 그렇고 별 볼 일 없는 팀으로 분류되기 쉬울 것이다.

섬세함도 한참 모자라지만 오늘 받은 노란딱지 때문에 일주일 뒤에 벌어지는 이란과의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 간판 미드필더 박종우가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섬세한 대응 계획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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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그룹 결과(11일 밤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1-0 우즈베키스탄 [득점 : 쇼락메도프(43분,자책골)]

◎ 한국 선수들
FW : 손흥민, 김신욱
MF : 이근호(64분↔이동국), 이명주, 박종우, 이청용(90+3분↔지동원)
DF : 김치우, 김영권, 곽태휘(81분↔김기희), 김창수
GK : 정성룡

◇ A그룹 현재 순위(2위까지 본선 티켓)
한국 4승 2무 1패 14점 13득점 6실점 +7
우즈베키스탄 3승 2무 2패 11점 6득점 5실점 +1
이란 3승 1무 2패 10점 3득점 2실점 +1
카타르 2승 1무 4패 7점 4득점 8실점 -4
레바논 1승 2무 4패 5점 3득점 8실점 -5

□ A그룹 나머지 일정
6월 12일 새벽 0시 30분(테헤란) 이란 - 레바논
6월 18일 밤 9시(타슈켄트) 우즈베키스탄 - 카타르
6월 18일 밤 9시(울산) 한국 - 이란

이기사는 SoulPl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축구 브라질 월드컵 최강희 이명주 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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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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