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 사진.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 사진. ⓒ (주)MCMC


김수현에 대해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 '은밀 위대')의 흥행 성공은 김수현 측과 영화측 양쪽에 다 좋은, 이른바 '윈윈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다. 김수현 말고 다른 배우가 방동구/원류환 역을 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송중기, 유아인, 주원 등등 과거 정우성이나 강동원처럼 이미지가 나쁘지 않은, 그러면서도 연기에 뜻이 있고 미남인 젊은 배우 누구라도 했으면 괜찮았을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웹툰팬들의 신뢰와 애정이 크기 때문에 그렇다.

필자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만화도 좋아해서 많이 봐왔는데, 만화 주인공으로서 방동구/원류환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미지가 평소에는 후줄근하다가 때가 되면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는, '시티헌터'나 '구영탄' 류의 남주 만화캐릭터.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캐릭터인 것이다.

요즘 <은밀 위대>의 흥행에 너무 영화 쪽보다 김수현 쪽만 부각되는 듯해 얘기를 꺼내보았다. 김수현의 연기가 부족했는데 캐릭터 덕분에 쉽게 성공했다는 얘긴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 김수현은 영리하다. 웹툰의 류환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그럴 수 있었단 건 영리하게 캐릭터 분석을 하고 이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류환을 표현하는게 좋을지 알았다는 걸 뜻한다. 앞으로 크게 될 수 있는 배우다. 부디 여러 선배 배우들처럼 섹스 스캔들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안 생겼으면 한다. 소속사 대표의 본을 잘 생각하며 지혜로운 행보를 해주길 바란다. 물론 대표 보다는 더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주었으면 하고 말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쇼케이스 모습.

<은밀하게 위대하게> 쇼케이스 모습. ⓒ 이정민


키이스트, 한국 영화계에 약될까

영화 <은밀 위대>의 흥행이야 하늘의 뜻이고, 영화에 대한 호평과 악평도 관객 개인의 사정에 따른 것이니 더이상 할 말은 별로 없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은밀 위대> 제작에 김수현 소속사인 키이스트가 참여했는데(제작비로도 공동 참여 했다고 알려져있다. 영화를 보면 오프닝 크레딧에 키이스트의 로고가 뜨기도 한다) 키이스트가 그에 앞서 제작 참여한 [미나문방구]가 흥행이 잘 안되었다.

그러다보니 <은밀 위대>는 흥행을 시키려고 애를 썼고 자사 소속의 김수현뿐 아니라 이현우까지 출연시키고, 평판이 좋은 장철수 감독에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언론 플레이 등을 한 게 아니냐는 흔적이 지속되고 있는게 아쉽다. 영화도 혹평을 들을 정도로 철저히 웹툰팬을 의식한 완성도에(흥행할만한 요소는 강조시켰다. 예를 들면 김수현의 상의 탈의 신이나 이현우의 이른바 '물뿌리기 신' 등은 카메라 앵글이나 편집과 연출상 강조시켰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영화 <은밀 위대>의 이런 면은 왠지 '아이돌팬을 의식한 연예기획사의 행동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극장 스크린도 과하게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요즘이다. 영화 제작시 흥행을 고려하는 건 당연한데 너무 그런 쪽에 애를 쓴데 비해 영화로서의 품격이나 완성도는 애를 덜 쓴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키이스트가 앞으로도 영화 제작에 금전적으로든 배우 캐스팅 면으로든 참여할거라면, 자사의 수익과 자사 소속 배우 이미지 제고(개런티 상승으로 이어지는)에만 너무 신경쓰지말고 영화라는 공동작업을 어떻게 하면 잘, 잡음없이 하겠느냐도 신경썼으면 한다. 이제 우리나라 상업 영화도 예술성과 상업성을 균형있게 가져갈 때가 되지 않았나.

키이스트가 좋은 배우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대표도 좋은 배우고, 영화에서 '믿고보는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캐스팅 권력'을 남용했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한국 영화계 각 분야에 인재들이 많은데 키이스트가 한국 영화계와 서로 좋게 협력하면, 자본력도 있고 배용준 씨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들과 힘들을 잘 모아줄 수 있는 회사니 할리우드 못지않은 웰메이드 상업 영화도 국내에서 다시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 사진.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 사진. ⓒ (주)MCMC


한국 웹툰이 한국 영화가 된다는 건

그러기 위해 우선 키이스트는 사내에 영화 전문가 팀을 잘 갖추고 운영하는게 필요하다. 키이스트가 <은밀 위대>의 흥행 성공에 고무돼 웹툰을 원작으로 둔 영화만 제작하는 회사가 되든 안되든 말이다. 앞으로 한국 영화계는 웹툰을 영화화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상상력과 재미의 보고(寶庫)'인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건 세계 영화계의 트렌드다. 일단 <은밀 위대>가 웹툰을 원작으로 둔 영화로서 최다 관객을 들였으니, 추후 이와 유사한 영화들이 개봉할 게 뻔하다.

이제 한국 영화계는 한국의 웹툰을 한국의 영화로 만드는 가장 균형있게 좋은 방법을 함께 궁리해가야 한다. 물론 원작에 따라 영화도 달라지겠지만, 작품 기획 또는 제작시 웹툰의 어떤 점을 중시하고 영화의 어떤 점을 중시하는지, 이질적인 웹툰과 영화를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건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노하우를 축적해가는 건 나쁘지 않다.

해마다 미국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국내 극장을 찾곤 한다. 한국의 이른바 '웹툰 영화'(웹툰을 원작으로 둔 영화의 약칭)가 무조건 할리우드 영화를 따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할리우드에게 배울 점은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만화를 영화화할때 만화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창의적으로 영화화 될 수 있겠는지 연구하고 노하우를 축적해오고 있다.

그들은 대개 남녀노소 불문하고 좋아할 수 있는 성질의 재밌고 진지한 만화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완성도가 만족스러운 오락 영화로 만들곤 한다. 그게 바로 할리우드의 법칙과도 같다. 한국 영화계가 웹툰 영화 제작 노하우를 만들어가기 위해 꼭 갖춰야 할 것은 보다 국민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웹툰을 찾는 것이고(조회수가 전부는 아니다. 웹툰의 내용과 완성도 등이 중요하다), 그런 웹툰을 재미와 완성도의 기본이 있는 영화로 만드는 노력과 능력이다. 단순히 '웹툰이 인기니까, 대세고 트렌드니까' 이런 식의 생각만으로 웹툰 영화를 만드는 건 길게 봤을때 한국 영화계를 위해서도 만화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걸 한국 영화계가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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