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에서 군계일학의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선보이는 월등한 기량은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래서일까 흔히 이들에게는 '천재'라는 부러움 반, 시샘 반의 표현이 달린다.

하지만 최고에 선 성공비결이 단지 타고난 재능으로 인한 것일까?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흘린 땀과 열정의 깊이를 알게 되면, 진심어린 기립박수를 보내게 된다. 1세대 아이돌 SES 보컬 출신 바다는 그런 박수가 아깝지 않은 가수다. 뛰어난 재능과 더불어, 지치지 않은 에너지로 열정의 무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바다는 KBS2TV <불후의명곡2-전설을노래하다>(이하 불후2) 무대에서 음악팬들에게 오래도록 회자될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실수도 경쟁자도 없는 환상적인 무대였다.

 지난 1일 KBS2TV <불후의명곡2-전설을노래하다>에 출연한 바다가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1일 KBS2TV <불후의명곡2-전설을노래하다>에 출연한 바다가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 KBS


비욘세 부럽지 않은 바다, 아이돌계의 '군계일학'

사실 필자는 바다를 <불후2>에서 만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1세대 아이돌 SES의 보컬, 여기에 다방면 뮤지컬 활동, 어느덧 데뷔 15년차인 그녀에게 <불후2>는 약간 무게감이 떨어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불후2> '전설'로 출연한다면 모를까, 새내기 가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그녀의 커리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다는 예상을 깨고 <불후2>에 출연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그런 바다의 행보가 참 의아했다. 스스로의 경력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맨체스터UTD의 박지성이 QPR로 갈 때의 아쉬움 같은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1년, 바다가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를 때도 '과연 그녀에게 어울리는 무대인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바다가 독보적인 가창력을 지녔음에도 대중에게 평가절하됐던 이유가 '무대 선택의 실패' 때문은 아닌가 아쉬웠다.

그런데 1일, <불후2> 무대를 준비하는 바다의 한마디가 필자의 오랜 의아함을 풀어줬다. 그 말은 '가수의 격에 맞는 무대'가 있다고 믿는 필자의 생각을 부끄럽게 했다.

"평소에 제가 노래를 하면서 춤도 출 수 있고, 이런 무대를 위해서 운동을 많이 해 왔어요. 제 가능성을 보고 싶어요. 또 다른 제 가능성, 제가 정말 어린 지 아닌지, 저도 정말 알고 싶습니다. 무대에서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무대'란 것만큼 오만한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는 언제나 천생 가수였다. 무대가 있는 곳이면 크기에 개의치 않고 달려갔다. 또 뮤지컬과 가요계, 그리고 예능, 또 다양한 음악장르 실험을 시도했다.
연차나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무대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바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열정이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이날 바다는 뛰어난 가창력을 바탕으로 원곡(이승철)과 리메이크(소녀시대)를 뛰어넘는 멋진 무대를 완성시켰다. 대중은 뮤지션 바다를 바로보는 계기가 됐고, 선배가수(이승철)의 극찬, 후배가수들의 존경을 받는 가수로 우뚝섰다.

 지난 1일 KBS2TV <불후의명곡2-전설을노래하다>에 출연한 바다가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1일 KBS2TV <불후의명곡2-전설을노래하다>에 출연한 바다가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 KBS


무대 지배한 바다! <불후2> 가치를 끌어올렸다

바다가 부른 '소녀시대'는  편곡, 안무 구성에 있어 빛났다. 특히 1절 후, 바다가 모자와 상의 겉옷을 벗어던지고 이에 맞춰 곡의 템포가 전환되는 부분이 백미였다.

바다는 관객들을 향해 "아유레디!스탠드업"이라고 외치며 흥을 돋웠고, 이어 특유의 폭발적인 성량으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여기에 오랜 뮤지컬 배우 경험에서 나오는 드라마틱한 안무 구성으로 경연장을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하게 했다.

한국의 비욘세란 별명를 넘어, 정말 비욘세 부럽지 않은 무대였다.  바다의 완벽무대는 동료, 후배가수들의 롤모델이 됐다. 평소,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슈퍼스타K)에서 독설로 유명한 이승철 역시 바다의 무대를 극찬으로 반겼다.

"저도 나중에 저렇게 멋있고 싶어요."(에일리)
"아이돌이 가야할 방향을 보여주신 것 같아요." (문명진)

바다의 1일 <불후2> '소녀시대' 무대는,  방송 직후 SNS를 타고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를 낳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리고 무대를 압도하는 안무, 안무 속 흔들리지 않은 바다의 가창력에 극찬 일색이다. 후배들과 '수준이 달랐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바다양이 97년도에 데뷔했으니 15년차 되지 않았나요. 15년차 되신 분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중략) 역시 내공은 못 속이는 것 같아요. 뮤지컬에서 단련된 내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아요."  (불후의명곡2 이승철)

이승철의 말대로 바다에게 '불후2'는 어울리지 않는 무대였다. 하지만 바다의 뛰어난 열창은 그 이질감을 '해피엔딩'으로 끝맺게 했다. 덕분에 <불후2>의 가치까지 한단계 더 높아진 듯 보였다.

바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열정 가득한 에너지, 여기에 오랜 뮤지컬 배우 경험에서 드라마틱한 구성, 실로 오랜만에 보는 '군계일학' 가수의 경연 무대였다.  바다의 '소녀시대', 오래 기억에 남을 '명 무대'였다.

불후의명곡2 바다낚시 이승철 소녀시대 비욘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