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예능이었던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최근 3~5%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간판예능이었던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최근 3~5%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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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가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동시간대 최강자인 KBS <해피투게더>는 물론이고 SBS <자기야>에게도 밀리고 있다. 한때 MBC를 대표했던 간판 토크쇼였다는 점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결국 MBC는 "강호동만 남기고 모두 바꾼다"는 말과 함께 <무릎팍도사> 대수술에 들어갔다. 제작진 전면 교체, 형식 변경 논의 등 시청률 상승을 위한 초강수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무릎팍도사>를 이렇게 만들었나.

<힐링캠프>에 빼앗긴 '1인 토크쇼'의 자리 

2008년 첫 방송을 시작한 <무릎팍도사>는 1인 토크쇼의 신기원을 열며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2011년 강호동의 잠정 은퇴와 함께 폐지됐지만 강호동의 방송 복귀에 맞춰 목요일 시간대로 옮겨 부활했고, 첫 방송 시청률 9.2%(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단숨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타공인 최고의 토크쇼다운 성적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완전히 정반대다. 시청률은 3~5%에서 허우적대며 동시간대 꼴찌로 추락한지 오래고, 제대로 된 화제조차 모으지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린 것이다. 아무리 방송 환경이 달라졌다고 해도 <무릎팍도사>가 이토록 무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곤 그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게스트'다. 1인 토크쇼의 성패는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게스트가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최근 <무릎팍도사>는 이런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과거 안철수, 조수미, 장한나, 장영주, 김연아 등 당대의 명사들은 물론이거니와 박중훈, 윤여정, 고현정, 비 등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들을 캐스팅 했던 저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초대할 사람은 다 초대한 상황에서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SBS <힐링캠프>에 '1인 토크쇼'의 왕좌 자리를 빼앗긴 것 또한 치명적이다. <힐링캠프>는 수려한 영상미와 산뜻한 진행으로 <무릎팍도사>의 빈자리를 확실히 파고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질의 게스트들이 <힐링캠프> 쪽으로 쏠리는 양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최근 <무릎팍도사>가 <힐링캠프>와의 캐스팅 전쟁에서 계속 쓴 맛을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작진의 안일한 기획도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았다. 폐지 후 약 1년 여 만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면 무엇인가 변화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무릎팍도사>는 너무 '그대로'였다. 강호동의 흥행력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트렌드가 바뀌는 예능계에서 정체는 곧 퇴보를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무릎팍도사> 제작진은 시청자들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아직까지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한 강호동의 진행도 심각하다. <무릎팍도사> 전성기 시절 강호동은 게스트를 적절히 밀고 당기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MC였다. 그러나 지금 그의 진행에는 과장된 리액션만 있을 뿐 예전과 같은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가 심각해진다 싶으면 재빠르게 화제를 전환해 버리고, 웃음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진행은 시청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니다.

<무릎팍도사>의 한 축인 '건방진 도사' 유세윤의 음주사건은 또 하나의 큰 시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든 파문을 일으킨 방송인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방송에 나오는 것은 대중 정서상 불가능한 일이다. 유세윤의 하차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유세윤의 빈자리를 채울 인재를 하루 빨리 찾아내야 한다. <무릎팍도사>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쇄신하는 <무릎팍도사>, 초심으로 돌아갈 때

그렇다면 작금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은 있을까. MBC가 <무릎팍도사>의 제작진을 전면 교체하기로 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매너리즘에 빠진 기존의 제작진 대신 새로운 제작진이 투입된다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망설임 없이 책임 프로듀서(CP)부터 메인 PD까지 싹 '물갈이' 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새로운 제작진이 <무릎팍 도사>를 어떻게 꾸려 나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 우선 지금의 구조로는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작게는 코너 신설 같은 부분적 개혁이 선행돼야 하고, 크게는 형식 변경이라는 초강수 또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강호동만 빼고 모두 바꾼다"는 말이 공염불에 지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무릎팍도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부른 게스트는 다시 부르기 힘들다는 데 있다. 1인 토크쇼라면 한번쯤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심도 깊게 강구돼야 한다. 과거 <이홍렬 쇼>나 <이승연의 헤이헤이헤이><김혜수의 플러스 유> 등 원톱 MC 체제 토크쇼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코너를 다양화 하고 게스트의 수를 늘림으로써 궁극적으로 '1인 토크쇼' 형식을 보완,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숨겨진 보석 같은 게스트를 찾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게스트는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 자기 삶의 의미를 충실히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드라마작가 노희경, 소설가 신경숙, 축구선수 박지성, 김태호 PD 등 좋은 게스트들은 널리고 널렸다. 섭외하기 힘들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과거 고 최진실을 캐스팅하기 위해 대기실과 촬영장을 10번 이상 찾아갔다던 간절함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출연진 교체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인적 쇄신만큼 눈에 띄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도 드물다. 유세윤 사건을 '전화위복' 삼아 신선한 인물을 찾아낸다면 시청률 상승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힐링캠프>가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한혜진을 프로그램의 얼굴로 내세워 성공을 거둔 전례만 봐도 그렇다. 강호동, 올밴 등 원년 멤버는 그대로 가되 MC진을 보충하고 형식과 세트를 변경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메인 MC 강호동이 제대로 돌아와야 한다. <무릎팍도사>의 강점은 깊이 있는 토크다. 강호동의 책무는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과 사상을 끄집어내는 데 있다. 과장된 리액션은 이제 그만하고 게스트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예전의 강호동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우리가 사랑했던 '무릎팍도사' 강호동은 지금처럼 얄팍하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오늘날 <무릎팍도사>는 2008년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자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남 눈치 볼 이유도, 변화를 두려워 할 이유도 없다. 새로운 제작진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지금 <무릎팍도사>에게 절실한 것은 '초심'이다. 1인 토크쇼의 새 장을 열며 첫 발을 내딛었던 5년 전 그 날처럼 <무릎팍도사>가 다시 한 번 우뚝 일어서기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다.

무릎팍도사 강호동 유세윤 올밴 1인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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