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라>는 100회 특집으로 꾸며졌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라>는 100회 특집으로 꾸며졌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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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2>)가 100회를 맞이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2>는 전설로 들국화 '형님'들을 모시고, 2회에 걸쳐 하동균·김동욱·박재범·유미 등이 출연해 그들의 노래를 헌정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했다.

처음 <불후의 명곡>이 시작되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첫 방송을 하던 2011년 6월은 MBC <나는 가수다>의 인기가 여전하던 때였다. 그러니 말이 선배 가수를 모셔다 놓고 그들의 노래로 경연을 벌인다고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자신의 노래가 아닌 걸로 경연하는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이 달라 보이지 않았었다. 그게 그건데 선배 가수를 앞에 모셔다 놓은 것이 오히려 어쭙잖은 꼼수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2013년 5월,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키며 이 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나는 가수다>는 온데간데없고, 아빠와 아이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짝퉁이라 욕먹으며 시작하던 <불후의 명곡>은 시즌1은 걸쳐, 시즌2로 넘어왔다. 프로그램을 맛깔나게 이끌어 가던 MC 중 한 명인 김구라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구성으로, 폭발적 인기는 아니지만 토요일 저녁의 고정 시청자 층을 가진 터줏대감이 되어가는 중이다.

자신만의 색깔로 변화해온 '불후의 명곡'

100회 특집 대기실에서 가수들은 '출연자 면면을 보니 오늘은 '나가수'대 '불후의 명곡' 같다'며 우스갯소리를 해댄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한때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인기를 누렸던 더 원·김동욱·바비킴 등이 이젠 자연스레 <불후의 명곡>에서 사랑받는 가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 출신인 그들이 <불후의 명곡>에 나오는 것이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분명 처음 <불후의 명곡>은 시작할 때만 해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융성에 발맞춰 또 하나의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도입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관객 판정단의 점수에 따라 승과 패가 가려지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기존 가수들이 탈락이라는 벼랑에 몰려 절박함을 노래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져 사회적 이슈를 끌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서바이벌'의 비장함이 출연진의 고갈을 초래했다. 또, 승리를 위한 천편일률적인 편곡으로 대중들의 싫증을 불러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장수를 누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얼핏 짝퉁처럼 시작된 <불후의 명곡>은 프로그램을 거듭하면서 그만의 색깔로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켜 나갔다. <불후의 명곡>에서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벌이는 경연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경연 후 MC 신동엽의 야릇한 코멘트를 곁들인 선배 가수의 후일담과 후배 가수와의 교감도 프로그램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100회 특집에서 출연한 가수 들이 또 하나 <나는 가수다>와의 다른 점이라고 꼽았던 것처럼, 대기실에서 가수들끼리의 즐거운 어울림이 <불후의 명곡>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불후의 명곡> 대기실은 서바이벌에 나서는 절박함 대신, 동료 가수들이 어울려 무대 위와는 또 다른 한판 예능의 잔치가 벌어진다.

처음 나오는 가수의 긴장감부터, 출연진 사이의 돈독함과 핑크빛 연서를 전할 것 같은 로맨스까지. <불후의 명곡> 대기실은 바로 예능으로서 이 프로그램의 색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연히 가수로서 무대 위에 나간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서 1승 이상을 노리지만, 무대 위에서 내려온 그 순간, 긴장을 풀고 빵을 앞에 둔 채 모창에 뒷담화까지 하면서 마지막까지 함께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이다.

시작은 서바이벌의 모방이었지만, 이제 <불후의 명곡>은 마치 명절날 어른들 모셔 놓고 대청마루에선 정중하게 절을 드리고 뒷방에 모여선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동기들끼리 히히덕거리던 우리네 잔치 분위기를 고스란히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100회 특집 들국화의 전설을 노래하는 시간, 첫 출연자는 5년 만에 TV에 나온 하동균이었다. 그런가 하면, 그 전주에는 더 포지션의 임재욱도 오랜만에 화면에 얼굴을 비췄다. 뿐만 아니라 숨겨진 재야의 고수로 요즘 화제가 되었던 R&B의 귀재 문명진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것도 바로 <불후의 명곡>이다. 처음엔 <나는 가수다>와 차별성을 가지려고 기존 가수와 아이돌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을 이슈로 내밀었던 <불후의 명곡>이 회를 거듭하면서, 진짜 노래 잘하는 좋은 가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저 춤 잘 추는 아이였던 박재범이 이젠 등장하기만 해도 관중들의 환호를 받는 매력덩어리로 재탄생한 것도, 알리라는 이름이 가창력의 보증수표가 된 것도 바로 이 <불후의 명곡>이란 무대 덕분이었다. 실력만 있다면 대중들의 환호와 사랑을 받을 가능성을 언제든 열어 놓은 것이다.

또한 기존 가수와 아이돌만이 아니라, 정성화처럼 당대 최고의 뮤지컬 가수들의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접할 수도 있게 됐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1승 2승이 중요한 것이 아닌, 언제든 나와서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낸 <불후의 명곡>만의 결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5252-jh.ty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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