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서 국제경쟁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심사위원장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

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서 국제경쟁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심사위원장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 ⓒ 전주국제영화제


1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3일 폐막했다. 전주영화제는 3일 오전 폐막기자회견에 이어 저녁 폐막작 <와즈다> 상영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했다.

주요 수상작들도 발표됐다. 국제경쟁 부문 대상은 이브 드부아즈 감독의 <파괴된 낙원>이 수상했고, 작품상은 오자와 마사토 감독의 <깃털>과 드웨인 발타자르 감독의 <맘메이 아저씨>가 공동 수상했다. 한국경쟁 부문에선 박정훈 감독의 <디셈버>가 대상을 받았고, 단편경쟁대상은 정한진 감독의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차지했다.

모두 12편의 작품이 수상했지만 대표적인 경쟁부문인 국제경쟁 심사위원들은 심사총평에서 "심사 대상작이 10편밖에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고, 작가 정신이 좀 더 투철하고 실험적인 영화가 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본선에 오른 작품들의 수준 문제를 지적했다. 심사위원장인 다르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없었다"고 직설적으로 혹평했다.

"작가 정신 부족하고 눈에 들어오는 작품 없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체 관객 수는 지난해 6만 7000명에서 올해는 6만 5300명으로 1700명 정도 감소했다. 지난해 보다 상영 횟수(297회→319회)는 늘어났으나 전체 좌석 수가 전년대비 8만 3877석에서 8만 2572석으로 1305석 줄어, 좌석점유율은 79%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80%였던 것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없는 수치였다.

지난해 프로그래머 사퇴와 스태프 집단 사임 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고, 일부 독립영화 진영이 불참한 상황을 비춰볼 때 관객 수에서는 나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전주영화제 역대 최대 관객 수가 7만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영화제 내부적 갈등은 올해 행사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4회 전주국제영화제 야외 무대 행사.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14회 전주국제영화제 야외 무대 행사.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 전주국제영화제


다만 운영에 있어서는 핵심 스태프들이 대거 바뀌면서 안정적이지 못한 모습이 보였다. 주말에 비가 내리면서 행사가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과정이 제대로 전달이 안 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고, 개막작 상영이 잠시 지연되거나 일부 작품에선 자막 사고가 발생하는 등 매끄럽지 못한 모습이었다.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전주프로젝트마켓(JPM)은 대표 프로그램인 전주프로젝트모션(JPP)의 상금 축소로 인해 관심이 낮아져 영화제 측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혔다. 명망 있는 감독들이 아닌 새로운 감독들에게 기회를 준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었으나, 늘어야 할 지원이 줄어들어 아쉬움을 남겼다.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는 감독 제작자들에게 적은 상금도 큰 힘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전주영화제가 직접 작품과 감독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혼란으로 야기된 위기는 극복, 발굴과 발견은 숙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지만 지난해 혼란을 겪으면서 올해 영화제를 제대로 못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위기는 벘어낫다는 평가다. 작품의 질적 문제나 행사 운영 미숙 등은 프로그래머나 스태프들의 근속기간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짧은 기간 안에 보완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전주국제영화제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김영진 프로그래머의 경우도 영화제 일을 처음 시작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화제 스태프 대부분이 새로 구성돼 됐다는 점에서 올해 전주영화제의 각종 문제발생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부산영화제의 적극적인 지원이 올해 전주영화제가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인력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전주가 혼란을 딛고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영화제의 맏형 노릇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이용관 위원장은 "전주를 배려했다고 하기보다는 한국영화계를 위해서였다"며 "어려움을 겪는 국내 영화제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주영화제 참가를 놓고 고심하던 영화인들도 부산영화제 측이 중심을 잡으면서 전주영화제와 함께했다.

이런 노력들이 앞으로 전주영화제를 치르는 데 있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천영화제가 2004년 집행위원장 해임 파문을 겪은 이후 2005년 관객 수가 거의 반 토막 나며 오랜 시간 고전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다만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고 미지의 영화를 발견해 나가는 노력은 전주가 앞으로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일 것 같다. 그동안 전주영화제가 쿠바영화와 남미영화 등을 소개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영화제의 가치가 높아졌던 것처럼 새로운 영화를 찾아내려는 노력은 전주의 정체성과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맘에 안 드는 영화 내리라는 건 민주사회서 있을 수 없는 일"

국제경쟁 부문의 프로그램은 부실함을 지적받았지만 전주영화제가 직접 제작하는 '숏숏숏 2013'과 '디지털삼인삼색' 프로그램 등은 변함없이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천안함프로젝트>와 개막작 <폭스파이어>는 전회 매진되며 관객들의 관심이 높은 영화로 꼽혔다.

특히 <천안함프로젝트>는 국방부가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제 기간에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전주영화제가 갖고있는 색깔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떠오른<천안함프로젝트>

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떠오른<천안함프로젝트> ⓒ 아우라픽쳐스


<천안함프로젝트>를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한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오동진 평론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 프로그래머는 "영화의 존재 이유는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질문을 하는 것이고, 질문과 의심을 잃어버린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라며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영화를 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기에 그런 의미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는 질문하고 또 질문하는 영화다. 영화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가진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천안함프로젝트>는 다큐로서 저널리즘의 정신에 충실한 작품"이라며 "영화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영화를 내려라 말아라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움직임을 비판했다.

14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국제경쟁
-대상 : <파괴된 낙원> (감독 : 이브 드부아즈. 프랑스)
-작품상 : <깃털> (감독 : 오자와 마사토. 일본) / <맘메이 아저씨> (감독 : 드웨인 발타자르. 필리핀) *공동 수상
-심사위원특별상 : <눈물과 웃음의 베오그라드 안내서> (감독 : 보얀 불레티치.세르비아)

●한국경쟁
-대상: <디셈버> (감독 : 박정훈)
-CGV무비꼴라쥬상 : <환상속의 그대> (감독 : 강진아) / <레바논 감정> (감독 : 정영헌) *공동 수상
-관객평론가상 : <마이 플레이스> (감독 : 박문칠)

●한국단편경쟁
-대상 : <잘 먹고 잘 사는 법> (감독 : 정한진)
-감독상 : <가면과 거울> (감독 : 민병훈)
-심사위원특별상 : <두 신사> (감독 : 박문칠)

●아시아 장편영화
-넷팩상 : <플래시백 메모리즈 3D> (감독 : 마쓰에 데츠아키. 일본)



전주국제영화제 J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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