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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에 사극 바람이 한창이다. SBS <장옥정>, MBC <구가의 서><구암 허준>, KBS <대왕의 꿈> 등이 한창 방영 중인 가운데, KBS 2TV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이하 <천명>)가 수목드라마로 이제 막 출사표를 던졌다.

평일에서 주말까지 빼곡히 편성되어 있는 이 사극들은 장르도 다양하다. 퓨전, 판타지사극이 늘어나면서 사극의 시청층 또한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보통의 역사극이 지향해왔던 엄숙함과 사극톤 말투 등이 완화되고, 액션과 멜로 등이 강화되는 것도 이유일 게다. 정통에서 퓨전, 그리고 판타지까지. 그렇다면 <천명>은 무슨 사극이라 불러야 할까? 

<천명>은 살인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된 주인공 최원(이동욱 분)의 이야기가 주축. 거기에 불치병을 앓는 딸 최랑(김유빈 분)에 대한 절절한 부성애를 더해 비극을 심화시켰다. 조선 12대 인종의 죽음이 문정왕후에 의한 독살일 것이라는 설은 이야기의 바탕이 되었는데, 당시의 치열한 당파싸움과 물고물리는 음모, 여기에 의술도 가미해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부성애가 주축…소재 다양한 '비빔밥' 같은 사극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수목드라마 <천명 :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에서 이동욱은 불치병에 걸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의원 최원 역을 맡았다.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수목드라마 <천명 :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에서 이동욱은 불치병에 걸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의원 최원 역을 맡았다. ⓒ KBS


보통의 사극, 특히 퓨전사극들은 아역들이 드라마의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주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역경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시청률의 향배가 결정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성인연기자들과의 성공적 바통터치의 여부도 눈길을 끌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천명>은 아역의 쓰임새가 조금 다르다. 주인공 최원의 외동딸로 최랑(김유빈 분)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로 설정되어 이야기 흐름의 중심에서 끝까지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바탕에는 다름 아닌 '부성애'가 자리한다.

최근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성애'는 꽤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방의 선물>,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내 딸 서영이> 등의 흥행을 이끈 비결은 바로 그 부성애를 잘 그려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천명> 역시 조선의 최고 '딸바보'라는 최원과 그의 딸 최랑, 두 부녀의 애끓는 이별과 재회의 스토리는 일단 시청자들의 눈물을 뽑아낼 요소들은 충분히 갖췄다. 거기에 기이한 인연으로 최원 부녀와 얽힌 내의원 의녀 홍다인(송지효 분)이 있고, 최원의 누명을 풀어가는 과정, 문정왕후(박지영 분)와 세자(임슬옹 분) 간의 궁중 암투, 도적패 두목의 딸 소백(윤진이 분)과 조선 최고의 여의 장금(김미경 분) 등의 이야기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유려한 연출 돋보여

 KBS 2TV 수목드라마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에서 내의원 의관 최원 역을 맡은 이동욱.

KBS 2TV 수목드라마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에서 내의원 의관 최원 역을 맡은 이동욱. ⓒ KBS


<천명>에서의 살인누명과 비극적 가족사의 결합은 할리우드 영화 <도망자>(1993)의 설정과 유사하다. <도망자>의 주인공 리처드 킴블(해리슨 포드 분)이 저명한 외과의사였다면, <천명>의 최원은 조선의 내의원 의관이다. 

아내를 죽인 혐의를 받고 도망치는 해리슨 포드와 그를 쫓는 연방경찰 샘제라드(토미 리 존스 분). 그들은 쫓고 쫓기는 가운데서도 뭔지 모를 끈끈한 유대를 보인다. 그 두 사람의 관계는 민도생(최필립 분)을 죽인 혐의를 받고 도망치는 최원과 냉혹한 추적자인 의금부도사 이정환(송종호 분)의 관계 속에서도 엿보일 것으로 보인다.

<도망자>는 추격 장면의 유려함과 주인공이 누명을 벗는 순간까지의 긴박감을 조성하는 측면에서 비슷한 장르의 영화 중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다. <천명> 또한 여태 보여준 추격 장면 등에서는 여느 영화 못지않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오프닝으로, 주인공 최원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과 그를 시시각각 쫓는 추격대의 역동적 모습 등은 이 드라마가 가진 연출의 힘을 잘 드러냈다.  

그렇듯 유려한 연출에 비해 연기자들의 연기는 아직까지 극에 완전히 녹아들지는 못하고 있다. 아역 최랑 역의 김유빈이 현재까지는 '원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 그러나 극이 점차 진행되며 점차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명>은 부성애를 비롯, 추격·살인·사랑·암투·의술 등이 골고루 들어있는 '비빔밥' 같은 사극이다. 그러나 워낙 재료가 많으니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맛이 될 우려도 있다. 그 우려를 딛고 또 한편의 명품사극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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