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영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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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방송된 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는 '역시 군대는 군대'라는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우리나라 군부대 중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엄격한 군기를 자랑하는 백마부대에서 촬영했다고 하나, 실제 군 생활 치곤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했던(?) 지난주 방송과 달랐다.

군대 내의 천국 PX에서의 꿀맛 같은 휴식도 잠시, <진짜 사나이>의 여섯 이병들은 다시 군인으로서의 실전 훈련에 돌입해야했다. 정해진 주특기대로 여섯 이병들이 참여한 훈련은 '리얼' 그 자체였다.

심지어 미르 이병은 81mm 박격포 훈련 중에 허리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르 이병은 행여나 자신의 부상이 촬영에 협조한 국군 장병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당일 훈련이 완전히 끝나 의무반에 후송될 때까지 아픈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훈련에 열중했다. 

소총 훈련에 참여한 김수로·서경석·샘 해밍턴·손진영 이병의 훈련도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앞서 어깨를 다친 김수로 이병이 설상가상으로 나무뿌리에 등이 찍히는 사고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구멍병사 1호 샘 해밍턴 이병은 다소 어설픈 전투 자세로 큰 웃음을 선사하였다.

진정성 갖추기 시작한 '진짜 사나이'

<진짜 사나이>가 예상을 뒤엎고, 방영 첫 회 만에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은 '군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한국 군대 문화에 익숙지 않은 샘 해밍턴의 좌충우돌 해프닝 덕분이다. 그간 모든 훈련 과정에서 서툰 모습을 보여준 터라 자타공인 '구멍병사'로 자리매김한 샘 해밍턴은, 그럼에도 불구 뭐든지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자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3회에서부터 샘 해밍턴은 구멍병사가 아닌 제법 늠름한 한국 군인의 티를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외의 구멍을 보이는 이는 류수영 이병이다. 지난 축소 사격 때, 20발 중 단 2발만 맞춰 굴욕을 당한 류수영은 이번 박격포 설치에서도 연이은 실수를 범하며, 구멍병사로 등극할 아슬아슬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다음날, 현역 출신답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류수영 이병은 박격포 사격 모의실탄 훈련에서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에이스 탄약수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진짜 사나이> 첫 촬영까지만 해도, 단순 연예인 병영 체험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참여한 듯한, 여섯 병사들의 얼굴에서 이제 장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애초 타고난 승부사라던 김수로 이병의 얼굴에는 이기겠다는 각오가 단단히 설어있고, 어설픈 훈련 참여로 웃음을 유발했던 샘 해밍턴은 그의 어린 시절 소망인 '람보' 만큼은 아니지만, 성실한 군인으로서의 면모를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8일 방영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 한 장면 ⓒ MBC


가장 놀라운 것은 서경석 이병의 돌발 행동이었다. 철조망 설치 대결에서 패한 서경석이 속한 조는 대결에서 승리한 김수로·샘 해밍턴·손진영 이병이 속한 조의 철조망까지 치워야했다. 오랜 시간이 힘든 작업이었기에 서경석 조는 김수로 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대대장은 김수로·샘 해밍턴·손진영과 함께 서경석을 다른 작업에 투입시켰다. 하지만 힘든 철조망 제거 작업을 해야 하는 자신이 속한 조원들을 두고 갈 수 없었던 서경석 이병이 다른 작업에 가지 않겠다고 명령까지 불복종하는 돌발 상황까지 발생했다.

실제 군대 내에서라면 쉽게 용납할 수 없는 행위는 예능이라 가능했다. 나중에 서경석 이병과 김수로 조 간에 오해도 풀렸다. 그렇게 서경석 이병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그들은 불과 며칠 만에 군대와 군인, 그리고 함께 훈련하는 병사들에게 완벽히 동화되어 있었다.

비교적 화기애애했던 지난주와 달리, 약간의 웃음조차 허용되지 않는 총기점호 시간은 비로소 군대라는 공간의 엄격한 규율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그 속에서 여섯 이병들은 방송 촬영을 위한 연기가 아닌 진짜 군인이 되어 있었고, 때문에 <진짜 사나이>는 다큐보다 더 다큐 같은 리얼 병영 체험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서 다소 민감한 소재에, 자칫  '군대'를  우스꽝스럽게 왜곡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최대한 진정성 있게 '군대'를 대하는 <진짜 사나이>의 앞날이 사뭇 기대되어지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neodol.tistory.com/1521),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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