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3개월 계약직 정주리 역을 맡은 정유미.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3개월 계약직 정주리 역을 맡은 정유미.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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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가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극 중 정유미가 맡은 정주리는 명문대 지방 캠퍼스 출신에 변변한 스펙 없이 대기업 와이장에 3개월 계약직으로 취직했다. 그의 소원은 남북통일이 아닌 정규직.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시대 청춘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지난 16일 방송된 6회에서는 첫 월급을 받고도 생활이 펴지기는커녕, 실업자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쪼들리는 주리의 모습이 그려져 시청자들을 짠하게 했다.

88만원 세대의 현실 고발과 치유 과정 

이날 '그 많던 월급은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부제로 월급날을 맞은 와이장 직원들의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누군가는 여자 친구의 백을 사주느라 거금을 썼고, 누군가는 자신이 연모하는 사람에게 수줍은 선물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와이장에 입사한 이후 첫 월급을 받은 정주리. 첫 월급에 들떠 있던 주리는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통장 잔금이 1만 6200원이 되는 현실에 기겁한다.

알고 보니 학자금 대출 상환금과 미스김(김혜수 분)에게 주기로 했던 수당이 월급 입금과 동시에 빠져 나갔던 것. 기가 막힌 주리는 학자금 대출 관계자에게 전화를 하지만, "젊은이가 밥만 먹고 살아서 되나. 꿈을 먹고 살아야지"라는 어처구니없는 대답만 들려온다.

설상가상, 어머니가 첫 월급날을 축하하며 보내주신 '짝퉁' 가방마저 거래처 홈쇼핑 호스트들의 무자비한 손길에 망가진다. 첫 월급을 받았지만 내복조차 사주지 못하는 딸에게 엄마가 큰마음 먹고 사다주신 가방이건만, 몇 번 들지도 못하고 수난을 당하게 된 것. 하지만 수선비가 비싸 가방을 수선할 수 없는 현실이 주리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주리에게 따뜻한 희망이 돼주는 사람들이 있어 주리의 현실이 그렇게 팍팍하지만은 않다. 주리에게는 자식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부어주는 우리들의 엄마가 있고, 때때로 부하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무정한(이희준 분) 같은 상사가 있으며,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선배도 때때로 휴머니즘을 발동시키곤 한다.

주리의 엄마는 첫 월급인데 선물 하나 보내지 않는 주리를 원망하기는커녕, 밀린 집세 얘기를 왜 안했냐며 집세를 내주고, 비록 짝퉁이지만 거금 15만원을 들여 새 가방을 보내준다. 그리고 "우리 딸이 한국에서 간장을 제일 잘 만드는 와이장에 들어갔다"며 자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무정한은 주리가 수선비가 없어 소중한 가방을 고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가방을 수선해주며 "같이 일하는 가족이니까"라는 말을 덧붙이고, 수당 없이는 회식 참석도 안하던 선배 미스김은 주리의 사고를 마무리한 대가 명목의 수당을 '월급턱'이라며 감해주는 성은(?)을 내리기도 한다.

비록 현실은 비정하지만, 주리는 주변에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또 하루를 버티게 됐다. 다음 월급 때까지 비록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하고, 다음 달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지만, 생존 현장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휴머니즘으로 주리의 내일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직장의 신 정유미 김혜수 미스김 88만원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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