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고다! 이순신> 타이틀 롤을 맡은 아이유(좌)와 MBC <구가의 서> 여주인공으로 활약 중인 수지(우).

KBS <최고다! 이순신> 타이틀 롤을 맡은 아이유(좌)와 MBC <구가의 서> 여주인공으로 활약 중인 수지(우). ⓒ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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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이돌과 걸 그룹 멤버들 가운데 유독 93-94라인(1993년생과 1994년생)이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티아라 지연·f(x) 설리·카라 강지영·그리고 미쓰에이의 수지 그리고 아이유까지.

각 그룹 내에서 비주얼을 담당하거나 혹은 가장 인기가 많은 멤버들을 모아놓고 보니 모두 1993년생 혹은 1994년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된 것이다. 팬들은 '93-94라인'을 묶어 '황금세대'라고 일컫는 등 각종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이돌과 걸 그룹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게 되면서 이 뜨거웠던 '93-94 라인'도 점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노래와 연기라는 겸업을 선택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그중에서 최근 안방극장의 주연 자리를 꿰차며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경쟁자가 있으니 바로 수지와 아이유다.

아이유-수지의 연기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온도차

수지는 현재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여주인공 담여울 역으로 분하고 있으며, 아이유는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타이틀 롤인 이순신 역을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짧은 연기 경력에 비해 상당히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은 것. 아이돌의 연기 도전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무척이나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는 두 사람의 흥행력과 대중적 인지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외로 두 사람의 주인공 역할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최고다 이순신>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아이유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연기력 자체만 놓고 본다면 우려했던 것 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성웅 이순신의 이름을 차용했다는 논란을 거치며 형성된 비난 여론이 아이유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1년 <드림하이> 이후 단 두 번째 작품 만에 주말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된 부족한 경력 역시 시청자의 냉랭한 반응으로 이어지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가수로서의 인기에 힘입어 주연배우를 꿰찼다'는 일종의 반발 심리인 것이다.

반면, <구가의 서>를 통해 다시 한 번 연기도전에 나선 수지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대중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전히 발성처리와 대사전달력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보이지만, 전작 <드림하이><빅> 등에서의 연기와 비교해 보면 분명 진일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아이유처럼 홀로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훨씬 여유를 가지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 상대배우인 이승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의외로 수지는 연기력 논란 없이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드림하이1> 이후 각각 서로 다른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돌아온 아이유와 수지.

<드림하이1> 이후 각각 서로 다른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돌아온 아이유와 수지. ⓒ KBS, MBC


'드림하이' 이후 처지 뒤바뀐 두 사람…앞으로가 중요

<구가의 서>와 <최고다 이순신> 모두 초반을 지나고 있으므로, 수지와 아이유 중 누가 더 연기자로서 성공을 거뒀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드림하이> 방영 당시 두 사람에 대한 평가를 떠올려 본다면, 지금의 반응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한마디로 2년 만에 두 사람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당시 수지는 첫 연기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주연격의 고혜미 역을 맡았다. 남자 주인공이었던 배우 김수현과 호흡하는 장면이 많았고, 당연히 상대적으로 부족한 연기력이 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드라마에서 수지는 '발연기'라는 굴욕까지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같은 드라마에서 아이유는 뚱뚱한 분장을 하고 나와 코믹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등 호감형 캐릭터를 선보였고, 그가 맡은 김필숙이라는 역할 역시 비중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두 사람의 연기 도전에 있어 아이유가 수지보다 대중의 평가와 호감도에서 앞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지는 <드림하이>에서 겪은 연기력 논란을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씻어냈고, 이후 드라마 <빅>을 거쳐 현재의 <구가의 서>까지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짧은 연기 경력에 비해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고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연기자 수지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드림하이>에 비한다면 많이 관대해진 상황이다. 두 사람의 처지가 역전됐다.

이제 문제는 앞으로다. <최고다 이순신>과 <구가의 서>는 모두 시청률 면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의 역할과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노력하는 모습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면, 아이돌의 연기 도전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많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93-94라인'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아이유과 수지의 어깨가 무겁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이유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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