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신>의 비정규직 사원 미스김(김혜수 분).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신>의 비정규직 사원 미스김(김혜수 분). ⓒ K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지난 8일 방영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신>은 약육강식의 직장 생태계를 생생히 묘사했다. 직장 내 계약직-정규직-사장의 관계는 물론 타사 점장과 상무까지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관계를 잘 나타냈다. 일종의 '먹이사슬' 같았다.

이 정글 같은 곳에 절대강자는 없었다. 계약직 직원은 물론 정규직 직원, 나아가 마케팅부서 부장까지, 다른 직장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드라마는 계약직이 그토록 부러워하던 정규직 역시 안정된 자리가 되지 못함을 보여줬다.

이날 계약직을 무시하던 장규직(오지호 분)은 직장생활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간장게장의 달인(김병만 분)을 섭외해 이벤트를 기획했지만, 달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행사가 취소될 위기를 맞은 것이다. 장규직의 실수는 회사는 물론, 제품을 납품하는 대형마트까지 위기에 빠뜨렸다.

그동안 장규직은 자신이 정규직이라는 사실에 도취되어, 계약직을 '언니'라고 부르며 무시했었다. 하지만 실상, 자신 역시 초라한 존재였다. 직장 내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던 장규직의 위세는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신 초라하게 사직서를 작성할 상황에 직면했다. 만약 이날 미스김(김혜수 분)이 나서서 간장게장 쇼를 도맡지 않았다면, 장규직은 꼼짝없이 실업자로 전락할 뻔했다.

장규직은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던 계약직, 다른 누구도 아닌 미스김의 도움을 받은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동안 '언니'라 칭하던 정주리(정유미 분)의 이름을 부르고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넨 것은 인상적이었다. 그간 계약직 차별의 선봉장이었던 장규직의 변화를 예고하는 복선이었다.

"누구나 한때는 자기가 크리스마스 트리인줄 알 때가 있다. 하지만 곧 자신은 그 트리를 밝히던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머지않아 더 중요한 진실을 알게 된다.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똥인지 장인지는 찍어 먹어봐야 안다는 것을."

극 중 정주리의 내레이션은 시청자를 공감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자신은 전구에 불과하고, 그런 소모품에도 급이 있다는 말이다. 처음에 그 말은 계약직만을 위한 것으로 들린 내레이션은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들 모두를 위한 것이었다. 우리 시대, 직장에서 힘겨운 건 모두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계약직 정주리(정유미 분).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계약직 정주리(정유미 분). ⓒ KBS


직장이란 잔혹한 정글, 탈출 열쇠는 결국 '사람 ' 

이날 <직장의신>에서 정주리와 금빛나(전혜빈 분)가 함께 동기모임에 가는 장면은 계약직의 슬픈 현실을 반영했다. 금빛나는 정주리와 친구를 맺고, 순수한 마음으로 정주리를 자신의 동기 모임에 데려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맞부딪친 것은 차별과 편견이었다.

계약직·정규직의 관계, 학벌 등이 사람을 참 초라하게 했다. 정주리는 금빛나의 동기들에게 계약직과 지방대생이 겪는 무시를 당했다. 이것만해도 속이 쓰리는데, 장규직은 다친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냉소하며, 계약직과 정규직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비웃은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아렸던 이유는, 이것이 비단 드라마 속 정주리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단지 계약직들의 아픔만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무시당하는 계약직들처럼, 계약직을 무시하는 정규직들 역시 직장 내 소모품이라는 뼈있는 교훈을 전달했다. 직장 정글 속에서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KBS 2TV <직장의 신>의 한 장면. 무정한(이희준 분, 왼쪽)과 장규직(오지호 분).

KBS 2TV <직장의 신>의 한 장면. 무정한(이희준 분, 왼쪽)과 장규직(오지호 분). ⓒ KBS


장규직으로 대변되는 정규직, 부장(김응수 분)으로 대변되는 철밥통, 급기야 갑의 위치에 있는 타사 점장(김광규 분)까지, 이들 역시 직장 정글의 잔혹한 현실 속에서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줬다. 장규직의 실수에 자신마저 불이익을 당할 처지에 놓인 타사 점장이 "내가 어떻게 오른 점장인데"라며 울부짖는 장면은 그 정글의 무서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직장의신>은 그 직장 정글 속에서 탈출의 열쇠를 제공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장규직 인생에 닥친 최대의 위기에서 미스김, 정주리, 무정한(이희준 분)을 통해 이 가치를 실현했다. 표면적으로 이날 장규직의 위기를 벗어나게 해 준 것은 원더우먼 같은 미스김이지만, 다른 이들의 도움 역시 컸다.

이날 계약직 정주리는 간장게장의 달인을 찾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무정한은 미스김을 찾아가 친구 장규직를 도와달라며 진심으로 부탁을 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미스김이 장규직을 돕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너 같으면 해주겠습니까?" (미스김)

처음 미스김은 무정한의 부탁을 처음에는 냉정히 거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스김이 자신을 괴롭히는 장규직을 도와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미스김은 그럼에도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무정한의 요청에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간장게장 쇼를 자신이 도맡게 됐다. 다행히 간장게장 쇼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로 인해 장규직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직장은 냉정한 정글과도 같지만, 그 속에는 사람이 있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언제나 힘이 되는 것은 사람이다. 거기에는 계약직·정규직이 따로 없었다. 이날 <직장의신>은 서로를 폄훼하고 무시하기보다, 서로를 동료로 받아줄 때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직장의 신 미스김 김혜수 정규직 계약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