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2009년 초. 최소 2~3년 동안 공들였던 작품을 결국 접게 되었다. 이 시나리오에만 올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20대 시절을 꽤 투자한 작품이었다. 운 좋게 관심 둬주는 이를 만났고, 순조롭게 촬영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일은 내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실의에 빠졌고, 이 징글징글한 멜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은 참 기묘하다. 다른 뭔가에 몰두하고자 스릴러 시나리오를 썼고, 이 역시 잘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마지막 고비를 또 넘기지 못했다. 제작사에서는 예전의 그 멜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렇게 징글징글했던 멜로가 다시 보였다. 2012년. 다시 멜로를 다듬기 시작했고, 2013년 3월 드디어 관객과 마주했다.

징글징글한 '연애의 온도', 왜 이민기-김민희였냐면

영화 <연애의 온도>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장영(김민희 분)과 이동희(이민기 분)의 성장담이기도 하지만, 연출을 맡은 노덕 감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년, 2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인공들도 나이를 먹었고, 시야와 관점도 바뀌었다. <연애의 온도>와 오랜 시간을 보낸 노덕 감독에게 장영과 이동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장영은 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이었고, 이동희는 좋은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솔직하고, 관객으로서 애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희가 굉장히 순수한 인물,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장영이 더 어려웠어요. 스스로 솔직해져야만 속을 알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동희는 워낙 캐릭터도, 행동도 분명하지만 영이는 속앓이를 많이 하니까요."

 영화 <연애의 온도> 속 한 장면

영화 <연애의 온도> 속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극 중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티격태격하지만, 노덕 감독은 그 속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장영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화"라고 설명한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동희라는 인물이 커다란 숙제 같은 존재이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랑하면서 점차 성숙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의미에서다. 노덕 감독에게 수많은 배우 중 김민희와 이민기를 택한 이유를 물었다.

"동희는 가야 할 지점이 명확했어요. 자기 멋대로지만 밉지 않고, 그조차도 사랑하고 싶은 인물이어야 했어요. 이민기씨에게는 짓궂은 이미지가 있어요. <태릉선수촌> <바람 피기 좋은 날>에서처럼 허술하고 어리숙한 면을 담고 싶었습니다. 장영은 이런 동희를 사랑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잖아요. 그래서 어려운 사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뜨거운 것이 좋아> 때의 김민희씨가 좋았고, 실제로도 귀엽고 여성스럽고 인간적이더라고요. 잘 만났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노덕 감독이 털어놓은 '멜로의 어려움'

노덕 감독은 '청춘스타'로 알려진 두 사람의 진가를 봤다.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력은 기본이요,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에 더해진 인간적인 면모는 노덕 감독 또한 처음 본 것이었다. 노 감독은 "이들은 아이콘이기 이전에 인간이었다"면서 "그동안에는 잘 안 보였는데 다가가 보니 한 인간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더라. 표현되어야 할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내가 할 일이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3년 첫 멜로에 대한 관객의 기대는 컸다. 개봉 일주일여 만에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 올해 첫 멜로에 대한 뿌듯함보다 부담이 더 크다고 털어놓은 노덕 감독은 "멜로는 감정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해서 정말 어렵더라"면서 "새삼 멜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노덕 감독은 "멜로가 많이 없다가 툭 튀어나왔으니 한편으로는 관객이 갈증 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면서 "기대감도 솔직히 있다"고 미소 지었다.

"늘 깨알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노덕 감독. 차기작 역시 "깨알 같은 스릴러"가 될 전망이다. 그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아기 같아지는 순간을 겪었던, 누군가를 절실히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연애의 온도>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연애의 온도>에는 노덕 감독의 생각처럼 뜨거운 사랑을 해본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가 그대로 담겼다.

"제가 생각하는 연애의 온도요? 전 뜨거울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뜨거울수록 아름답지 않나요? 뜨거울수록 치열하게 싸우기도 할 거고요. 장영과 이동희의 감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차가워지잖아요. 다시 만난 후엔 오히려 스스로를 가두고 감정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싸우는 게,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피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영화<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영화<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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