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레 미제라블' (2013 피겨종합선수권대회 사진)

김연아의 '레 미제라블' (2013 피겨종합선수권대회 사진) ⓒ 곽진성


오늘(17일) 오전 11시 46분 피겨여왕 김연아(23.대한민국)가 캐나다 런던 은반 위에 섭니다. <2013 ISU 세계피겨 선수권 대회>의 가장 마지막 순서로 펼쳐지는'레 미제라블' 극장, 여러분은 김연아 주연의 영화(프리스케이팅)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알고 보면 100배 더 즐거운 김연아의 연기. 한번 알아가 볼까요.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는?

김연아의 <레 미제라블>(2013)과 영화, 뮤지컬의 <레 미제라블>의 공통점을 아나요? 정답은 바로 빅토르 위고(1802~1885)의 소설 <레 미제라블>(1859)을 밑바탕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빅토르 위고 소설 <레 미제라블>은 빵 한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과 그의 양녀 코제트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프랑스의 민중의 혼란과 혁명의 과정을 넣은 2556쪽의 방대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레 미제라블>은 이후, 카메론 맥킨토시(뮤지컬), 톰 후퍼(영화)등에 의해 2시간 여의 명작 예술 작품으로 재 탄생했지요. 2012년 대한민국도 대통령 선거 이후, '레 미제라블' 열풍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500만 넘는 관객을 기록하며,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감동을 전해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의 한 장면

영화 <레 미제라블>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


자연히 <레 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위고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인 빅토르 위고는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 제정 수립을 반대하다 망명길에 올라야 했고, 피신처(벨기에)에서 추방당하는 곡절을 겪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위고의 위대한 예술 혼은, 핍박받는 현실에 맞서 <레 미제라블>이란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킵니다. 빅토르 위고의 삶은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과 일면 비슷해 보입니다. 그가 남긴 말에는 <레 미제라블>의 교훈과 일치하는 진심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신과 영혼, 책임감. 이 세 가지 사상만 있으면 충분하다. 적어도 내겐 충분했다. 그것이 진정한 종교이다. 나는 그 속에서 살아왔고 그 속에서 죽을 것이다. 진리와 광명, 정의, 양심, 그것이 바로 신이다."

오늘, 김연아는 바로 이 빅토르 위고의 숨결이 살아있는 <레 미제라블>을 연기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김연아의 <레 미제라블>은 2556쪽 원작의 방대함을, 단 4분 10여초의 프리 스케이팅 연기 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는 것입니다. 축약의 미학이 숨어 있는 피겨 프로그램 <레 미제라블>을 감상하는 것은 특별한 감동을 전해줄 것입니다. 

중독될 정도로 <레 미제라블> 뮤지컬 본 김연아

 김연아 레 미제라블(2013 종합선수권대회 사진)

김연아 레 미제라블(2013 종합선수권대회 사진) ⓒ 곽진성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에서는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의 의상이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이 의상 선택이 김연아 선수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추측컨데 김연아가 이런 의상 선택을 한 것은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바탕색은 회색에 가까운 카키색입니다. 레 미제라블' 작품상의 인물들이 당시 시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이기에, 의상은 화려하기 보다는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의상의 네크라인이나 소매주름, 비즈장식 등에서는 '레 미제라블'의 시대적인 느낌이 잘 드러나길 원했던 선수의 의견이 반영되었습니다."(김연아 선수 의상관련 보도자료)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사용되는 프로그램 음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연아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음악을 차용했습니다. 크게 4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Look Down- One Day More - On My Own - Tomorrow Comes로 진행되는 구성입니다.

뮤지컬과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보듯, 각각의 음악은 주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Look Down은 고통 받는 죄인들의 노래, One Day More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혁명을 준비하는  민중의 노래입니다. On My Own는 야속한 운명 속에서도 긍정을 잃지 않는 에포닌의 노래입니다. Tomorrow Comes는 내일에 대한 희망을 노래입니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안무는 이런 4가지 주제를 표현합니다. 각각의 트리플 점프와 스텝, 스핀, 그리고 스케이팅 스킬이 바탕이 된 상체 움직임은 '레 미제라블'의 감동을 몸으로 전달할 것입니다. 특히, 내일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김연아의 안무는 가히 압권합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의 제대로 된 표현을 위해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중독될 정도로 봤다"고 말합니다. 2012년 개봉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영화 <레미제라블>도 2차례나 볼 정도였죠. 완벽함은 치열함에서 나온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레 미제라블> 관람료는 '무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 

 김연아 레 미제라블(2013 종합선수권대회 사진)

김연아 레 미제라블(2013 종합선수권대회 사진) ⓒ 곽진성


김연아의 '레 미제라블' 극장은 TV로 무료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마추어 스포츠자, 예술 프로그램이기도 한 '피겨 스케이팅'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겠지요. 무료이기에 행복한 관전, 하지만 한 가지 꼭 기억해두셨으면 좋겠습니다.

'피겨 전용 연습장'이 건설되지 못한다면 오늘과 같은 즐거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다시는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말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 스케이팅 경기는 '남의 잔치'가 될 것이라 우려됩니다.훌륭한 선수를 키워낼 터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관비용 문제로 새벽이 되서야 어린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난방이 되지 않아 영하의 추위에 떨며 운동하는 것이 현 대한민국 피겨의 현주소입니다. 지상 훈련할 공간이 없어 링크장 주변 계단을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속출합니다. 그럼에도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연아는 '피겨 전용 연습장'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건설 기간을 생각하면 자신보다 후배들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통령에게 소원을 말하는 이벤트에서 '피겨전용연습장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부탁하기도 했죠.

하지만 꿈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해서 일까요. 김연아는 언제부턴가 인터뷰 때 더 이상 그 꿈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해외전지훈련에서 돌아와, 후배들과 묵묵히 훈련에 임할 뿐이었죠.

이제는 선수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습니다

 2007년 1월 만났던 국가대표 선수들(왼쪽부터 김연아, 김수진, 최지은, 김민석)

2007년 1월 만났던 국가대표 선수들(왼쪽부터 김연아, 김수진, 최지은, 김민석) ⓒ 신동민, 곽진성


제가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을 인터뷰 시기가 2007년 2월로 기억합니다. 당시 군 제대 후, 바로 '중앙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일을 하며 피겨 국가대표 시리즈를 기사로 다뤘습니다. 당시 취재를 하며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공익적 차원에서 '피겨 전용 연습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20대에 이뤄야 할 꿈 중 하나는 '피겨연습장 건립'에 보탬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2011년 7월, 다시 국가대표 선수들을 취재했지만 열악한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6년 동안, 피겨전용연습장 건설 부분을 관심 깊게 지켜봤지만, 번번이 경제 논리에 의해 꿈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사회는 왜 그리 투자에 인색할까요. 따뜻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저녁에 훈련할 수 있고, 부상없이 지상 훈련을 할 수 있는 '피겨 전용 연습장' 하나 왜 만들지 못했을까요.

 2011년 7월 피겨국가대들

2011년 7월 피겨국가대들 ⓒ 곽진성


스포츠 스타 한명이 갖는 경제적, 사회적 파급력은 어마어마합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김연아의 전체 경제 효과는 5조2350억 원에 달했다는 분석(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있습니다. 잘 키운 스포츠 스타하나가 국익에 크게 이바지하는 셈입니다.

국가대표 김연아는 오늘, 캐나다 런던에서 또 한번 '피겨 한류'를 세계에 전파합니다. 연기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웃고, 놀라워하고, 기뻐할 것입니다. 전세계가 주목하며 '코리아'를 떠올리겠죠. 단지, '한 겨울밤의 꿈'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멋진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 오랫동안 미뤄온 '피겨 전용 연습장'의 꿈을 국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요. 정책 입안자들도 책임을 갖고 나서는 것은 어떤가요. 불가능에서 가능을 이뤄냈던 <레 미제라블>의 교훈처럼, 후배들의 올림픽 출전 티켓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연아처럼, 이 또한 소중한 가치라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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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레 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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