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포스터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포스터 ⓒ 어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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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다 못해 한적한 부산 동래역에 범상치 않은 여자 둘이 나타난다.

과거 미스코리아임을 주장하며, 스스로를 미스진이라 부르는 기차역 안방마님(진선미 분), 미스진의 딸이 아님에도 불구 그녀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꼬맹이(박나경 분)가 동래역에 나타난 순간, 매일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생활을 이어나갔던 철도 건널목 지킴이 수동(하현관 분)의 삶도 180도 바뀐다. 거기에다가 오지랖은 넓고 눈치는 없는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나 밉지 않은 동진(최웅 분)이 가세하니, 조용하던 동래역에 유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의 주인공은 기찻길 건널목 수동과 동래역의 불청객(?)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역장(박호천 분)을 제외하곤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등 세상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영화는 '밑바닥 인생'이 겪어야하는 슬픔과 고통을 처절하게 그려내기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미소를 담고자 한다.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한 장면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한 장면 ⓒ 어뮤즈


기구한 사연보다 따뜻한 마음씨에 주목

오랜 세월 여성 노숙자로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왔을 법한 미스진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당당하게 남들과 다른 독특한 삶을 영위해나간다. 현대인의 기준에서 보면, 사지 멀쩡한 그녀가 왜 노숙자 생활을 하는지 의아해보일 수도 있다. 동래역이 자기 집인 마냥, 자유롭게 활보하는 미스진은 안쓰러움을 넘어 자칫 뻔뻔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행여나 역사 분위기를 망쳐 놓을까봐 자신과 꼬맹이의 존재를 탐탐치 않게 여기는 역장에게 "우린 요래 가마이 있을 기라서 피해 안줍니다"라고 당당히 공공장소를 이용할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는 미스진의 솔직 담백한 해맑은 미소는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큼직한 가방과 눈에 띄는 다채로운 레이어드 패션에도 불구 '예쁜' 미스진은 다소 어둡게 흘러갈 수 있는 영화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이끌어가는 중심축이다.

영화에서 미스진이 노숙자 생활을 하고, 수동이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게 된 이유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고 있는 수동, 이름조차 없어 꼬맹이로 불리는 아이의 기구한 사연도 보이지 않는다. 넉넉지 않은 월급에, 시내 곳곳의 역전을 전전하면서도 자신에게 손을 벌리는 집 없는 소녀를 받아들이고, 사업실패로 알코올 중독자가 된 남자를 기꺼이 자신의 군식구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주목할 뿐이다.

<미스진은 예쁘다>는 고도로 자본화된 사회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자칫 묵직하고 슬프게 다가올 수 있는 신파적 소재를 발랄하게 그리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냥 우울하고 불쌍하기만 할 것 같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미스진을 통해 산산이 깨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급급한 현대인에게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는 더불어 사는 삶의 '행복'을 보여준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다 녹초가 되어버린 관객들의 얼어붙은 마음마저 훈훈하게 녹일 것이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남자배우상 수상한 <미스진은 예쁘다>는 3월 14일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미스진은 예쁘다 영화 독립영화 부산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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