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멋진 하루'. 지난 9일 방영된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320회 제목이다. 하정우와 전도연이 나왔던 영화와도 같다. 그 영화에서 하정우는 전 여자친구 전도연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아주길 요구받는다. 한때 사랑했던 두 남녀, 이제는 채무 관계로 하루를 보내는 사이다. 조금은 씁쓸할 수 있는 내용이라 '멋진 하루'라는 제목은 역설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었다.

<무한도전>(이하 '무도)도 역시 그런 걸까. <무도> 멤버 일곱 명이 일일 택시 운전사가 되어 시민을 승객으로 태운 내용인 '멋진 하루'편은 분명 <무도> 멤버에게도, '무한운수' 소속 택시에 탄 시민 승객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멋진 하루'라는 표현이 <무도>가 시청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뜨끔할 수도 있다. 외로운 이들이 많은 우리 사회와 <무도>에 대한 기대가 너무 많은 시청자에게 말이다.

 지난 9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좋은 하루>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좋은 하루> 한 장면 ⓒ MBC


사실상 리얼 예능 맏형격인 <무한도전>..그 공익성 추구에 대하여 

<무도>는 현존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중에서 <무도>의 영향을 받지 않은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몰입도가 가장 높은 예능, 본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가장 많은 예능이 <무도>다. <무도> 속에는 언제나 토크쇼와 콩트, 리얼 버라이어티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와 감동이 다양한 소재와 사회 풍자, 각종 패러디와 게임 그리고 멤버들의 캐릭터쇼로 담겨 왔다.

다른 거 안 봐도 <무도> 한편만 보면 되는 것이다. 한국 예능계의 블록버스터 <무도>. 그래서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무도>에는 상당한 찬사와 기대가 이어져 왔다. 그런 게 <무도> 측으로서는 보람과 함께 부담으로도 작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능계의 리딩 프로그램(leading program)으로서 <무도>가 공익성을 띤 것처럼 보이는 '멋진 하루'편을 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새로운 택시 관련법이 통과하네 마네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택시에 대한 좋지 않은 오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 택시법 문제는 한 번쯤 풀고 넘어갈만 한 사회적 문제였다. 이걸 <무도>에서 건드렸다. 멤버들이 직접 택시 운전사가 되어 지내면서 택시업의 현실과 시민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그 어느 방송에서보다 제대로 알려주었다.

이를 두고 소재가 고갈된 지금의 예능 현실에서 불가피한 방영분이었다고 비난하거나, 공익성을 담았다는 것이 꿈보다 해몽이 좋은 분석일 뿐이라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무도> 제작진이 어떤 공익적 의도를 시청자에게 강요하지는 않고, 그저 하나의 '화두'를 던질 뿐이라는 걸 필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화두가 '멋진 하루'편에서는 택시에 대한 현실을 알리자는 취지였으리라 파악했다.

 지난 9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좋은 하루>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좋은 하루> 한 장면 ⓒ MBC


'시민 참여 예능의 한 획을 그었다'고 후세는 역사에 기록할 것이다 

사실 요즘 예능은 힘들다. 시청자들이 웬만해서는 쉽게 웃지 않는다. 야심 차게 시작한 새 예능들이 하나둘씩 조기에 종영되고 있다. 어느 정도 사랑받아 오던 프로그램들도 하루 아침에 종영되거나 종영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 살벌한 예능 판에서 <무도>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날 방영분에서도 오프닝 멘트 중에 유재석이 <무도> 멤버에게 형제 운운하며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이 등장했다. 유재석은 <무도>가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유재석만의 호들갑이 아니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무한 도전>이라는 프로그램 이름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도>이기에 택시 운전사가 되어 시민들을 태웠다. 요금은 받지 않았다. 한 케이블 채널의 택시 토크쇼가 연상되기도 했지만 그와는 달랐다. 게스트 격인 사람들이 유명인이 아니라 평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민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도>의 참 의미가 숨어있다.

<무도>는 진정으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추구하고 있다. <무도>는 꾸미지 않는다. 멤버끼리 있을 때도, '멋진 하루'편에서처럼 시민과 함께할 때도 그렇다. 혹자는 <무도>가 변했다고 하지만, 필자가 볼 때 <무도>는 현존하는 어느 프로그램 못지않게 자신의 이름값을 하고 있다. <무한도전>이니까 '무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무도> 멤버들이 시민 승객을 만나며 자신들이 연예인임을 모르고 대할 때, 힘들어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전해졌다. 그렇다. 그게 현실이다. 택시를 타는 시민도 안 타는 시민도 살기 어렵듯이 무도 멤버들도 살기 어렵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이라면 그렇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앞으로도 무도는 이처럼 시민 참여 에피소드를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시민 참여 예능은 대부분 시민이 연예인을 대신해 웃기고 울리고 놀라게 해준다. <스타킹>이 그렇고 <안녕하세요>가 그랬고 <화성인 바이러스>가 그러하다. 그건 시민을 조금 쉽게 연예인 대역으로 활용하는 것에 그치곤 한다.

<무도>에서도 시민이 감동과 웃음을 주었지만 그 어느 시민 참여 예능보다 더 시민에게 가까이 가 있었다. 현존하는 어느 예능도 이렇게 시민과 직접적으로 소통을 시도하지 않는다. 연예인과 시민은, 혹은 방송과 시민은 다른 세계의 존재들처럼 논다. 이날 방송에서도 무한운수의 운전 기사들이 시민 승객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게 어색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비록 방송임이 나중에 다 알려졌지만, 연예인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직접 시청자인 시민과 대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멤버들마다 가진 캐릭터와 개그성, 준비한 설정들과 이벤트 등으로 시민 승객들과의 어색함을 줄였다. 하지만 오전부터 밤까지 운행했는데 꽤 많은 시간이 편집된 걸로 보아 분명 예능으로서 모험이 분명하다. 제작진 자신들이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기 보다 시청자인 시민을 만나는 것을 더 중시함으로써 거기에서 진정한 재미가 나온다는걸 이 <무도>가, 이 프로가 그걸 알고있다는건 기특한 일이다.

단순히 재미만을 주기보다는 의미 있고, 개념있는 '예능 거리'를 찾아 발로 뛰는 <무도>. 그런 <무도>의 이런 시도가 <무도>를 사랑하지 않으려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한다. 이날 방송에서 무한운수 기사들의 '불백(불고기 백반) 예찬'과 스피카 양지원, 원더걸스 예은, '지우 히메' 최지우 등의 깜짝 등장도 재밌었지만, 가장 재밌는 건 <무도>인줄 모르고 택시에 탄 시민들이었다.

그간 <무도>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은 <무도>가 끝나지 않기를 희망했다. 더 나아가 더 많은 대단한 프로젝트를 해주기를 바래왔다. <무도>는 그런 바람이라는 일종의 채무를 시청자에게서 진 것일까.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 <무도>를 사랑해온 시청자도 <무도>에 채무를 지고 있다. <무도> 제작진들이 <무도>를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채무. 그만두고 싶어도, 그런 시청자들의 사랑이 있기에 <무도> 제작진들은 <무도>를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무도>와 시청자가 서로 지고 있는 채무, 그것은 영화 <멋진 하루>에서 하정우와 전도연이 형성한 채무와도 일맥상통한다. 그 채무는 공교롭고도 진부하게도 사랑이다. 씁쓸할 수도 있고,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채무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점이다. 그 채무가 전도연을 움직이고, 하정우를 움직였듯이 시청자가 무도 제작진을 움직이고, <무도>가 시청자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움직이는 게 마땅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무도> 제작진과 <무도>의 시청자들은 서로 살아있게 하는 관계다. 사랑의 채무 관계. 왠지 필자는 <무도> 제작진들이 그 채무를 영원히 갚아주었으면 싶다. <무도> 제작진도 매회 힘들겠지만 내심 시청자들이 그 채무를 영원히 갚아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기실 '멋진 하루'편은 <무도>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 대한 <무도> 측의 '미워할 수 없는 앙갚음'이었던 거다. 그 '귀여운 앙갚음'을 앞으로도 쭉 당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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