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영(송혜교 분)과 오수(조인성 분)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영(송혜교 분)과 오수(조인성 분)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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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로 인해서다.

하지만 노희경 작가 마니아로서 이 풍경은 사뭇 낯설다. 그는 대중성과 다소 먼 작가였기 때문이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2008)부터였던가. 노희경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조금씩 대중성을 띄기 시작하더니 <그 겨울>에 이르러서는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낯설다. 아쉬움도 있다. 과거 노희경 작가 작품에 대한 향수가 그리워서랄까. 물론 <그 겨울>에서도 노희경의 향을 맡을 수 있다. 특유의 감각적인 대사가 아직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 갈증이 이는 건 왜일까. 개인적으로, 노희경표 드라마의 정점이라 생각하는 작품 <굿바이 솔로>(2006)를 통해 비교해보고자 한다.

현실에서 판타지로 옮겨가며 느껴지는 이질감

<굿바이 솔로>는 상처받은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 가슴에 담은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악역이라 할 수 있는 미자(윤유선 분)마저도 아픈 상처가 있고, 어머니 미영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상처를 치유한다. 우리도 그런 모습을 보며 아픔을 치유한다.

이들의 배경은 지독히 현실적이다. 노희경표 드라마가 대부분 그렇듯 <굿바이 솔로>도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현실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을 보며, '우리네 삶의 이야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크든 작든 개인에게는 '마음 속 아픈 가시'다. <굿바이 솔로>의 인물들도 평범해 보이지만 각자 아픔을 담고 살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그들의 아픔과 치유에 '내 마음 속 가시'를 투영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드라마가 현실과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2006년 방영됐던 노희경 드라마 KBS <굿바이 솔로>의 한 장면

2006년 방영됐던 노희경 드라마 KBS <굿바이 솔로>의 한 장면 ⓒ KBS


이에 반해, <그 겨울>은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에서 다소 멀어진 느낌이 가득하다. 그래서 오영(송혜교 분)과 오수(조인성 분)에게 '내 마음 속 가시'를 투영하다 보면 사뭇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동안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서와 달리 현실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겨울>이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기 때문에 배경 설정을 탓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왜 리메이크를 했을까, 순수한 노희경표 드라마가 그립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라진 '감성의 직격탄'…그럼에도 '노희경'인 이유

노희경 작가 대사의 묘미는 바로, 감성에 직격탄을 날리는 대사다. <굿바이 솔로>에서는 독백이 자주 사용됐다. 독백으로 흘러나오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술이었다. 기교로서의 예술은 아니었다. 삶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가 특유의 표현이었다. 때문에 대사는 감성에 직격탄을 날렸고, 우리는 대사를 들으며 무릎을 탁 치며 말할 수 있었다. "캬,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개나 소나 쿨쿨, 좋아들 하시고 있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 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나는.' (<굿바이 솔로> 중)

 <굿바이 솔로>의 한 장면. 미리(김민희 분)와 영숙(배종옥 분)이 이야기하고 있다.

<굿바이 솔로>의 한 장면. 미리(김민희 분)와 영숙(배종옥 분)이 이야기하고 있다. ⓒ KBS


독백뿐만 아니라 대화에서도 직격탄은 이어졌다. 역시나 삶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깊게 묻어나 있는 대사였다. 그리고 어김없이 우리는 무릎을 치게 된다.

미리(김민희 분): 언니, 내가 양씨를 잊을 수 있을까?
영숙(배종옥 분): 못 잊지 어떻게 잊냐? 잊는다는 건 어느 날 그 사람이 나타났을 때 '어머 누구세요?' 아니면 그 사람 이름을 들었는데 '그게 누구더라?' 하는 게 진짜 잊는 건데, 살 부비고 산 사람을 그렇게 잊을 수가 있냐? 미치지 않고선.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순 있어도 잊을 순 없어 안 그래?

미리 : 내가 양씨 없이 살 수 있을까?
영숙 : 인간이 얼마나 독한데 못 살어? 살지.
미리 : 양씨 보고 있을 땐 하루 종일 봐도 안 질렸는데, 바다는 금방 질린다. 지겹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 SBS


절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그 겨울>에는 이런 직격탄이 없다. 아쉬움이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노희경 작가가 <굿바이 솔로>에서 보여줬던 직격탄이 그립다.

<그 겨울>은 그럼에도 노희경 드라마다. 비록 과거에 노희경 작가가 보여줬던 현실 속 상처와 치유, 감성의 직격탄이 옅어졌다하더라도 특유의 향은 깊게 남아있다. 그의 드라마의 또 다른 핵심, '힐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7회에서 보여줬던 장면은 '역시 노희경'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오영과 오수가 아픈 과거를 이야기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장면을 말하는 것이다. 일본의 원작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치유의 방식이었다. 이것이 2% 부족함이 있음에도 우리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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