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드라마 <학교2013>에서 고남순 역의 배우 이종석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KBS2드라마 <학교2013>에서 고남순 역의 배우 이종석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카페 파크앤느리게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새 학기가 되면 남순이도 고3이 된다. 3월을 사흘 앞둔 지난 2월 26일 만난 고남순은 여전히 공부에는 별 흥미가 없는 듯 보였지만, 그 나른함이 미워 보이지 않았다.

KBS 2TV 드라마 <학교 2013>에서 고남순 역을 맡았던 배우 이종석(25)을 지난 2월 26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카페 파크앤느리게에서 만났다. 드라마가 종영한지 한 달 여가 흘렀지만, 그에게서는 여전히 승리고의 '아웃사이더' 고남순이 묻어났다.

남순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고3이 돼서 학교는 다닐 것 같다"며 "졸업 후에는 변두리에서 야채장수를 하거나 여전히 직장에서 자고 있지 않을까"라고 상상했다. 이종석에게 고남순은 "나른하고 무기력하면서도 아련한 아이"다.

멜로보다 절절한 우정 "흥수 얼굴만 봐도 눈물이"

고남순 이야기의 팔 할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던 박흥수(김우빈 분)가 차지했다. 중학교 때 일진회에서 나가겠다는 흥수의 다리를 밟아 축구선수의 꿈을 망가뜨린 남순은 드라마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친구의 용서를 갈망해야 했다. 두 사람이 절절하게 눈물을, 그것도 여러 번 흘리는 장면들은 '우정'을 넘어 '사랑'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종석의 멜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김우빈과의 합에서 발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종석은 역시 "남자와 멜로를 찍은 느낌"이라며 "나중에는 정말 흥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우빈은 "못되게 생겼으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배우라고.


 KBS2드라마 <학교2013>에서 고남순 역의 배우 이종석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후유증을 느낄 새도 없이 드라마 끝나고 바쁘게 지냈어요. 인터뷰를 하니까 연기할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종종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이를 테면, 고등학교 때는 내가 되게 어렸구나. 난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는데.." ⓒ 이정민



"12~13회를 보시면 남순이가 엄청 '깨방정'을 떨어요. 그것도 감독님이 분노의 편집으로 다 들어낸 거예요. 저는 10회 때 화해하면서 이미 모든 감정을 쏟아내서 다 풀었다고 생각했죠. 뒤에 또 흥수와의 화해 장면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남자끼리 너무 울고 짜고 한 것 같아서 마지막엔 담담하게 풀려고 했는데, 촬영 들어가니까 우빈이가 우는 거예요. 내용 상 남순이가 더 울어야 하는 입장이라 또 울었죠.(웃음) 사실 대본에는 '운다'는 지문이 별로 없어요. 하다 보니까 저절로 눈물이 난 거죠."

정작 멜로 느낌을 위해 짝을 지어 놓은 송하경(박세영 분)과의 사랑은 풋내도 내지 못하고 끝났다. 이종석은 "중반부 너머까지 하경이와의 멜로가 나올 기미를 안 보여서, 아예 연예 감정을 모르는 '바보'로 방향을 정했다"며 "그저 공기처럼 살아가는 남순이에게 공부 잘 하고 얼굴도 예쁜 하경이는 '오르지 못할 나무' 같은 느낌일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순이는 그렇게 하경이 앞에만 서면 머리 뒤를 긁적였다.

 KBS2드라마 <학교2013>에서 고남순 역의 배우 이종석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남순이랑 흥수는 유난히 라면 먹는 장면이 많았죠. 다른 건 몰라도, 남순이는 라면 CF는 꼭 찍어야 하는데.." ⓒ 이정민



"모델 시절부터 쭉, 예쁘장한 이미지와 타협하는 중"

"이렇게 캐릭터에 빠져서 연기해 본 건 처음이에요. 고남순일 때만큼은 연기를 잘 하고 싶다, 연기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7회에서 자퇴서를 낸 남순이 흥수에게 '내가 버린 건 학교가 아니고 너야, 새꺄'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문에 '남순 아프다'라고 쓰여 있었어요. 근데 정말 아프더라고요. 대사가 안 나올 정도로 복받치는 감정을 느꼈어요."

다른 직업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이들처럼 모델로 데뷔한 이종석도 '진짜'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풀하우스>의 비나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처럼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모델 에이전시에 소속되면서 런웨이에 먼저 선 그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최연소 모델로 입문했다. 당시 드물었던 '미소년' 이미지 덕분에 그는 몇몇 디자이너들의 '뮤즈'로 불렸다.

"모델도 유행을 타요. 요즘이야 되게 마르고 키 큰 '디올 핏'이 많지만, 제가 활동할 때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돌체앤가바나 스타일이 유행이었어요. 제 또래 중에 미소년 이미지는 별로 없었죠. 지금도 나는 그 예쁘장한 이미지와 타협을 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원하는 방향은 선이 굵고 묵직한 느낌인데, 보시다시피 아직은 '아이돌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미소년 역할이 잘 어울리기는 하죠. 이번 드라마에서는 사람들한테 내가 연기하는 애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이 악물고 했어요."

 KBS2드라마 <학교2013>에서 고남순 역의 배우 이종석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중학교 때 데뷔를 해서 기억에 남는 학창시절이 없는 편이지만, 학생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어요. 워낙 학교를 주제로 다룬 드라마들이 많았잖아요. 제 유일한 취미가 드라마 보기인데,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아도 그렇게 간접적으로 습득되는 것들이 있어요." ⓒ 이정민


남들은 '25살에 드라마 주인공도 했으니 빨리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8~9년 만에 돌고 돌아 겨우 연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종석에게는 시간이 오래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소속사 들어와서도 2~3년은 힘들었어요. 일이 없으니까 회사에서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죠. PC방 가서 밤새고, 아침에 눈을 떠서 뭐할까 고민하다가 다시 자면 아침이 오고. 몇 번 그만둘까도 생각해봤죠. 그땐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는데, 왜 준비하지 않고 그렇게 갈망만 하면서 보냈는지 조금은 후회스러워요. 막상 데뷔를 하니까 밑천이 바닥 나더라고. 

일찍 데뷔해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는데, <시크릿 가든>(2010)을 찍은 뒤에 바에서 잠깐 일을 했어요. 바로 연기를 하고 싶은데 다음 작품은 없고, 그냥 있으니까 미칠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시크릿 가든> 덕에 <하이킥>(2011)을 만났고, 연예인이 아닌 배우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학교 2013>을 만났죠. 그 다음에는 이종석에게 이런 느낌도 있었구나 싶을 만큼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KBS2드라마 <학교2013>에서 고남순 역의 배우 이종석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는 이종석에게서 못 본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엄청나게 밝은 '깨방정'이든,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든, 무엇보다 제대로 된 멜로를 해봐야죠. 이번엔 여자와." ⓒ 이정민



학교 2013 이종석 고남순 김우빈 박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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