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택 임윤택은 2013년에, 에바 캐시디는 1996년에 요절한 가수이자 동시에 이들이 세상을 등진 나이가 33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참, 33살에 요절한 가수이자 동시에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게 암이라는 공통점도 보인다.

▲ 임윤택 임윤택은 2013년에, 에바 캐시디는 1996년에 요절한 가수이자 동시에 이들이 세상을 등진 나이가 33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참, 33살에 요절한 가수이자 동시에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게 암이라는 공통점도 보인다. ⓒ 이정민


1996년과 2013년이라는 두 연도만 보노라면 공통분모가 없어 보인다. 한데 대중음악에 정통한 이라면 '33'이라는 숫자를 하나 더 대입할 때 감 잡을 만한 공통분모가 하나 들여다보인다.

바로 뮤지션 임윤택과 에바 캐시디라는 공통분모 말이다. 임윤택은 2013년에, 에바 캐시디는 1996년에 요절한 가수이자 동시에 이들이 세상을 등진 나이가 33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참, 33살에 요절한 가수이자 동시에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게 암이라는 공통점도 보인다.

에바 캐시디는 반 고흐, 그리고 고갱과 관련 깊은 뮤지션이다. 아니, 미술가와 뮤지션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할 이도 있겠지만 이들 세 명 모두 그들이 살아있을 때보다 작고한 다음에야 세상이 이들의 진가를 알아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잡기에 능한 사람은 제대로 된 밥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에바 캐시디가 이 말에 딱 들어맞는 뮤지션이었다. 그녀는 음악에 있어 '만물박사'에 가까웠다. 재즈면 재즈, 팝송이면 팝송, 블루스와 R&B, 가스펠과 포크송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소화하는 천재성을 가졌지만 그녀의 음악적 다양함이 그녀의 발목을 사로잡았다.

에바 캐시디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음악적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며 음반사가 퇴짜 놓기 일쑤였다. 때문에 다양한 음악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에바는 생전 달랑 단 두 장의 마이너 음반 밖에는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한 장르에서만 대가가 되어도 대중음악계가 주목했을 텐데, 그녀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음악적 재능이 도리어 그녀의 명성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드는 역설을 낳았다.

임윤택이 작고한 지금의 시점에서 외국 가수 에바 캐시디를 언급하는 건 두 뮤지션 모두 33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암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다는 생물학적 공통점 때문만은 아니다. 음악적 '진정성', 혹은 생의 '진정성'이라는 사실이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점이다.

평생을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만 부르던 에바 캐시디가 1996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이름이 알려질 수 있던 건 에바 캐시디만의 색깔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바 캐시디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깔을 추구하라는 음반사의 요구와 부합하지 않는 음악적 고집보다 중요했던 건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릴 줄 아는 음악적 진정성이었다. 그러한 진정성을 통해 에바 캐시디는 그녀를 단순히 다른 가수의 흉내만 내는 모창 가수에만 머무르지 않게끔 만들어주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 원곡과 에바 캐시디가 부르는 '오버 더 레인보우' 한 곡만 들어보더라도 그녀의 음악적 재해석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가를 알 수 있다. 그 재해석은 에바만의 진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색깔이었다. 드라마를 좋아하되 에바 캐시디에 대해 잘 모르는 드라마 팬이 있다면 <낙원> 속에서 흘러나오던 '대니 보이'로 에바 캐시디를 접했을 지도 모르겠다.

임윤택 임윤택은 생의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추구한 뮤지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음반사가 바라는 상업적인 음악이 나아갈 방향과 뮤지션 개인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임윤택은 전자보다 후자를 택한 사례로 분석할 수 있다.

▲ 임윤택 임윤택은 생의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추구한 뮤지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음반사가 바라는 상업적인 음악이 나아갈 방향과 뮤지션 개인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임윤택은 전자보다 후자를 택한 사례로 분석할 수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임윤택은 생의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추구한 뮤지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음반사가 바라는 상업적인 음악이 나아갈 방향과 뮤지션 개인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임윤택은 전자보다 후자를 택한 사례로 분석할 수 있다.

전자를 택함으로 인해 음반 소속사에 들어간다면 재원 확충과 같은 물질적인 고충은 어느새 부와 명예라는 두 마리 토끼로 둔갑할 수 있었을 테다. 하지만 임윤택은 음반 소속사에 귀속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택한다. 음악적 진정성을 희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획사 설립을 추구했다.

또 하나는 생의 진정성이다. '암 마케팅'이라는 혹자의 비난을 그는 죽음으로 증명한 셈이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 그 자체가 악플러의 의혹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생의 진정성이다. 임윤택과 에바 캐시디가 보여주는 음악적 진정성, 혹은 삶의 진정성은 두 사람을 음악계의 별로 묶어주는 공통분모다.

가벼움이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 진정성으로 이름을 남기고 안타까운 젊은 나이에 작고한 두 뮤지션 임윤택과 에바 캐시디에게 영원한 명성이 함께 하기를. 두 사람이 남긴 진정성이라는 메시지는 오늘도, 아니 내일도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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