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광고천재 이태백>의 한 장면

KBS 2TV <광고천재 이태백>의 한 장면 ⓒ KBS


KBS 2TV <광고천재 이태백>과 다음 주 개봉 예정인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두 주인공인 이태백(진구 분)과 최보나(이시영 분)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그건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태백은 자신이 가진 실력에 비해 스펙이 딸려 번번이 면접에서 낙방하는 '면접 루저'다. 라이터로 자기를 소개하는 기발한 창의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방의 삼류대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예비 탈락자 명단에 오르는 서글픈 면접자가 이태백이다.

최보나 역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강도 높은 노동을 소화하면서도 노동의 가치를 상사나 동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채 뼈 빠지게 일하기에 바쁘다. 집에 들어가는 건 고사하고 여자답게 가꿀 시간을 허락받지 못하다 보니 허구헌날 떡진 머리와 거친 피부만이 최보나를 반긴다.

그런데 이들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다. 이태백은 스마트폰의 경주 게임을 모티브로 자동차 광고 시안을 만든다. 그러나 이태백이 혼신을 기울여 완성한 자동차 광고 시안은 고아리(한채영 분)의 손에 넘겨졌다. 고아리는 이태백이 만든 광고 시안이 최종적으로 선택되지 못했다는 말만을 남긴다.

 KBS 2TV <광고천재 이태백>의 한 장면

KBS 2TV <광고천재 이태백>의 한 장면 ⓒ KBS


하지만 고아리의 말은 이내 거짓으로 드러난다. 도심 빌딩서 흘러나온 자동차 광고는 다름아닌 이태백의 광고 시안. 애디 강(조현재 분)이 아이디어를 가로챈 것이다. 재주는 이태백이 부렸지만 공은 애디 강의 몫이 됐다.

<남자사용설명서>의 최보나도 마찬가지다. 최보나의 상관인 육봉아 감독(이원종 분)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촬영은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최보나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모아 육봉아 없이 CF 촬영을 완수하고, 광고 의뢰주에게 단번에 통과된다.

하지만 웃는 사람은 최보나가 아니라 육봉아다. 교통사고로 CF 현장에 있지도 않던 육봉아가 광고 의뢰주에게 자기가 직접 찍은 것처럼 거짓으로 연기해서 최보나의 공을 가로채기 때문이다. 결국 최보나 역시 이태백과 마찬가지로 재주는 최보나가 부리지만 공은 육붕아가 가로채는 격이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한 장면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한 장면 ⓒ 영화사 소풍


이렇게 두 사람은 자신의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악조건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 광고 시안을 만들고 CF를 완성하지만, 애디 강이나 육봉아 같은 엉뚱한 사람에게 공을 빼앗기는 비애를 맞이한다. 이 역시 두 작품 속 인물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루저의 이야기가 '현실에 비애를 느끼는' 차원에만 머문다면, 두 작품은 그저 '루저 신세 한탄기'에만 머무를 것이다. <광고천재 이태백>과 <남자사용설명서>가 루저의 신세를 한탄하는 차원에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지점은, '루저가 어떻게 승자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느냐'를 관찰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광고천재 이태백>과 <남자사용설명서>의 세 번째 공통점은, 루저인 이태백과 최보나가 어떤 방식으로 승자의 자리로 자리옮김하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이들이 현실의 비열함을 넘어서 실력으로 승자의 자리에 오를 때, 시청자 혹은 관객은 이태백과 육봉아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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