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줄거리가 들어 있습니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  포스터

▲ 영화 <로봇 앤 프랭크> 포스터 ⓒ (주)마인스 엔터테인먼트

어머니도 아니고 아버지가, 그것도 하얗게 늙은 아버지가 아들 딸과 떨어져 혼자 사신다면 자식들은 당연히 아버지가 집안일을 어떻게 꾸려나가실지 고민일 것이다. 게다가 자주 깜빡 깜빡 건망증이 있는 아버지라면 걱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고민하던 아들이 어느 날 혼자 사는 아버지 '프랭크'에게 로봇을 보낸다. 요리며 접시닦기, 청소, 정원 손질은 물론 간식과 관장 시간까지 다 챙겨주는 집사이자 건강도우미다. 프랭크는 '기억력증진센터'에 가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마지못해 로봇을 곁에 두기로 했지만 영 껄끄럽다.

그런데 프랭크의 전직은 금고털이범, 즉 도둑이다. 감옥살이도 여러 해 했는데 여전히 손버릇이 남아 잡화점에 가면 무언가 슬쩍 해다가 숨겨놓는다. 눈 밝은 로봇이 그 장면을 보게 되고, 프랭크는 아예 마음을 먹고 로봇에게 본격적으로 자물쇠 여는 방법을 가르친다.

마지막으로 한 탕을 계획하고 있는 프랭크. 로봇은 도둑질은 허락하지 않지만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그 의욕만은 칭찬을 한다. 그러다가 어찌 어찌 둘은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영화는 프랭크와 로봇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프랭크가 늘 다니며 책을 빌려 읽는 동네 도서관이 디지털로 전환하는 사업에 착수하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 딸과 영상 통화하는 장면도 자주 보여준다. 이 시대 나이 든 아버지와 젊은 세대의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한 장면  할아버지와 로봇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영화 <로봇 앤 프랭크>의 한 장면 할아버지와 로봇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주)마인스 엔터테인먼트


로봇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 프랭크. 물론 로봇은 입력된 반응만 기계적으로 보이는 것이겠지만 제법 말동무가 된다. 지난 시절 오래도록 감옥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일을 후회하며 프랭크는 탄식한다. "난 너무 많은 걸 놓쳤어!"

아들과 달리 '로봇 노동'을 반대하는 딸이 와서 로봇을 끄자 아버지는 화를 낸다. 로봇은 하인이 아니라고, 그러니 껐다 켰다 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말한다. "난 로봇이 필요해. 내 친구거든!"

가족의 자리에 사람이 아닌 로봇이 들어선 것을 탄식할 일이 아니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속성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결국 프랭크와 로봇의 범죄 행각이 드러나고, 벗어나는 방법은 로봇의 기억을 지우는 것뿐. 로봇을 초기화시키고 만다. 물론 고민이 따르긴 했지만.

깜빡 깜빡하는 건망증을 넘어 헤어진 아내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정도의 건강상태였던 프랭크는 요양원으로 옮긴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헤어진 로봇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다른 노인을 돕고 있다. 그 로봇을 바라보는 프랭크...

귀여운 로봇과 할아버지의 티격태격, 실랑이가 밉지 않다. 완벽하게 집안일을 해내는 로봇이 내 곁에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고, 동시에 홀로 사는 노인들이 일상을 꾸려갈 해법 중 하나로 정말 로봇을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루종일 TV 이외에는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 곁에 로봇이라도 있다면 좀 낫지 않을까. 10년, 20년 후 내 곁에는 누가 있을까. 사람일까, 로봇일까.

덧붙이는 글 <로봇 앤 프랭크, Robot and Frank (미국, 2012)> (감독 : 제이크 슈레이어 / 출연 : 프랭크 랜젤러, 수잔 서랜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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