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가족들이 19일 저녁 광화문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두 개의 문> 마지막 상영 직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19일 저녁 광화문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두 개의 문> 마지막 상영 직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성하훈


용산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9일 지난 6월 개봉했던 7개월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공식 종영됐다.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마지막 상영에는 용산 참사 유족들이 참여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용산과 서울역, 서울시청광장으로 이어진 용산참사 4주기 추모행사를 마치고 상영관을 찾은 유족들은 "오늘 영화가 끝나는 게 아쉽다"면서 "영화를 보시면 이명박 정권의 살인적 만행을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 상영을 찾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역시 유가족들과 함께 이날 내내 용산참사 4주기 행사에 함께한 김일란 감독은 7개월간 달려온 영화의 상영이 끝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용산참사의 감춰진 진실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진상규명작업은 더디게 진행됐고 있고, 피해자들은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김일란 감독은 마지막 상영 직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용산참사에서 철거민은 무죄"라며 "철거민의 명예회복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두 개의 문>의 공식상영은 끝났으나 용산참사는 끝이 나지 않았기에 <두 개의 문> 역시 끝날 수 없다"면서 "지금까지 용산참사 진상규명에 동참했고 앞으로도 함께 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두 개의 문>은 앞으로 기획전 등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식상영 끝났지만 용산참사 끝나지 않는 한 영화는 계속"

 지난 6월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걸려있던 <두 개의 문> 홍보물. 인디스페이스는 영화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걸려있던 <두 개의 문> 홍보물. 인디스페이스는 영화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 성하훈


지난해 6월 21일 개봉한 <두 개의 문>은 2012년 독립영화 최대 흥행작으로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개봉과 동시에 주요 상영관에서 매진행렬이 이어졌고, 개봉 8일 만에 독립영화 흥행기준인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독립영화 최대 흥행작인 <워낭소리>의 열풍과 비슷한 흥행 열기가 재현되며 독립영화진영을 고무시켰다.

영화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상영관 확대 요구도 빗발쳤다. 결국 일부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의 문이 열리기는 했으나 관객들의 관람 욕구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관객들이 직접 극장을 대관해 단체로 관람하는 열의를 보이면서, 새로운 관람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의 흥행은 끊임없는 화제도 양산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경찰들이 단체관람이 눈길을 끌었고,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재선임을 앞두고 영화를 보기 위해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가 관객들에 쫓겨나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현 위원장은 용산참사 당시 인권위원회의 의견 표명 상정을 가로막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 예비주자들의 필수코스가 됐고, 국회 차원의 관심도 이어졌다. 국내뿐만 아닌 해외에서도 상영요구가 빗발쳐 미국과 호주에서의 상영이 이뤄졌고, 호주 상영은 감독들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교민들과 대화 시간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용산참사 수사 검사로 참여했고 영화에 목소리가 나오는, 시드니 한국총영사관 강수산나 영사가 상영 추진 교민들을 협박 혐의로 신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용산참사, '망각의 문'에서 '진실의 문'으로 걸어 나오게 해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감춰졌던 진실을 드러내면서 <두 개의 문>은 언론들보다 더 나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성에 곁들여 탄탄한 전개와 상황 재현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노력은 확장된 저널리즘으로서 다큐멘터리의 힘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언론이 간과하고 밝혀내지 못한 진실이 끈질긴 다큐 감독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다큐멘터리의 역할이 주목받았다.

<두 개의 문>은 "객관적 시각으로 사건을 조망해 "용산참사를 '망각의 문'에서 '진실의 문'으로 걸어 나오게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2년 국제인권기구 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김일란 감독은 해직언론인들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의 앵커를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두 개의 문> 마지막 상영이 이뤄진 19일 저녁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함께 한 용산참사 유가족 정영신씨와 김일란 감독,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두 개의 문> 마지막 상영이 이뤄진 19일 저녁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함께 한 용산참사 유가족 정영신씨와 김일란 감독,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 성하훈


영화를 공동 연출한 김일란 홍지유 두 감독은 201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도 받았고, 영화를 제작한 '연분홍치마'는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꼽은 올해의 독립영화인에 선정되는 등 안팎으로 영화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지난 7개월 동안 <두 개의 문>을 관람한 관객은 19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상만 기준 73.592명이며, 매출액은 5억 원을 넘겼다.

외형은 성공, 실질적으로는 적자…열악한 다큐 현실 드러내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 성과에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영진위 지원 정책의 허점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겉으로는 성공한 작품이 분명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적자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배급사 측은 "극장 상영비용 등을 제외하면 2억 원 정도가 제작 배급사에 들어오지만, 2년 6개월의 제작기간과 5명의 인원이 참여한 것에 따른 인건비, 기획 제작비용을 따질 때 이익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영진위의 다양성 영화 개봉지원금으로 받은 3천만 원을 회수당한 것은 영진위 다큐 지원정책의 허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영진위 측은 "환수 건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두 개의 문>과 같은 경우를 고려해 제도 자체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두 개의 문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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