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피겨여왕이었다. 김연아(23, 고려대)가 국내 종합선수권(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했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건 지난 2011년 4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이래, 2년만의 일이다. 여왕의 귀환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김연아는 자신이 계획한 바를 착실히 수행해가고 있다. 김연아에게 남은 기간 세계선수권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연아가 종합선수권에서 레 미제라블을 연기했다

김연아가 종합선수권에서 레 미제라블을 연기했다 ⓒ 박영진


스핀과 체력, 이미 완성된 상태

김연아는 지난 12월 독일 NRW트로피 대회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당시 김연아는 1년 8개월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특히 고난이도의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를 깨끗하게 성공했다. 이 점프는 기술 배점이 10.10점으로 김연아는 높이와 비거리, 착지까지 모든 면에서 뛰어나 항상 1.5점 이상의 가산점까지 받는다.

그 외 점프 구성에서도 김연아는 다른 여자선수들은 거의 뛰지 않거나 한 번 정도만 수행하는, 러츠와 플립 점프를 프리스케이팅에서 3차례나 구사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김연아의 점프는 인정을 받아왔으며 완성된 상태였다.

한 가지 변수로 떠올랐던 것이 스핀이다. 올 시즌 스핀의 레벨이 세분화되고, 다양한 포지션 등을 더 구사해야 하면서 굉장히 까다로워졌다. 김연아는 NRW트로피 대회 당시 프리스케이팅에서의 플라잉 카멜스핀만 레벨4를 받았다. 나머지 스핀은 레벨3, 레벨1 등에 그쳤다. 그동안 김연아는 스핀에서도 항상 최고 레벨을 기록했다. 그만큼 지난 대회에서 김연아는 아직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더 필요했던 상황이다.

그리고 이번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더욱 견고하고 빠른 회전의 스핀을 보여줬다. 레이벡 스핀에서 비엘만 포지션을 하지 않아 레벨3를 받은 것 외엔, 모든 스핀에서 최고 레벨4를 받았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부족했던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온 것이다.

체력 역시 더 이상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 복귀를 하면서 김연아는 체력적인 부분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국내 종합선수권 경기를 보았을 때 김연아는 이미 프리스케이팅 4분 10초를 완벽히 수행할 만큼의 체력이 갖춰진 상태였다. 이런 점을 보았을 때 김연아는 이미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만큼의 몸 상태와 기술 완성도를 갖췄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연아가 종합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를 딛고 완벽한 연기를 했다

김연아가 종합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를 딛고 완벽한 연기를 했다 ⓒ 박영진


위기 관리능력이 무엇인지 보여주다

김연아는 종합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예상치 못한 실수가 있었다. 첫 안무 시작 후 활주를 하던 도중 그만 넘어지고 만 것이다. 김연아가 활주 도중 넘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정도로 상당히 당황스런 순간이었다. 본인 역시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를 오히려 약으로 삼으며,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두 번째 점프였던 트리플플립 단독점프 뒤에 트리플토룹 연속 점프를 수행한 것이다.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룹 점프는 김연아가 지난 2008-2009시즌까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의 첫 콤비네이션 점프로 수행하던 점프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너무나 완벽하게 트리플 연속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모습은 그만큼 김연아의 기술이 흠 잡을 곳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계 여자피겨 선수 가운데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룹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여자선수들이 가장 난이도가 낮은 트리플토룹-트리플토룹 점프를 구사하거나, 아예 트리플 콤비네이션 자체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에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돌발변수를 대비해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히 짚어볼 수 있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에선 자신의 역대 3번째 클린 프로그램을 달성했다. 김연아는 '레 미제라블'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결점 연기로 마무리 했다. 김연아 프리스케이팅을 클린한 것은 2007-2008 시즌 그랑프리 5차 대회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그리고 이번 국내대회가 3번째이다. 체력적인 부담이 매우 큰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연기를 함에 따라, 김연아는 세계선수권에서 한층 더 자신감을 얻고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김연아의 세계선수권을 향한 마인드는 어느 때보다 가볍다. 사진은 지난 12월 NRW트로피 대회 출국 당시 모습

김연아의 세계선수권을 향한 마인드는 어느 때보다 가볍다. 사진은 지난 12월 NRW트로피 대회 출국 당시 모습 ⓒ 박영진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다! 긍정적 마인드

김연아는 복귀를 선언하면서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편안히 경기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대회를 출전한 뒤 기자회견 때마다 항상 즐기고 싶다며 얘기를 해왔다. 이번 국내대회 역시 긍정적인 마인드가 큰 도움이 됐다. 국내 팬들의 뜨거웠던 응원과 환호가 부담이 됐을 수 있지만, 김연아는 오히려 더욱 깨끗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만큼 김연아가 스스로 부담감을 줄이려 노력을 했는지 볼 수 있던 부분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소치동계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올림픽이란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 김연아는 한국 피겨계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중압감과 책임감이 무거울 수 있지만 김연아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인다. 그런 점은 세계선수권과 그리고 소치올림픽에 대한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복귀선언, 그리고 모두를 놀라게 한 완벽했던 복귀연기. 김연아는 이미 경쟁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자신만의 색깔을 담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보여줄 김연아의 또 다른 연기,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어떤 감동을 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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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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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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