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쓰GO>에서 천수로 역의 배우 고현정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현정 ⓒ 이정민


21일 SBS에서 방송된 <고쇼>가 8개월간의 장정을 마치고 종영하였다. 이 글에서는 8개월동안 <고쇼>가 걸어온 길을 쫓아보고 <고쇼>가 추구했던 새로운 토크쇼의 실험에 대해 평가해보도록 하겠다.

창대하게 시작했던 <고쇼>

<고쇼>는 SBS에서 당대의 여배우인 고현정을 캐스팅해 화제가 되었다. 거기다 1회에 나온 조인성과 천정명은 그 동안 예능에서는 보기 힘든 게스트였다. 둘다 고현정과 작품(조인성은 <봄날>에서 천정명은 <여우야 뭐하니>에서 고현정과 호흡)을 같이 한것을 인연으로 <고쇼> 1회를 장식하였다. 한마디로 대박 게스트였던 셈이다. 이들 <고쇼>에서 '나쁜남자'라는 컨셉트을 가지고 캐스팅이 되기 위해 서로 나쁜 남자임을 내세웠다. 그리고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춤을 추고 자신의 이상형을 솔직하게 밝히는 등 게스트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마련되는 토크쇼가 될 거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고쇼>의 컨셉트는 매회 다른 영화를 기획하며 거기에 맞는 게스트를 데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끼와 매력을 보여주어 쇼의 마지막에는 고현정을 포함한 MC진들이 게스트중 한명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뽑는 신개념 시추에이션 토크쇼를 추구했다.

시작은 대박 게스트들과 함께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했다.

'윤종신쇼'로 변질되어간 <고쇼>

<고쇼>에는 메인 MC 고현정을 서포트할 보조 MC 군단이 있었다. 바로 윤종신,김영철,정형돈이 그들이다. 애초 이들은 예능 MC가 처음인 고현정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회가 진행될수록 메인인 고현정은 안보이고 이들 보조 MC들만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윤종신은 <고쇼>의 전체적인 진행을 이끌었고 고현정은 윤종신의 진행에 따라가는 보조 MC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회가 중반부를 넘어서도 고현정 중심의 진행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김영철, 정형돈의 모습이 더 자주 화면에 비춰졌다.

이렇게 메인 MC의 실질적인 역할이 고현정에서 보조군단(특히 윤종신)에게 넘어가자 토크쇼 <고쇼>는 그 정체성을 점차 잃어갔다. 새로운 시추에이션 토크쇼를 추구했지만 어느사이 윤종신이 게스트에게 질문하고 답을 이끌어내는 '윤종신쇼'로 변질되어 갔던 것이다.

 <고쇼> 1회에 출연했던 길,조인성,천정명

<고쇼> 1회에 출연했던 길,조인성,천정명 ⓒ SBS


그래도 빛났던 <고쇼>의 실험은

그렇지만 <고쇼>가 꼭 실패만 한 것은 아니다. 즉, <고쇼>에서는 게스트를 몰아부치거나 게스트의 아픈 곳을 파고드는 일은 최대한 자제했던 것이다. 기존 토크쇼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폭로전이나(SBS <강심장>에서 흔히 보이는 것으로 게스트들은 스스로 누가 먼저 더 큰 것을 폭로하나의 경쟁이 이어진다) 게스트의 약점을 집어 파는 MC들의 다그침등이 없었다(MBC <무릎팍도사>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오히려 메인 MC 고현정은 적절하게 수위를 조절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비록 토크쇼 전체에서의 역할은 적었지만) 그래서였을까? 자극적인 토크쇼가 되지 못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데는 성공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측면이 <고쇼>의 게스트들의 자연스러운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끌어냈다고 보여진다. 향후 다른 토크쇼에서도 이점은 배워야할 덕목인 것이다.

8개월로 끝난 <고쇼>가 남긴 것은

8개월동안 <고쇼>는 고현정의 예능 MC로서의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던 성장드라마였다. 비록 윤종신 등 보조 MC들에게 의지한 측면이 있지만 회가 거듭될 수록 고현정만의 차분하고 따뜻한 진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착한 토크쇼를 받아들이기가 시청률 전쟁의 살벌한 예능계에서는 아직 시기상조였던 것 같다.

앞으로 토크쇼가 추구해야하는 바를 이끌어낸 <고쇼>. 비록 미완의 대기로 끝나기는 했지만 <고쇼>가 예능계에 남긴 화두, 자극적이지 않고 게스트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토크쇼로의 지향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것이다.  

 8개월만에 막을 내린 SBS <고쇼>

8개월만에 막을 내린 SBS <고쇼> ⓒ SB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최주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spdhrkeldjs)와 블로그와이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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